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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얌부나트, 긴 시간동안 카트만두를 지켜 온 수호신 (Kathmandu,Nepal)

빛나_Bitna 2012. 12. 30. 09:00

 

원숭이 수영장?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달려간 스와얌부나트 사원(Swayambhunath). 사원이라고 들었는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원숭이 수영장 간판이다. 여행자들에게는 어려운 본래 이름대신 '원숭이 사원'으로 유명한 곳이라더니 정말인가보다. 우리를 안내해 준 아저씨는 간혹 원숭이가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물건을 훔쳐가기도 한다고 주의를 준다. 음료수나 과일은 물론 반짝이는 악세사리나 선글래스를 훔쳐가기도 한다는데... 그렇다면 그냥 '원숭이 사원'이 아니라 '나쁜' 원숭이 사원이라고 불러줘야 하는건가?

 

사원입구

 

 스와얌부나트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서쪽으로 3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많은 여행자들이 택시를 이용하여 이 곳을 오간다. 시내에서 택시가격을 흥정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 사원에 입구가 두 개라는 것이다. 하나는 도보로 올라오는 입구로 무려 100m 높이의 (300개가 넘는다고) 계단을 올라야 하고, 다른 하나는 차량으로 언덕을 올라 100개가 채 안되는 계단을 통해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간혹 도보 입구에 내려주고, 차량 입구로 가려면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입구는 당연히 차량입구;; 해도 지고 비오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인과 구걸하는 사람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자 작은 분수가 있고 가운데 불상이 서 있다. 동전을 던져서 가운데 들어가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들어 본 소리. 혹시나 싶은 마음에 한번 도전해 봤지만 나는 실패, 남편은 성공. 남편에게 행운이 오면 나에게도 오겠지 뭐...

 

원숭이 떼와 만남;

 

사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드디어 만난 원숭이들. 원숭이 몇 마리 있나보다 했는데 이건 거의 부대 수준이다. 일단 첫 인상은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귀여웠다. 그래서 사진이라도 찍어볼까하고 원숭이떼를 쫓아가다보니 생각보다 쉽게 사원에 도착했다.

 

상점이 가득

 

커다란 불상도 있고

 

사원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기념품 가게들이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다행히 내가 찾았을 때는 비도 오고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호객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사원에 도착하자마자 만나는 것이 상인들의 호객행위라면 그닥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

 

 

스투파와 크고 작은 탑들

 

당연히 여기도 원숭이들이!

 

 

사원 가운데에는 스투파와 작은 탑들이 놓여있다. 크기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라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대한 흰색 스투파의 형태나 가운데 그려진 부처의 눈이 보드나트의 스투파와 비슷한 것이 네팔불교와 티벳불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원 안에서도 당연히 원숭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사원 사진보다는 원숭이 사진을 찍느냐 바쁜 모습이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본다.

 

도보로 올라오는 사원입구

 

사원을 걷다가 도보 입구에서부터 올라오는 계단을 발견했다. 300개가 넘는 숫자와 그 높이에서 알 수 있듯이 스와얌부나트는 꽤 높은 언덕위에 자리하고 있는 사원이다. 이에 대한 전설이 있으니 먼 옛날 카트만두는 거대한 호수였고, 스와얌부나트만이 유일하게 섬처럼 떠 있는 곳이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은 카트만두에서 가장 오래된 이 사원이 도시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단다. 재밌는 것은 최근 몇몇 학자들이 과거 카트만두가 호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는 것. 그렇다면 이 사원이 2천년도 넘었다는 것인가?!

 

부처의 눈이 도시를 내려다본다.

 

 

 

사원에서 본 카트만두

 사원만큼이나 볼만한 것이 바로 스와얌부나트에서 내려다보는 카트만두 시내의 모습이다. 한 나라의 수도답게 카트만두 시내는 꽤 큰 편이지만 저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것이 정돈된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다. 24시간 전기 공급조차 여유롭지 않은 것이 2012년 카트만두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곳에 있는 사원과 이를 향한 사람들의 믿음이 도시를 지켜줄 것이다. 지난 긴 시간동안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