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일본 Japan

[Kyushu, Japan] 슈퍼마켓, 일상으로 가는 입구 (Saga)

빛나_Bitna 2007. 2. 18. 17:54

01. 과연 그 날, 알람은 울렸을까!

사가에 갔다. 목적없이 계획없이 그냥 갔드랬다. 계획대로 움직여도 너무 짧은데 왜 왜 왜 그랬을까?!
하하_ 사실은... 늦잠을 자버려서 기차를 놓쳤다! ㅠ_ㅠ;; 부산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일까, 캡슐호텔이 너무나 편안했던 것일까, 우리는 맞춰놓은 시간에서 2시간이나 지난 9시에 부스스 일어났드랬다. =_=!!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머리도 말리지 않은 상태에서 역으로 향했으나 기차는 이미 떠났고 남은 표는 오후랜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무작정 기차를 탔다. 그리고 사가에 왔다. 캡슐호텔의 알람소리가 꽤 요란한데 그 날 알람은 울렸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02. 벤또의 매력

늦잠때문에 벌어진 헤프닝을 수습하니 역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눈길을 잡아끈 곳은 형형색색 화려한 도시락이 가득한 도시락 집. (우리는 어디가도 굶어죽지는 않을거다;;;; ) 얼마 남지 않은 열차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맛있어 보이는 녀석 2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획했던대로 기차안에서 벤또로 아침식사를 했다. 다만 유후인이 아닌 사가로 가는 기차안에서...

알록달록 예쁜 색의 빛나씨 도시락

밥에 게살이 들어있다. 가장 고가의 Sue양의 도시락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모형처럼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도시락! 꺄악, 맛있겠다_! 배고파서 이성을 잃고 젓가락을 들고 돌진한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도시락 맛은 우리나라와 약간 달랐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극적이지 않고 밍밍하다랄까? 전체적으로 달달한 맛이 나고 (소금간을 하지 않는 듯..) 고춧가루같은걸로 자극적인 맛을 내는 우리 음식과는 달랐다. 결론은 이러나 저러나 내 입맛엔 맛있었다는거~ (사실 내입에 맛없는 음식 찾기 힘들다;; )


03. 쇼핑센터 탐험기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쯤 갔을까? 도착한 사가역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자판기에서 모닝커피를 뽑아들고 잠시 고민했다. '우리 여기 뭐하러 왔지?' ....... !)$%)#(@(......... 그렇다, 우리는 벤또를 먹기 위해 왔다. 쿠궁_!


돌아가는 기차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 특별히 준비한 것도 없어서 그냥 조용한 마을을 거닐기로 했다. 원래 이렇게 조용한건지 연말이라 사람들이 어디로 떠나버린건지 알 수 없지만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거리를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이리저리 광합성을 하며 돌아다니다 쇼핑센터에 발을 디뎠다.

명동에서 본 적이 있는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이 좋은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 한국에서는 의류나 문구류가 대부분이었는데 요기서는 조금 더 다양한 제품들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데 때마침 세일이랜다. 허허! 그래서 뭐.. 포근하고 따뜻한 머플러를 하나 질러 주셨다.


다음으로 들어선 곳은 서점되시겠다. 사실 약간의 한자외에 일본어는 하나도 모르는지라 뭘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서점에서 꼭 읽어야 하나? 눈으로 보는 것도 있다! 수없이 많은 만화책과 꽃돌이로 가득한 잡지가 있다, 브라보!
10대 소녀들이나 볼만한 잡지를 뒤적이던 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이드북!
궁금하지 않은가? 한국 가이드북에는 뭐가 나올까! 짜자잔~ 이것이 바로 한국 가이드북 되시겠다. >_<!

우리나라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이건 읽을 줄 몰라서 pass), 먹거리, 문화등이 앞쪽을 채우고 있었다. (호떡,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들에 대한 소개도 있다.) 삼청동, 인사동, 종로, 명동, 청계천, 강남역, 삼성동 등등의 많은 장소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참 아쉬웠던 것은 책의 절반정도는 서울에 대한 정보뿐이란 것이었다. 우리나라 지방에도 멋진 곳이 많은데 말이다. 세계 문화 유산인 불국사/석굴암이 삼청동보다 더 적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거이거 문제가 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 이 가이드북을 보고 과연 한국이란 나라를 여행하고픈 마음이 생길까? 우리 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이 줄어가는 요즘, 전세계의 여행족들을 유혹할 수 있는 한국 가이드북을 만들어 세계에 배포해야 하지 않을까?

서점을 나와 자연스레 레코드샵에 발길이 닿았다. 우와~ 사고 싶은 CD들이 가득가득! +ㅇ+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없는 싱글음반들을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2006년 BEST 10'에 낯익은 얼굴도 있다. BOA_!

그녀의 음반이 BEST 10안에 들어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음악으로는 꽤나 빡센 이 동네에서 요 정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이 어린 친구는 끊임없이 노력했을것이다. 한국 음반은 왜 그 따위로 만드시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모 여튼 일본에서 그녀의 인기는 뻥이 아니었다. -_-ㅋ

요즘 류시원도 일본에서 꽤 인기다.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그의 음반을 일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서점에도 그의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사람 취향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예인들이 일본에서 멋진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본인이 한국인임을 강조해줬으면 한다. 일본인인양 묻어가는 건 용서할 수 없다. -_-!!


04. 슈퍼마켓에 들르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슈퍼마켓. 사람이 살지 않는듯 조용한 동네였지만 역시나 슈퍼마켓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아주머니들로 북적북적했다. 일본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슬슬 돌아보실까?!
사실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우리나라 슈퍼마켓 모습과 크게 다를만한 점은 없었다. 꼬부랑 글씨들로 가득한 것이 가장 낯설었다고 하면 될 듯_  낫또도 있고 기무치도 있고 한국이랑 너무 비슷하잖아! 게다가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템은 대부분 일본에서 따라 만든 경향이 있어서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요런 것...


데니스 오의 '나 멋져? CF'에 등장한 초콜릿, 드림카카오. 이 초콜릿을 선두로 우리나라에서 '카카오 함량 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것! 메이지사는 친절하게 이런 패키지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카카오 양에 따라 어떤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이거 눈감고 맛만보고 맞출 수 있다.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

일본에서 사면 꽤 싸다. 한국에서 3000원이더만;;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것! 무려 99%의 카카오가 들어간 아래쪽에 '주의' 경고판을 붙이고 있는 초콜릿이다. (비정상적으로 쓴 초콜릿입니다. 라고 써 있다는..;;; ) 맛은... 아주 묘하다. 질감은 초콜릿이나 단맛이 하나도 안난다는 것... 헤어진 애인에게 선물하라는 말이 있던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요즘에 한국에서도 수입해서 파는데 가격이 영~ 만만치 않더라. 일본에서 가격은 비싸도 200엔을 넘지 않는 다는 것!    

유통기한이 2일정도 남으면 가격 할인표가 붙는다. (우리나라는 하나 더 주지 않나?)

요거트랑 초콜릿을 사들고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떠나는거다.

슈퍼마켓만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난 여행을 가면 슈퍼마켓에 들른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함도 있지만 일부러 들어가기도 한다.
꾸미지 않은 그들의 생활을 보고, 짧은 시간에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사람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다지만 과자봉지에 써 있는 낯선 글자도 내겐 너무나도 특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