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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에서 꼴람으로, 버스가 7시간 지연된 이유는? (Kollam, India)

빛나_Bitna 2013. 11. 11. 01:01

 

 

마푸사 시내 < 고아



안주나에 머문지 열흘이 지났다. 이제는 슬슬 이 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사진을 찍는 YS군은 인도 최대 힌두축제 현장을 사진에 담기 위해 바라나시로 떠나기로 했고, 우리 부부와 제주커플은 남쪽 끝 께랄라 주(Kerala 인도 가장 남쪽에 있는 주)에 있는 꼴람(Kallam)이란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기차를 타고 싶었지만 기차는 몇 일 전부터 좌석이 없었던지라 -_- 우리는 야간 버스로 꼬친(Cochin)으로 이동, 꼬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꼴람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열심히 짐을 챙긴다. 이상하게 배낭도 불편한 것 같고, 짐도 더 늘어난 것 같다. 떠나기 싫어서인가? 열흘을 머문 안주나를 떠나는 것은 시작부터 전쟁이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꾸역꾸역 마푸사까지 이동해야 했으니까. 길게 머문 장소일수록 떠나는 것이 쉽지 않는 법이다. 이 여행을 위해 한국을 떠날 때 나는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또 망설였었는가.

 

 

고아 안녕....?

 

뭐, 버스를 갈아타라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도대체 왜?


마푸사에서 코친으로 가는 버스는 무려 18시간이 소요된다. 에어컨이 나오긴 하지만 18시간이나 앉아서 가는 버스가 기차 2A(이등석)보다도 비싸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뭐 아쉬운 것은 우리니까 어쩔 수 없는거다.

 

울며 겨자먹기로 탑승한 버스는 출발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마푸사(Mapusa)에서 코친(Cohin)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 앞에 나타난 버스는 빤짐(Panjim)에 우릴 내려줄테니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가란다. 빤짐에서 30여분을 기다려 나타난 다른 버스는 무슨 일인지 마드가온(Madgaon)에 정차하더니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거다. 차에서 내린 운전기사는 1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는다. 왜 멈춘건지, 언제까지 멈춘건지 알 길이 없는 여행족들만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채 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힘들었던 고아 빠져나가기 30분 거리에서 계속 멈췄다.

 

야밤에 이름모를 동네 휴게소에서



결국 버스는 마드가온에서 무려 4시간을 정차했고, (당연히 아무 공지 없음!)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코친을 향해 출발했다. 재밌는 것은 우리 일행을 포함한 그 누구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들 'This is India'를 반복할 뿐... 기다리는 시간동안 친해진 여행자들은 시동걸리는 소리에 환호성을 지를 뿐이었다. 버스가 출발했다. 이제 좀 익숙해질만한데 버스에서의 하룻밤은 여전히 쉽지 않다. 덜컹이는 버스에서 애써 잠을 청해본다.

 

 

어떻게 하면 버스가 편해질까?

 


과속방지턱을 넘는 버스의 강렬한 흔들림에 눈이 떠졌다. 창 밖을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시계는 이미 예정된 도착시간 아침 7시 30분을 훌쩍 넘어섰고, 버스는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맹렬히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제법 큰 도시, 코친

 

 

슬슬 해가 강해지기 시작했고, 에어컨이 망가졌는지 버스 안은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냉방버스라고 창문이 안열리는 구조;; ) 여기저기 쑤셔오는 통증과 배고픔, 더위와 싸우기를 몇 시간, 드디어 버스는 코친에 도착했다. 예정 시간 보다 무려 7시간이 지연된 오후 2시 30분. 고아 마푸사에서 출발한지 무려 25시간만이다.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25시간만에 식사 ㅠㅠ

 

 

잘 정돈된 도로, 높게 솟은 고층빌딩. 코친은 께랄라의 중심도시답게 크고 발달된 곳이었다. 인도답지 않게 도로도 깨끗한 편이고, 방황하는 소님들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마음같아서는 이 색다른 느낌의 도시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배가 고팠던 나란 여자. 결국 본능에 못이겨 지나가는 이를 붙잡고 가까운 식당과 꼴람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을 물었다. 내게 붙잡힌 중년의 아저씨는 놀랍게도 정확한 영어로 아주 친절하게 우리가 찾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버스정류장 근처에 식당에 입성,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새우 비리야니와 비프커리를 주문했다. 바나나잎을 깐 접시에 담긴 식사가 우리 앞에 놓여졌고, 우리는 소리없이 빠르게 접시를 비워나갔다. 음식은 맛있었다. 배가 고팠던 이유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름기가 적고, 살짝 매운데다 좀처럼 보기 힘든 소고기까지 있었으니까. 그래, 그거다. 이 동네 느낌이 다르다.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던 북인도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 아름다운 세상이야~

 

 

  

꼴람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늘어만가고

 
식사를 하고 꼴람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다. 코친에서 꼴람까지는 버스로 4시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인도에서 이 정도면 가까운 거리에 속한다. 단거리?를 운행하는건 당연히 당장이라도 멈출 듯 낡은 로컬버스, 여기에 당연히 지정좌석따위, 인원제한따위 있을리가. 버스는 오지 않는데 계속 사람들은 몰려오는 것이 불안하구나.

 

 

버스 도착

 

전쟁이 시작됐다!

 


얼마나 지났을까. 덜덜거리며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왔고 플랫폼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좁은 문으로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버스에 매달리고 창문으로 짐짝을 던지고 난리다. 남인도는 지금까지 보았던 인도와 사뭇 다르다며 살짝 기대했는데 역시, 그럴리가 없다. 인도는 인도잖아. 간신히 버스에 올랐다. 좌석은 고사하고 낑겨서라도 버스에 탔다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방금전까지 밥도 먹었겠다, 25시간도 버텼는데 그깟 4시간쯤이야 하고 자신만만했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지루함과 불편함에 나는 지쳐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버스는 비릿한 생선냄새가 풍기는 정류장에 우리를 내려놓았고 주변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고아에서 꼴람까지 30여시간의 이동,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인도니까!' 이 정도의 답변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꼴람 숙소, 샤 인터네셔날 호텔 (Hotel Shah International @Kollam, India) - http://bitna.net/1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