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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는 두 개의 땅 끝 마을이 있다.


포르투갈의 땅 끝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유럽 대륙의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은 나라가 전세계를 호령하는 제국으로 성장하게 된 시작점이니까. 오늘날 제국의 영광이 사라졌지만, 요동치는 파도와 거센 바람을 이겨 낸 모험가들의 희노애락이 여전히 땅 끝을 지키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호카곶 

창 밖으로 바다가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호카곶 Cabo da Roca

바람이 장난이 아닌데..?!


신트라에서 30분 남짓, 달리는 차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나타나자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훅~ 몸을 감싸는 서늘한 바람이 여독을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물론 머리는 엉망이 되었지만; 그렇게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호카곶에 발을 딛었다. 


신트라, 리스본 근교 마법의 성을 찾아가는 길 (Sintra, Portugal) http://bitna.net/1712


호카곶의 랜드마크

아찔한 절벽을 따라 걷는 것도 가능하다.

넘실대는 대서양


호카곶은 북위 38도47분, 서경 9도30분에 위치한 해안절벽으로 리스본에서 40km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 코스로 인기가 높다. 볼거리라고는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 Lues de Cames의 글귀로 유명한 십자가 비석과 외로이 서 있는 빨간 등대가 전부지만 많은 이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인다. 땅의 끝에서 저마다의 생각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행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혹은 오늘의 저녁메뉴에 대해서?! ㅋㅋ 

 

호카곶의 일몰

유럽의 끝에서 한 컷!


절벽 아래로 대서양을 건너온 파도가 하얀 물거품이 되어 부서진다. 요동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수평선에 닿을 듯 쏟아지는 구름떼 사이사이로 지는 해의 마지막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먼 옛날 땅의 끝, 지구의 끝이라 생각했던 이 곳에서 미지의 세상을 찾아 닻을 올렸던 사람들에겐 도대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우리의 남은 여행길에는 그리고 인생에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해가 가장 늦게 지는 이 곳에서 가는 해를 배웅했다. 안녕, 내일 또 만나!   


호카곶 Cabo da Roca 

- 포르투갈의 서쪽 끝, 유럽의 끝으로 알려진 곳. 리스본에서 40km 거리로 자동차로 약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리스본-(기차)-신트라-(403버스)-호카곶-(403버스)-카스카이스-(기차)-리스본으로 돌아보는 일정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빡세다;; 

- 관광안내소에 가면 유럽의 끝에 왔다는 확인서와 도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유료, 무려 11EUR   



또 하나의 땅 끝, 사그레스와 상 비센테 곶

사그레스 마을풍경

캠핑족에게 인기 최고라고

나도 언젠가 이런 여행 하고 싶다.


포르투갈의 또 다른 땅 끝은 포르투갈 남부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사그레스 Sagres로 가야 한다. 리스본, 포르투에 비해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다소 낯선 포르투갈 남부지만 유러피안에게는 서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로 꼽힌다. 사그레스로 가는 여행은 남포르투갈의 거점도시 파루 Faro에서 시작되었다. 


파루 Faro 

- 포르투갈 남부를 대표하는 도시. 

- 리스본에서 기차/자동차로 4~5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유럽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직항편이 운항한다. (공항코드 FAO)

- 까르무 성당과 해골 예배당 등이 주요 볼거리이나 시내보다 라구스 Lagos, 사그레스 Sagres 등의 서쪽 해안을 여행하는 이들이 많은 편.   


사그레스 해변

평온하다


절벽 아래로 사그레스의 해변이 보인다. 초승달처럼 안쪽으로 움푹 파인 해변을 둘러싼 바위산 때문인가 왠지 아늑한 느낌이다. 성수기에는 고운 모래밭에 여름을 즐기려는 이들로 가득찬다는데, 겨울이 시작될 무렵(11월)이라 그런지 해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다음 여름을 위해 남포르투갈 해변투어를 계획해야지. ㅋㅋ  


사그레스 요새

외롭게 서 있는 유적들

거대한 풍향계

대포도 있다.

요새에서 보는 풍경


사그레스 요새는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15세기 북아프리카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럽 대륙의 남서쪽 끝이다보니 사그레스는 외부의 침입을 늘 경계해야 했었다고. 거대한 풍향계와 대포, 작은 교회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역사적인 의미보다 상 비센테 곶을 포함한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전망대로써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듯 했다.


땅 끝으로 가는 길은 왠지 쓸쓸하다.

사그레스 마을이 점점 멀어지는 중

지진으로 파괴된 등대는 해일을 피해 조금 위쪽으로 이전했다고

점점 목적지가 다가온다.


사그레스 요새에서 상 비센테 곶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찬찬히 걸었다.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뿐이었다. 상 비센테 곶은 호카곶처럼 바다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선단부로 포르투갈의 남서쪽 끝에 해당한다. 곶에 가까워지자 드디어 사람 소리가 들린다. 곶 아래는 서핑족들이, 곶 위는 강태공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낚시 명소가 된 땅 끝

강태공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더라.

제법 잘 잡힌다고!

떡밥을 노리는 갈매기

세인트 빈센트 곶, 포르투갈의 또 다른 땅 끝


지형의 특성이나 의미 심지어 대단한 볼거리가 없다는 것까지 호카곶과 상당히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호카곶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이의 희망과 용기, 포부였다면 상 비센테 곶에는 돌아오지 못할 길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움이 있었다. 항해를 떠나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보는 유럽땅(풍향때문에 리스본을 출발한 배는 남서쪽으로 이동하게 된다고)이었다는 이 곳, 근사한 표지판 하나 없는 절벽 위로 외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상 비센테 곶 Cabo de San Vicente

- 포르투갈의 남서쪽 끝. 북아프리카와 인접해 있다. 먼 옛날 신대륙을 향해 떠나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본 유럽땅이었다고. 

- 사그레스 Sagres 마을과 그림같은 해변이 있어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곶 주변은 서핑족들에게 손꼽히는 명소라고. 

- 남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파루Faro를 기점으로 여행하는 이들이 많다. 리스본에서는 300km 이상 떨어져 있다. 


- 포르투갈 여행정보 (일정, 비용, 깨알팁) http://bitna.net/1348

- 포르투갈/스페인 렌트카 여행 http://bitna.net/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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