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일본 Japan

[Kyushu, Japan] 인간은 가장 나약한 존재일지도.. (Aso)

빛나_Bitna 2007. 5. 2. 00:37
01. 비가 와도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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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아소를 향해 달리는 차 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계속 커지고 있었다.
이상하게 내가 여행갈 때는 예상치 못하게 비가 오는 날이 많다. 게다가 바람도 거세게 분다. ㅠ_ㅠ 궂은 날씨 때문일까, 버스의 승객은 Sue양과 나 단 둘 뿐! 와우, 리무진 부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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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가까운 거리때문에 쿠마모토와 벳부를 함께 여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꼭 기억할 것이 있다면 뜸한 열차시간의 압박이 있다는 거~!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버스.

'아소유후고겐 버스'라 불리는, 벳부에서 아소산까지 운행하는 버스였는데 버스가 대박이다.
 
벳부/유후인/아소산 일대를 하루동안 알차게 운행하고 중간중간 관광 포인트를 모두 들른다. 버스 기사외에 안내하시는 분도 있고 (물론 영어는 안된다. ㅋ) 결정적으로 KRP 소지자는 공짜라는 거! +ㅇ+

이 날 탑승객이 우리 둘 뿐이라서 마음대로 시간을 조정해서 다닐 수 있었다.

벳부와 아소 일대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강추!한다. 하루 전 예약은 필수!



02. 신사에서 맞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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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득실득실


아소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버스가 섰다. 잠깐 구경을 하고 오라는 곳은 바로 '아소신사'.
신사라...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사'라는 말에 왠지 반감부터 생길것이다. 하지만 대도시 한복판부터 시골까지 곳곳에 널려있는 '신사'의 정체가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신사참배'가 아닌 '신사구경'을 하러 유난히 둥근 지붕이 인상적인 신사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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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기념품을 팔고 있다. (대부분 부적)


신사는 새해맞이하러 나온 사람들로 득실득실했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기모노를 예쁘게 차려입은 아가씨,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까지 모두들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웃고 있었다. 새해 소망을 기원하거나 운수를 점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시작'이란 말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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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우리나라 만만치 않은 입시열풍;


 아무리 새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절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일본 사람들은 우리 나라보다 훨씬 열성적으로 종교를 믿는 것 같았다. 과학의 최첨단을 달리는 일본이 정신적으로는 갖가지 종교에 의지하며 살아간다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또, 일본은 대부분 2개의 종교를 믿으신단다. 기독교인은 절 근처에도 가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편한대로 행동한다. 크리스마스엔 교회에 가고 새해엔 신사에 가고.. 이들은 각각의 종교를 인정하고 있는걸까? 이런 면에서 그들의 종교도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나?



03. 어쩌면 우린 가장 나약한 존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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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소역을 출발한 버스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올라갈 때,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너무나 멋졌다. 사람의 모습은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그림같은 풍경들을 보고 우리는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지만 시간, 날씨, 계절이 허락한다면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 재미도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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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오르자 뿌연 안개가 자욱해서 화구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화구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내려갈 순 없지 않은가?

케이블카안에는 예쁜 언니가 아소산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한다. 과학시간에 배운 화성암들의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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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유독 가스가 분출될 수 있고, 폭발에 위험이 있다는 안내문이 공포 분위기를 만든다. 어쩌겠냐, 모든 것이 자기 팔자인 것을... 눈으로 본 화구는 엄청나게 컸다. 울타리 아래로 뿌연 수증기가 올라오는데 칙~하는 소리와 요상한 냄새는 왠지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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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구을 둘러싼 울타리, 몇 개의 대피소_ 지금도 살아 숨쉬는 화산과 함께 살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 전부다. 세상에 전부인양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은 화산을 없앨 수도, 폭발을 막을 수도 없다. 그저 폭발을 피해 숨거나 다른 이들의 안전을 기도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뿐... 거대한 자연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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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케이블카 안. 내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가득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뭘까_ 난 좀 더 겸손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_ 내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_ 그나저나 저녁은 뭘 먹을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