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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살메르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자이살메르 성 (Jaisalmer, India)

빛나_Bitna 2013. 9. 12. 06:39

 

사막의 일출을 맞이하는 노숙자들;;;

 

노숙의 흔적 ㅋ

 

사막은 다시 타오르겠지

 

 

사막의 서늘한 아침 기운이 우리를 깨운다. 누에고치마냥 침낭속에 웅크린 채 보낸 하룻밤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푹신한 모래가 침대를 대신해줬기 때문일까?

 

 

불씨를 정리하고

 

우리가 남긴 흔적을 치운다

 

몰이꾼들은 아침준비로 바쁘다

 

조촐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모래뿐인데 혹시 이 곳에 나의 흔적이 남을까 조심스럽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낙타 몰이꾼들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했다.  떠돌이 개와 까마귀들이 어젯밤 우리의 BBQ 흔적을 깨끗히 청소해 주었다. 고맙기도 하여라.

 

 

다시 낙타를 타고!

 

마을이 보이는구나!

 

 

다시 낙타를 타고 어제 출발했던 마을로 되돌아간다. 어제 한 번 타봤다고 모두들 여유롭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혜연양까지도. 등 뒤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쬔다. 이른 아침의 서늘함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렇게 사막의 불타는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여러분 안녕

 

낙타, 영업종료!

 

이제 돌아가자

 

점심은 푸짐하게 닭도리탕!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서 출발한 두 사람(일본 여행자와 한국여행자)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차량을 타고 자이살메르 타이타닉으로 돌아갔다.

 

머릿속으로 어제, 오늘 사막에서 보낸 시간들을 되돌려본다. 낙타의 긴 속눈썹과 폭폭한 발바닥, 황량한 모래언덕 사이에서 솟아나는 물, 공기부터 다른 사막의 낮과 밤, 별빛을 바라보며 잠드는 밤 그리고 함께 한 친구들, 우리가 밤 늦게까지 나눴던 대화들... 모든 것이 우리의 추억이 되겠지. 온몸에서 떨어지는 모래나 낙타가 선물한 엉덩이의 아픔까지도...

 

 

자이살메르 성으로

 

성채가 꽤 높다.

 

입구에서 한 컷

 

 

오후 내내 숙소에서 쉬었다가 어두워질 무렵 마실삼아 자이살메르 성을 탐험하기로 했다. 이 곳은 라자스탄 주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무려 천 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상점도 많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늘어서있는 기념품샵 사이로 릭샤, 자동차 그리고 짐을 잔뜩 든 아주머니들이 지나간다. 왠지 다른 성과는 입구부터 느낌이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이 성 안에는 구시가지 절반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다른 유적지와 달리 자이살메르 성의 시간은 흐른다. 언덕위에 세워진 높은 성벽과 그 안에 빽빽하게 세워진 건물들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곳의 시계는 21세기다.

 

 

성 안에 있는 작은 광장

 

옛 왕궁이라고

 

 

여기는 힌두사원

 

 

성 안에는 옛 마하라자(지방군주, 왕)이 거주하던 왕궁이나 힌두사원 같은 관광객을 위한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성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입장시간이 지나버린 이유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성 안에서 굳이 죽어있는 유적지를 방문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좁은 골목길

 

기념품가게가 정말정말 많다.

 

 

소님들이 길을 막기도 함 ㅠ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히고, 지나가는 소떼들로 길이 막히고, 사방에서는 여행자를 붙잡는 호객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이 아비규환 혼돈의 세상에 놀랄만도 하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그래, 이것이 인도지!'하며 좁은 골목 안을 거침없이 파고드는 나는 어느새 인도의 혼란스러움에 빠져버린 것일까.

 

앗. 예쁜 꼬마들이다! +ㅁ+

 

모두 여길 보세요~

 

 

막다른 골목의 왕은 역시 어린 아이들이다. 그냥 지나가려는 나의 발길을 아이들의 동그란 눈망울이 붙잡고, 뛰어놀던 아이들의 눈길을 낯선 외국인 여행자가 붙잡았다. 사진도 찍고, 손뼉도 맞춰가며 우린 한참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다. 손끝으로 아이들의 호흡이 느껴진다. 이 넓은 인도대륙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유적지 중에 이 곳만큼 인간적인 곳이 또 있을까.

 

안타깝게도 자이살메르 성 안에 생활은 점점 녹록지 않게 변하고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성 안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수 많은 숙소, 식당, 상점들이 세워졌는데, 대부분이 겉으로 보이는 곳만 화려하게 치장하기 바빴단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지금의 자이살메르 성은 쓰레기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물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성 안에 있는 숙소, 식당, 상점 그 무엇도 이용하지 않았다. 소심한 불매운동이라고나 할까? 누구에게도 이 아이들의 삶을 망가뜨릴 권리는 없으니까. 


 

주변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빠져 허우적대다보니 주변이 어두워졌다. 자이살메르 성 곳곳에 있는 뷰포인트를 가보는 것도 오늘 계획 중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우다이푸르로 가는 버스가 오후에 있으니까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면 다시 성을 돌아볼 수 있겠지.

 

 

다음날 다시찾은 자이살메르 성

 

학교갈 준비에 바쁜 아이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자이살메르 성을 다시 찾았다. 평소 아침잠이 많기로 유명한 우리 부부지만 자이살메르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벌떡 일어나지더라.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황금빛 성은 어제 오후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직 관광객의 습격(?)이 시작되지 않은 이른 아침은 성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뷰 포인트에서 본 자이살메르

 


뷰포인트에 앉으면 성 안밖의 모습, 자이살메르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점점 높아지는 해가 도시 구석구석을 비춰주기 시작했다. 척박한 환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이 도시에 축복을 내리는 것 같다. 붉은 태양과 함께 긴 시간동안 지켜준 자이살메르 성이 사람들의 욕심으로 무너지지 않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