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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푸르, 데이트의 마무리는 우다이푸르 차력쇼?! (Udaipur,India)

빛나_Bitna 2013. 9. 24. 07:00

 

 

 

호수 주변을 걸어본다.

 

 

어제 휴식의 효과가 있었는지 신랑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인도여행 한 달째인 (사실 조금 못미쳤지만) 시점에서 조금 속도를 늦추기로 했었는데 마침 신랑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 제대로 쉬어가련다. 맛있는 음식으로 영양보충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에 호수가를 따라 걸었다. 오늘도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이는 우다이푸르 호수. 우리의 휴식장소가 우다이푸르가 되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름 근사한 식당

 

 

데이트하기 좋은 근사한 곳을 알고 있다며 내 손을 이끄는 이 남자. 기억을 더듬어 나를 어느 호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호수 바로 옆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은 넓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둘러보니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 여행객이나 꽤 부유해 보이는 인도 현지사람들이었다. 나비넥타이를 한 직원이 달려나와 자리를 안내하고, 의자를 꺼내주고, 말끝마다 Sir을 붙여준다. 이런 대접을 너무 오랜만에 받았더니 어색하기까지 하군.


 

오늘의 식사

 

식사 후 좀 쉬어주자

 

 

전혀 인도답지 않은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서비스에 걸맞게? 메뉴판 역시 전혀 인도답지 않았다. ㅋㅋ 평소 300루피(약6천원) 정도로 두 사람 식사를 해결해 왔는데, 이 레스토랑은 메뉴 하나가 300루피가 훌쩍 넘어간다. 2~3배가 넘는 계산서가 예상되었지만 과감하게 주문했다. 야채 시즐러, 양고기 커리 그리고 난까지...

 

사실 평소보다 3배 높은 계산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돈으로 1만 8천원 정도다. 2인분에. 우리나라 근사한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고 가정하면 1인분 가격 정도 될라나? (물론 1인분 가격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여행하다보니 돈에 대해, 소비에 대해 엄격해졌다. 왜 그럴까? 물론 지금 우리 부부가 백수란 사실과 앞으로도 1년 넘게 여행해야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돈의 가치가 달라지는지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리라. 술잔에 따라버릴 돈으로 이 넓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가다보니, 자연스레 지갑을 열 때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거다. 오늘의 소비에는 신랑의 원기회복이란 가치를 부여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우다이푸르의 해가 지는 중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훌륭했고, 수면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인도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전투모드?로 움직여왔던 우리에게 한국에서 즐기던 데이트 기분을 실껏 낼 수 있게 해 준 것이 좋았다.

 

 

Bagore-ki-Haveli 입구 (낮에 찍은 사진으로 대체)

 

무대가 만들어졌다.

 

 

'밥 먹고, 영화보고'로 정리되는 한국 데이트의 정석에 따라 우리도 뭔가 관람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고르 키 하벨리 (Bagore-ki-Haveli)'라는 작은 박물관이다. 이 곳에서 매일 밤(7시 / 인당 100루피, 약2천원)마다 우다이푸르 민속공연이 열리기 때문이다. 데이트의 정석을 따르려면 발리우드로 불리는 인도 영화를 봐야겠지만, 영화나 공연이나 똑같은 문화생활이니 상관없겠지? ㅋ 

 

 

 

사회자와 연주자 등장

 

 

하벨리 정원에 준비된 무대 주변으로 하나 둘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금새 무대 앞을 가득 메웠다. 이 공연이 여행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걸까? 자리 정리가 끝나고 사회자와 연주자들의 등장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힌디와 영어로 공연을 진행했다. 자, 이제 우리도 공연을 좀 지켜볼까?

 

 

여자 무용수들 등장

 

전통 악기 연주중

 

캐스터네츠 같은 것을 연주하며 춤을 추더라

 

서서 춤추는 언니가 이쁘다고;; 다들;;

 

인형극. 은근 재밌었다.

 

화려하다. 인도다운 색감이랄까.

 

 

공연은 몇 가지 다른 종류의 민속무용, 악기연주, 인형극 등 몇 가지 무대로 나눠져 있었다. 각 공연이 10~15분 정도라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인형극 같은 것은 약간의 대사가 있었지만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기념품가게에서 보던 줄 달린 인형으로 다양한 포즈와 표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웠으니까.

 

 

항아리 하나로 시작

 

두개째 올라간다.

 

세 개;;;

 

무려 10개!

 

이건 차력쇼 수준;

 

 

마지막 무대이자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항아리 댄스. 물이 부족한 (사실 우다이푸르는 호수가 있어 그런 느낌이 별로 없지만) 라자스탄 지역에서 물을 긷는 여인들로부터 시작된 춤으로, 머리에 항아리를 얻은 채로 추는 춤이란다.

 

묵직해 보이는 커다란 항아리를 머리에 얹는 것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포스넘치는 아주머니 무용수는 항아리를 올린채로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며 춤을 춘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 위로 올라가는 항아리 숫자가 늘어나는데 무용수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롭다. 그녀는 무려 10개의 항아리를 머리에 올린채(마지막 3개는 붙어있는 항아리로 한번에 올라간다.)로 춤을 추고, 발목에 있는 방울들로 리듬을 타고 심지어 유리조각들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민속공연이라기 보다는 차력쇼? 기인열전?에 가까운 항아리 댄스를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사실 난 민속공연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너무 관광객스럽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공연은 생각보다 재밌고 흥미로웠다. 달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무용수의 춤사위, 전통 악기가 만드는 흥겨운 리듬 거기에 고즈넉한 하벨리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