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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토 모레노, 아르헨티나 - 빙하넣은 위스키, 한잔 하실래요? (Perito Moreno Glacier, Argentina)

빛나_Bitna 2014. 4. 14. 09:37

 

거대한 빙하가 눈에 들어온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저 빙하로 팥빙수를 만들면...?

 

 

커브를 도는 순간, 조용하던 버스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하얗고 투명한 빙하가 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짜잔! 얼음세상으로 출발!

 

다들 설레임에 걸음이 빨라진다.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숫자만으로는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장벽이 내 앞을 막고 있었다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얼음 위에 올라갈 준비

 

오, 신기하다.

 

저렇게 올라간단 말이지?

 

빙하로 오르는 길목앞에서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된다.
난생처음 보는 얼음세상의 입구에서 흥분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빙하의 붕괴

 

엄청난 소리와 물보라가 몰아친다.


갑자기 굉음이 울리고, 잔잔한 호수에 파도가 쳤다.
빙하의 붕괴, 그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숨을 죽였다.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는 순식간에 주변의 소리를 모두 삼켜버렸다.

 

 

상륙!

 

여기는 얼음세상

 

눈부시게 하얗다.


페리토 모레노는 쌓인 눈이 얼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쌓이면서 만들어졌다.
날마다 2m씩 호수를 향해 전진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모레노가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백 년이 넘도록 살아가고 있는 자연의 일부를 '큰 얼음덩어리'라 치부하는 건 인간의 거만이다.

 

 

조심조심 빙하위를 걸어보자

 

다행히 날씨가 좋구나.

 

얼음계곡 입구

 

목마르면 그냥 먹는거다.


조심조심 빙하 위를 걷는다.
반짝이는 빛에 눈이 부시고, 목구멍을 넘어가는 얼음조각에 속이 시리지만 괜찮다. 
맑고 깨끗한 빙하가 우리 몸과 마음에 때를 씻어 줄 것 같으니까. 

 

 

트래킹 마지막 지점

 

가이드는 빙하를 깨서

 

축하주를 만든다.

 

살룻! 이것이 빙하를 넣은 위스키



트래킹의 마무리는 빙하조각을 넣은 위스키 온더락.
'살룻!' (Salud! 스페인어로 건배)
눈부시게 빛나는 세상을 볼 수 있음을 자축하며 사람들과 잔을 부딪혔다.

 

 

전망대에서 본 모레노

 

자연은 멋지구나.


-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남극도 모레노도 없어질거래.
+ 이렇게 아름다운데,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너무 슬픈 미래다.


- 어디선가 읽었는데, 온난화에도 모레노는 점점 커지고 있대. 사람들이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중이라더라.
+ 어쩌면 그게 자연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일지도 몰라. 죽기 직전에 상태가 좋아진다잖아.
- 그건 너무 슬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봐야 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2014/04/01
Perito Moreno Glacier, Argent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