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인도 India

우다이푸르, 인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Udaipur,India)

빛나_Bitna 2013. 9. 23. 05:49

 

가트로 가는 문

 

 

가트는 이런 풍경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담요를 챙기라는 내 말을 그렇게 안듣고, 우다이푸르로 오는 야간 버스에서도 반바지로 버티던 우리 신랑님. 자기가 무슨 용가리 통뼈인 줄 알던 이 남자는 결국 감기와 컨디션 난조를 외치며 방에 누워버렸다. 혹시나 싶어 사비나에게 신랑의 증세를 설명하니 감기란다. 100% Sure 한단다.

 

옆방에 머물던 제주커플(조드푸르에서 만나고, 자이살메르에서 스치고, 여기서 제대로 만났다. 제주도 사는 부부라는!) 신랑도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복통을 호소하며 앓아 누웠단다. 역시... 남자들이 문제라니까.

 

비실거리는 신랑 덕분에 난 혼자 놀아야만 했고, 몇 시간 후 방안에서 지루함에 몸부림치며 신랑을 버려두고(?) 홀로 동네 탐험을 나섰다.


 

빨래하는 여인;

 

 

 

 

가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에. 여느 가트가 그렇듯이 이 곳도 아침마다 빨래하는 여인들로 북적이는 곳이라는데, 이미 오후가 되어서 그런지 빨래하는 여인은 두 명 뿐이었다.
 
찰랑찰랑, 빨래를 헹구는 물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물놀이를 즐기는 꼬마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다이푸르의 가트는 화장터와 소떼들로 뒤덮힌 바라나시의 가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바라나시가 회색이라면 여기는 하늘색 정도..?

 

 

나름 유명한 카페라구!

 

모처럼 부리는 사치!

 

 

동네 구경을 시작하고 한 시간은 되었을라나? 뭔가 불안하고 허전하다. 도대체 뭘까? 결국 동네구경은 속성으로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 비타민D 합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랑을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난 어릴때부터 혼자 놀기를 잘하고 즐겨왔다. 어린이 시절에 역할별로 목소리를 바꿔가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스무살이 넘어서는 홀로 조조영화를 보거나 서점 바닥에 몇 시간씩 앉아서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랬던 난데 지금은 왜 이리 혼자라는 것이 낯설어졌을까.

 

인도답지 않은 깔끔한! 카페에서 무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달달한 케익접시 하나에 방금까지 귀찮음에 잔뜩 찌푸렸던 눈을 아이처럼 반짝이는 단순한 남자에게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난 어느새 이 남자와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진거다. 방금전까지 느꼈던 불안함과 허전함의 이유는 '그의 부재' 때문이었던거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24시간을 붙어지내다보니 그의 자리가 더 커져버린 것이고... 

 

 

최근에 생긴 케이블카라고

 

우리가 찾은 선셋포인트는 공원

 

선셋포인트라고 써있다. ㅋ

 

 

 달달한 것을 먹은 이 남자는 이제야 힘이 나는 모양이다. 아니면 심심하다고 쫑알대는 내게 미안했던걸까? 신랑은 해가 질 때 꼭 선셋포인트에 가야 한다고 나를 재촉한다.

 

요즘 우다이푸르의 대표 선셋포인트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신랑이 나를 안내한 곳은 선셋포인트란 이름의 공원이었다. (입장료 인당 5루피. 100원) 그가 옛날에 이 도시를 여행할 때는 케이블카가 없었다고.

 

 

 

공원에서 보는 우다이푸르

 

호수위에 호텔. 완전 비싸다는!

 

우다이푸르 궁

 

 

신랑이 이끄는대로 공원 잔디밭을 열심히 걸어주니 우다이푸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닿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언덕위에 위치한 공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근사한 경치를 볼 수 있다. 서둘러 움직인 덕분에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릭샤 아저씨 팁을 줬어야 했나?


우다이푸르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인도 사람들의 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던데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호수, 우아한 성 그리고 호화로운 호텔들이 만드는 풍경은 연인들의 로맨스를 불러오기 충분했으니까.

 

 

 

 

 

우다이푸르 기념샷!

 

 

해가 산 뒤로 넘어간 후에도 우리는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랑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 5년 전에도 이 곳에서 일몰을 봤었어. 
- 그때도 이렇게 예뻤지? 
+ 응, 근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예쁜 것 같아. 지금은 자기랑 같이 왔으니까. 

 

5년 전, 그는 혼자 이 도시를 여행하면서 조금은 우울했다고 한다. 이렇게 예쁜 도시를 풍경을 혼자서 본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언젠가는 꼭 나와 함께 다시 와서 보겠다고 생각했었단다. 고마웠다. 여기까지 날아와서 나를 생각해줬다는 5년 전의 그와, 지루함에 몸부림치는 아내를 위해 감기기운에 욘사마마냥 목도리를 칭칭감고 나온 지금의 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