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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bet, 2007] 러산에서 자비로운 부처를 만나다. (Mt. Le)

빛나_Bitna 2008. 2. 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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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버스 터미널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성도. 볼거리, 먹거리가 아주 풍부한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지는 외곽지역에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짧았다. (게다가 갑작스레 생긴 일정이라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고심끝에 선택한 곳은 바로 '러산'.

러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제 정신(?)에 본 성도는 상당히 크고 번화한 동네였다. 마음같아서는 이리저리 시내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다음기회로...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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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짱! 우등고속이다! 물과 땅콩 서비스까지 준다!

러산으로 가는 버스는 10분마다 한대씩 있다. 그동안 탔던 버스와 차원이 다른 우등고속버스였다. 쾌적한 좌석과 TV, 영어를 구사하는 안내원 언니, 서비스로 쥐어주는 물과 땅콩까지! 브라보! +ㅁ+

버스에서 틀어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와 꼬박꼬박 졸기를 반복하길 2시간. 드디어 러산에 도착했다. 러산 터미널에서 성도로 돌아가는 버스를 미리 끊고 (라싸의 기억을 되살려 철저히 준비하는 훌륭한 자세!) 러산대불을 보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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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고 러산대불을 보러 간다.

 높이 71m.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인 러산대불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 산을 오르며 직접 대불을 보는 것과 유람선을 타고 강 위에서 보는 것이다. 우리는 대불의 유람선을 타고 대불의 전경을 보는 방법을 택했다. (솔직히 71m의 높이를 올라갈 힘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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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벽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는데 운전사 아저씨는 친절하게 우리를 선착장에 내려주신다. 한 그룹의 중국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유람선에 올랐다. 민장강은 생각보다 크고 수량이 풍부했다. (수질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 유람선 위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나의 눈에 산 벽에 새겨진 무언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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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산대불. 그 크기는 상상초월이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러산대불. '헉! 이건 커도 너무 크잖아!' 우린 한동안 '와~~~'하는 탄성밖에 꺼낼 수 없었다. 란주 병령사, 둔황 막고굴에서도 절벽에 새긴 큰 불상 수 없이 봤는데... 정말 볼수록 놀랍단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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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산대불은 배 위에서 가장 잘 보인다. (한참 떨어져서..)


강위를 건너는 배들의 안전을 위해 90년에 걸쳐 만들어진 거대한 불상. 귀의 높이만 7m, 발등에만 100명이 올라갈 규모라고 하니 상상이 되는가! 과거 중국인들은 자비로운 부처가 뱃길을 보살펴 줄 거란 믿음에서 불상을 조성했다고 한다. 때문에 강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가느다란 눈매의 부처의 표정에서 편안함과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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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

성도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 한국으로 돌아간단 생각에 긴장을 놓은 탓인가..! 난 버스를 반대쪽에서 타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터미널로 향했지만 5분 초과. 성도로 가는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끊어둔 표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 역무원 아줌마에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본다. ㅠ_ㅠ 그러자 이게 왠 일! 그녀는 막 화를 내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떠난 버스가 되돌아오는게 아닌가!!! 미리 판매된 표가 회수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떠난 잘못이라며 내게 굽신굽신 사과를 하는데 영~ 적응 안된다. 우리나라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 여튼 또 한번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성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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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훠궈와 함께!

성도로 돌아오니 밤이 깊었다. 숙소 옆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훠궈집에서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천음식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훠궈가 아닐까? 담백한 칭탕과 매운 홍탕에 원하는 재료를 담궈서 익혀먹는 맛있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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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영어는 있었지만... ㅠ_ㅠ

이미 저녁식사를 하기엔 늦은 시간. 굶주린 상태라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내게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메뉴판. 다행히 영어가 있긴 했지만... 나의 중학교 수준 영어실력으로 쉽지 않다. 대체 미나리, 팽이버섯 이런 걸 어떻게 아냐고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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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는 매콤한 홍탕. 가장자리는 담백한 칭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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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느냐고 신난 빛나씨

 
핸드폰에 있는 전자사전을 두들겨가며 주문 성공. (핸드폰에 사전 기능 넣으신 분, 상줘야 한다! )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속이 얼얼하게 매운 국물과 담백한 국물의 맛은 역시 일품이다. =ㅁ=)b 티벳에서의 3일치 식비를 한큐에 날려버리며 문을 나섰다. 아.. 역시 여행에 먹는게 빠지면 안되는거다. ㅠ_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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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된 된장녀 놀이. (@ 성도 스타벅스)

여행의 마지막 날. 밀려오는 아쉬움에 또 다시 금리로 향한다. 스타벅스에서 프라프치노를 하나 입에 물어주고 (우리나라보다 싸다. 한국가면 못먹는단 생각에 더 열심히 먹는다.) 성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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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붐비는 거리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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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수 없는 술!

분위기에 취해 우리도 술집 귀퉁이에 자리했다. 워낙 먹은게 많아서 가볍게 맥주 두병만 주문. 열흘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되새겨본다. 처음 성도에 도착한 날 허둥대던 이야기, 고산병의 고통,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 티벳의 친절한 사람들, 한국에 돌아가지 못할 뻔한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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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이제 조용해진 성도거리.

밤이 깊었다. 이제 몇 시간 후에 난 하늘을 날고 있겠지. 아쉬운 마음에 마음껏 소리치고 크게 웃어본다. 여행의 마지막 밤에는 시간을 멈추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바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여행을 추억하는 것도 여행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니까... 2007년의 티벳 여행은 나와 내가 만난 사람들의 머릿속에 멋진 추억으로 남게 되겠지.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