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주 OCEANIA/호주 Australia

[Sydney] 호주의 현충일을 아시나요? (ANZAC day)

빛나_Bitna 2009. 6. 6. 12:54
이른 아침, 시티에 왔더니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난리도 아니다. 도대체 무슨 행사인건가 하고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갔더니 행진이 한창이었다. 오늘(4월25일)은 호주의 ANZAC day라는 국경일이다.

지금은 시내 행진중..

군악대도 있고..

 
ANZAC이란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로 처음에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호주, 뉴질랜드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조국을 위한 모든 군사활동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날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현충일, 미국의 Memorial Day과 비슷하다고 할까?
 

부대와 참전한 전쟁의 대한 정보들이 나와있다.

긴 행진이 이어진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행진이 한창이었다. 주워들은 말에 의하면 이른 아침에 마틴 플레이스에서 추모행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시티를 열심히 행진한 뒤, 하이드 파크에 있는 기념식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참전용사들의 행진이 생각보다 길다. 다른 대륙과 반대에 위치하는 국가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세계 각지로 출전하였단 말인가...

가족들과 함께 행진하는 이도 있다.

이제 할아버지가 된 이들..


군인이라기 보다는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얼굴을 한 이들이 줄을 맞춰 행진한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전우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행진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분은 손에 맥주 한 병을 들고 행진하시기도... ㅋㅋㅋ 우리나라 현충일을 떠올리며 이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조금 어색하다. 현충일은 정숙함을 지켜야 하는 날인데, 이들은 뭔가 축제에 온 것처럼 이 날을 즐기고 있다고 할까...?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

국기를 가진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귀여운 꼬마 친구들..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드니 사람들이었다. 행사를 위해 시티의 주요 도로를 통제해 주시는 시드니, 손에 국기를 든 사람들,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참전용사에게 무료'라는 안내문을 건 음식점까지... 다른 날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모두가 ANZAC day의 의미를 기억하고 있었다. 현충일 아침에 어느 채널을 틀어도 현충일 추모식만 나온다고 투덜대던 내가 초큼 많이 부끄럽다.
 

훈장을 가득 단 할아버지

 국기를 가슴에 새기고 내 조국과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용감히 싸운 이들을 추모하는 날.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쳤다는 것만 아쉬워하고 있지 않은가?
하루종일 가슴에 훈장을 달고 자랑스럽게 거리를 걷는 멋쟁이 할아버지들을 많이 보았다. 역사가 짧은 이민국가 호주의 ANZAC day 풍경은 긴 역사 단일민족인 대한민국에서 온 내게 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