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인도 India

디우,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도가 있다. (Diu, India)

빛나_Bitna 2013. 10. 8. 00:24

 

디우 버스역

 

 

강한 충격에 잠에서 깼다. 아직 밖이 어두운 것을 보니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인 것 같다. 도대체 뭐지?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버스가 달리는 길은 모두 비포장 길이로구나. 덜컹거리는 낡은 버스는 놀러코스터보다 스릴있다. 덕분에 난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이리저리 버스에서 튕겨다니기(?)를 몇 시간째, 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인도답지 않은 파스텔톤 집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고, 버스 안내원 청년은 여기가 마지막 역이라며 우리를 내려준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채 우린 디우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즐기는 아침식사

 

주인아주머니 수제 아침 너무 맛있어 ㅠ

 

 

조용한 시골마을에 등장한 동양 꼬꼬마들이 신기한지 여기저기 사람들의 시선이 뜨겁다. 다른 인도 도시에서는 보통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릭샤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여기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어..어라? 저.. 저 외국인인데요? 몰려있는 기사들에게 찾아가니 멀지 않으니 걸어가란다. 오.마이.갓. 여기가 정녕 인도란 말인가? 인도에 이런 도시가 있다니 놀랍고 또 놀랍다.

 

무사히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아침식사를 하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사비나! 정신을 좀 차리고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녀가 먼저 우리를 찾아낸 것이다. 역시 동네가 작긴 작구나. 우리보다 몇 일 먼저 이 곳에 온 그녀는 벌써 디우의 매력에 완전히 취해있었다. 몇 일간 밀렸던 이야기를 잠시(? 사실은 몇 시간;;; ) 나누고 약속을 정하고 헤어졌다.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계속되는 것이 신기하다.

 

 

조용한 선셋비치

 

여기는 인디아!

 

 

신기한 지형도 있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버스에 시달린 몸을 침대에 뉘였더니 잠이 솔솔 쏟아진다. 그렇게 늘어지게 낮잠을 즐겼던 것 같다. 약속시간에 맞춰 온 사비나가 우리를 깨울 때까지.

 

사비나의 손의 이끌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선셋비치(Sunset Beach)로 가는 우리들. 이 곳은 디우에 있는 비치 중 물이 깊지 않고 잔잔해 어린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란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신이나서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물놀이도 하고, 모래위에 누워 실컷 게으름을 피워본다. 날아가는 새의 날개짓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닷가. 그 동안 소음과 인파에 시달렸던 인도에서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일몰을 보러 가는 중

 

 

모두 조용히 일몰을 바라보다.

 

 

얼마나 놀았을까. 이제 해가 질 시간이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는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 있는 붉은 점을 중심으로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파도는 붉어진 바다를 우리가 서 있는 해안쪽으로 데려왔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바다에서 보는 일몰이었기 때문일까, 바다에서의 일몰이 난생처음인양 우리 모두는 한참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텅 빈 도로엔 우리 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디우 시내를 향해 걸었다. 인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는 심지어 텅 비어 있다. '정말 이게 인도가 맞는걸까?' 오늘 하루 이 질문을 몇 번이나 던졌는지, 앞으로 디우에 머무는 동안 몇 번이나 던질지 새삼 궁금해진다.

 

 

디우의 강력추천 맛집. '오 콰롸이로' (O Coqueiro)

 

 

푸짐한 우리의 저녁상


사비나를 따라 몇 일 사이 그녀의 단골집이 되어버린 식당 '오 콰롸이로' (O Coqueiro / 포르투갈어로 코코넛이란 뜻) 에서 우리는 참 호화로운 저녁상을 차렸다. 생선구이, 새우커리, 생선커리, 크랩에 맥주까지... 놀랍게도 어느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숨이 찰 때까지 신나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뉴판에서 본 '뉴텔라 팬케익'의 유혹을 참아내지 못하고 난 기여이 팬케익을 주문했다. 이에 질세라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혜연양과 사비나,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는 신랑의 놀라운 시선이란! ㅋㅋㅋ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의 위는 디저트를 위해, 남자들의 위는 술을 위해 구분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도 서쪽 끝에 있는 작은 바닷가마을 디우. 다른 도시들과 비교하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유명한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며, 오는 길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우리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오늘 새벽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내 머릿속을 스쳐가던 의문의 답을 나는 생각보다 빨리 찾은 것 같다. 디우에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인도와는 다른 인도가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다, 귀찮게 하지 않는 사람들, 커리가 아닌 새로운 음식들 그리고 축복받은 가격의 맥주까지. 디우에서 보낼 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디우 숙소 - Heranca Goesa (Diu,India) http://bitna.net/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