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스페인 Spain

대서양의 터널, 쿠에바 데 로스 베르데스 (Cueva de los Verdes, Lanzarote, Canary Islands)

빛나_Bitna 2018. 6. 2. 08:43

다음 목적지는 어디?

여기가 동굴(쿠에바 데 로스 베르데스)입구


기묘하고 신비로우면서도 또 로맨틱한... 암튼 히얀한? 동굴, 하메오스 델 아구아 Jameos del Agua를 나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쿠에바 데 로스 베르데스 Cueva de los Verdes라는 이름의 동굴이었다. 사실 이 동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1) 하메오스 델 아구아에서 아주 가깝고 2) 우리가 구입한 란사로테 패스에 이 곳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큰 고민없이 들려줬더랬다. 


기묘하고 신비로운 동굴, 하메오스 델 아구아 Jameos del Agua http://bitna.net/1704


저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입구부터 북적이는 인파에 깜짝 놀랐다. 여기가 사실 엄청 유명한 스팟인데 우리가 몰랐던 걸까? 알고보니 가이드 투어를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쿠에바 데 로스 베르데스는 안전상의 이유로 인솔자를 따라 20명 내외의 그룹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 (가이드 비용은 입장료에 포함) 영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투어는 보통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는데, 우리는 운좋게도 기다림없이 바로 출발하는 그룹에 합류할 수 있었다.    


가이드 언니 잘 부탁해요~

저 아래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투어



본격적인 동굴 탐사를 앞두고 우리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입장 가능한 구역은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정돈되어 있다고 했지만 우리에겐 18개월 상전님이 있었으니까. 천천히 따라오라는 가이드의 말에 아기띠와 신발끈을 바짝 동여맸다. 


쿠에바 데 로스 베르데스 내부는?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려 앉은채로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 몇 번 등장하지만 비교적 순탄한 편. 슬리퍼도 가능하지만 권하진 않는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데요?!

용암이 흐르면서 만든 동굴

독특한 용암의 흔적


약 3천년 전, 화산이 폭발하며 흐른 용암에 의해 만들어진 이 동굴의 길이는 약 8km. 아직도 탐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반에게 공개된 구간은 극히 일부에 달한다. 꽤 좁았던 입구와 달리 내부는 꽤 넓은 편, 그만큼 많은 용암이 흘렀다는 뜻이겠지. 이 동굴은 놀랍게도 해수면(대서양) 아래로도 이어져 있는데, 바다 속에 있는 용암동굴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이란다.


내부는 이런 모습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며 일행들을 뒤쫓았다. 바깥 날씨가 기억나지 않을만큼 선선했지만, 그새 잠든 상전님을 깨울까 전전긍긍하는 우리 부부의 등에선 땀이 마를 틈이 없었다. 동굴 내부는 신기하기 보다는 익숙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너무나 친숙한 제주도 만장굴 때문이겠지. 


내부에 공연장도 있다. (출처 wikipedia)

여기서 잠깐 쉬어가자.


부지런히 걷고 때로는 기어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다보면 꽤 넓은 공간에 닿는다. 수십명이 모여앉아도 좁거나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을 보니, 17세기 란사로테 사람들이 해적을 피해 이 동굴에 숨어 지냈다는 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이 곳은 현재 동굴 속 음악당으로 종종 클래식 공연을 진행한다. 대단한 음향장치가 없어도 멀리까지 소리가 울려퍼지는데다 늘 서늘한 기온 덕분에 여름날에 특히나 인기라고.   


여기가 동굴의 하이라이트

진실의 샘 같은 느낌? (출처 wikipedia)


투어의 끝을 장식한 동굴의 하이라이트. 보고 듣기에는 지금까지 지나쳐 온 화산지형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가이드가 큰 돌을 들어 휙~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뒤이어 들려오는 '풍덩!'소리. 그렇다, 너무 투명해서(+ 어두움 + 조명) 잘 구분할 수 없었는데, 이 곳은 사실 수심 10~15cm 정도의 얕트막한 연못이다. 신기루라도 본 것 마냥 놀란 우리는 이쪽 저쪽 다각도로 연못을 살펴보았다. 눈으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맑고 투명한 물은 동화책에서 봤을 법한 '진실의 샘'을 떠올리게 했다. 


투어가 끝나고 다시 만난 하늘


1시간 정도 진행된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길. 누군가는 란사로테를 화산 폭발로 모든 것이 타버린 섬이라고 했지만 란사로테는 화산 폭발로 다시 태어난 섬이었다. 까만색 흙과 돌, 독특한 형태의 동굴들이 곳곳에서 란사로테만의 특별함을 표현하고 있으니까. 란사로테에서 보낸 일주일, 작고 까만 이 섬에 우리는 홀딱 반해버렸다. 


- 란사로테, 카나리아 제도 여행정보 (일정/비용/깨알팁 등) http://bitna.net/1697

- 윤식당2 촬영지, 카나리아 제도로 가는 길 http://bitna.net/1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