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중국 China

[2005-China] 중국에서 기차타기

빛나_Bitna 2005. 11. 29. 23:00
중국, 12개의 도시를 돌아보며 우리가 주로 이용한 교통은 기차.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은 동네다보니 자가운전은 꿈도 꿀 수 없다. )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이용하지 않았던 교통수단이다보니 참 신기하고 낯선 것이 많았는데 나중엔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일기도 잘쓰는 엄청난 적응능력을 보여준 나였다.


1. 역무원의 엄청난 포스.
중국 공안이 무섭다고 하는데 의외로 중국의 경찰은 외국인에게 참 관대하고 친절하다. (특히 여자에겐;;;) 어설픈 중국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면 실실 웃으면서 참 잘도 안내해준다.
진정한 포스는 기차역에 표를 끊는 역무원에게서 느낄 수 있다. 표를 끊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이 분(?)은 언제나 과다 스트레스로 터질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만 꼼지락 거리다가는 천둥같은 호통이 떨어질 것이다. 어설픈 중국어를 구사하기보다는 가야 하는 도시, 날짜, 시간, 매수를 적은 종이를 들이미는 것이 살 길이다.


2. 에어컨 - 하늘의 뜻에 따르라.
기차가 꽤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보니 기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새마을호, 무궁화호, KTX처럼...) 참 히얀한 것은 표를 구입할때 기차별로 구분해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시간에 맞춰 도시로 이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상해로 간다고 하면 그 날에 상해로 가는 모든 종류의 기차를 종합하여 시간대별로 알려준다. 고로 시간대를 선택하면 기차등급은 자동선택된다는 사실.;;; (발권후 따져봐야 역무원의 포스에 쫄아버린다는...orz)
표에 영어 이니셜이 기차의 종류를 결정한다. Z, K, T, N, L등등 정말 종류는 다양한데 Z, K, T는 KTX를 연상시킬정도로 시설이 좋다. (N은 이층기차다.) 문제는 L과 이니셜이 없는 기차인데 이 녀석들은 우리나라의 완행열차를 상상하면 된다. 심하게 찌질하고 심하게 느리다. 에어컨은 상상할 수 없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지만 나중에는 역무원이 심하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시설이 나쁜만큼 돈은 굉장히 싸다;;)


3. 돈이 있는자는 편안할지니...
기차에 등급이 있고, 좌석에도 등급이 있다.
입석, 잉쭈어, 란쭈어, 잉워, 란워. 앞에서부터 서서가기, 딱딱한 의자, 부드러운 의자, 딱딱한 침대, 부드러운 침대다. (가격은 뒤로 갈수록 상승;;) 기차에 따라 쭈어는 구분없이 다 딱딱하기도 하다;;;
모든 것을 경험해 본 결과 역시 돈이 최고다. 란워는 4개의 침대칸이 하나의 방으로 되어 있다. 넓고 쾌적하고 아늑한 것이 그야말로 움직이는 호텔이다. L처럼 찌질한 기차일지라도 란워에는 에어컨이 있다. =ㅁ=)b
잉워는 양쪽에 3개씩 한칸에 6개의 침대로 (2층 기차는 4개) 이루어져 있다. 끝에 복도가 있고 오픈되어 있어서 개인적인 공간이 전혀없다. 침대는 높이에 따라 상,중,하인데 위로 갈수록 높이가 낮아지므로 하가 가장 비싸다.
잉쭈어든 란쭈어든 앉아서 가는 좌석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주보고 앉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다가 중간에 테이블이 상당히 작아서 엎드릴수 없다. 자야 할 경우 뒤로 기대서 자야 하는데 의자각은 거의 직각. 기차에서 내리며 뻐근해진 목을 어루만져야 할 것이다.
입석은 정말 힘겹다. ㅠ_ㅠ 이리저리 치이고 뻔히 쳐다보는 시선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입석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중간역에서 내리는 이가 있거나 빈 자리가 있으면 재빨리 앉아야 한다. 그리고 자리 주인이 와서 따지는 듯 싶으면 '팅부동 (못 알아듣는다.)'이라 외치고 눈을 감아버려라.


4. 먹고 먹고 또 먹자.
기차 안에 식당칸도 있고 돌아다니며 음식물을 팔기도 한다. 하지만 식당칸은 맛이 없고 파는 음식은 비싸다. 고로 열차를 타기 전에는 슈퍼에 들러서 기차에서 먹을 것들을 미리 사가는 센스가 필요하다.
열차등급을 막론하고 중국의 모든 열차에는 끓는 물이 준비되어 있다. 고로 컵라면은 정말 유용한 식품이다. 중국인들이 열차안에서 애용하는 식품은 컵라면, 해바라기씨, 소세지 등이다. 가끔 밀봉된 이상한 식품을 가져와 권하기도 한다. (참 난감하다. 이럴 땐;;;)
처음엔 컵라면도 어색하겠지만 익숙해지면 점점 대담해지는 자신의 식단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기차에서 메론도 까먹었다. -_-ㅋ


5. 그밖에...
열차안에서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일이다. 밤에는 자면 되지만 낮에는 참 심심하단 말이지... 이럴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카드, 화투. 여행용 트렁크를 엎어놓고 하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도착할 도시에 대한 예습도 좋은 방법이다. (꼼꼼한 계획없이 간 우리가 애용한 방법;;) 기본 10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지도와 가이드북만 있으면 한국에서보다 세밀한 계획을 세우기 좋다. 현지인에게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중국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괜찮다. 한문을 좀 한다면 필담을 나눌 수 있다. 대학생이나 사업가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은 영어를 꽤 잘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손짓발짓이다. 한국인이라 하면 월드컵, 드라마, 애니콜 이렇게 3개가 대부분 주제가 될 것이다.


기차. - 우리나라에선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특별하고 이것이 중국여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

- 내가 탄 기차표들.
- 버스로 이동한 도시를 제외했음.
- 총 8회. 무려 13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