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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는 역시 오렌지!



 겨울이 가고 네덜란드의 봄이 왔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뜻한,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네덜란드의 봄날은 그야말로 딱 놀기 좋은 날씨로구나.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축제들은 화창한 봄날과 함께 시작되는데, 그 시작은 바로 '킹스데이(King's Day)' 되시겠다. 


킹스데이인 4월 27일은 네덜란드의 왕 빌헬름 알렉산더(Willem Alexander)의 생일이다. 왕의 생일을 기념해 네덜란드 전역에서 축제와 행사가 열리는데, 이는 1885년 4월 30일 율리아나(Wilhelmina, 현 왕의 할머니) 여왕의 생일에서 시작된 것이란다. 율리아나의 뒤를 이어 베아트릭스 여왕이 즉위하면서 매년 계속되던 퀸즈데이(Queen's Day)'는 2013년 베아트릭스 여왕이 그녀의 아들 알렉산더에게 왕위를 계승하면서 날짜와 이름이 변경되었다. 현재 왕에게는 딸밖에 없으니 아마 나중에는 다시 '퀸즈데이'가 되지 않을까. 



암스테르담 중앙역




사람들로 북적이는 암스테르담



이런 날에는 조용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는 지인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우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향했다. 아무리 그래도 네덜란드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킹스데이인데 암스테르담 정도는 가줘야 하지 않겠어? 


암스테르담 시내는 온통 오렌지색이었다. 서울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제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한일전이 열리는 서울광장을 따라갈 순 없을거다.) 네덜란드에 와서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이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복잡거림에 들뜬 우리는 금새 사람들 속으로 파묻혔다. 



벼룩시장도 열리고


먹거리 시장도 열리고


놀이동산도 급조했더라?



 콘서트, 벼룩시장 등등 거리에서 열리는 킹스데이 행사는 그 종류도 성격도 참 다양했다. 유료로 진행되는 행사도 있었지만 누구나 마음껏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몇 일 전부터 암스테르담 공식 홈페이지와 네덜란드 철도 사이트를 통해 공지된 행사 시간표와 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신난 우리는 그냥 발길가는 대로 걸었다. 오늘 같은 날은 어딜가도 즐거울 테니까. 







오렌지색으로 단장한 멋쟁이들

  


 행사만큼 재미있었던 것은 오렌지색으로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오렌지색 티셔츠나 모자는 기본이고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오렌지색 정장,과감하게 훅 파인 드레스, 우스꽝스러운 가발에 온 몸에 오렌지색 파우더를 바른 사람들까지 그 어디에도 똑같은 차림을 한 사람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옷과 악세사리를 구한 건지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내년을 위해 나도 좀 과감한 패션을 준비해야 하는걸까. 





모두가 즐기는 축제

평온해 보였던 커플



 축제를 즐기는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많았던 것도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였다. 아무래도 이런 축제는 젊은 이들만의 전유물이란 생각이 있었는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벼룩시장에 장난감을 펼쳐놓고 있는 꼬마들 옆에서 맥주병을 부딪히고 있는 아빠들이라니! 









축제의 절정은 역시 배 위에서 즐기는 파티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운하 위를 떠가는 보트들. 노를 저어 가는 작은 조각 배부터 다리를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큰 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배 위에서 축제를 즐긴다. 우아하게 샴페인을 즐기는 보트가 있는가하면, 한껏 취해서 위태로운 춤파티를 벌이는 보트도 있다. 그야말로 떠다니는 클럽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이 많은 배는 다 어디서 온건지. 





한참을 걷던 우리는 운하를 따라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한쪽에는 젊은 친구들이 알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머리가 히끗히끗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꼬맹이들은 요리조리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무데서나 춤추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것도, 매년 이 난리통을 큰 사고없이 치뤄내는 것도 내 눈에는 신기하기만 했다. 서울에서 이런 축제를 하면 어떨까? 월드컵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얼마든지 이렇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도 나름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도 좋지만 1년에 하루쯤은 좀 제대로 놀아보면 안될까...? 


네덜란드 킹스데이 (King's Day) 

- 매년 4월 27일. 현 국왕인 빌헬름 알렉산더의 생일을 기념하는 (사실은 전국민이 하나되어 놀아보는) 날이다. 

- 드레스 코드는 오렌지. 오렌지로 전국민이 대동단결!! 

- 왕가에서는 매년 다른 도시를 방문한다. 2015년에는 아인트호벤에 가셨더라. 

-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당연히 암스테르담. 킹스데이 하루 전날 오후부터 시내 교통이 통제된다. 

- 네덜란드 기차 공식 홈페이지(http://ns.nl)에서 축제를 위해 재편성된 기차 시간표와 주요 도시의 행사지도를 배포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파라다이스블로그 2015.06.16 17:31 신고

    우리나라의 월드컵 때가 떠오르는 광경이네요 ~ 말씀하신대로 네덜란드 킹스데이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킹스데이 제대로 즐기고 오신 것 같아서 부럽네요! ^^

  2. BlogIcon 문제없음 2015.06.26 11:36 신고

    네덜란드 축제를 하나 알게 되었네요...자유(?)가 듬뿍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에 축제가 많은데, 너무 형식적인게(?) 아닌가해요.
    지역은 다른데 프로그램(?)이 비슷하죠^^;;;
    잘 구경하고 가요
    좋은 하루되세요*^^*

    • BlogIcon 빛나_Bitna 2015.06.30 19:54 신고

      맞아요. 그게 좀 아쉽죠. 뭔가 비슷한듯 다른 축제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쿨하게 잘 놀아줄 수 있는데... 놀기회가 너무 부족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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