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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Mongolia] 초원 위, 게르에서 하룻밤

빛나_Bitna 2009. 10. 26. 22:09

 여행 패키지에 나름 독특한 체험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게르에서의 하룻밤이다. '게르'(중국어로는 파오)는 동그란 텐트처럼 생긴 몽골족 전통가옥이다. 조립/분해하는 것이 쉽고 빨라서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족들에게 편리하다고 한다. 예전에 우루무치 천산천지에서 체험해 보려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긴 것이다. +ㅁ+
 

잔뜩 늘어선 게르

하늘이 예쁘다.

   
 우리가 갔던 초원에는 엄청나게 많은 게르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처럼 초원에서의 하룻밤을 꿈꾸며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시설이라고나 할까..? 짐을 내리고 방 열쇠를 받았다.
 

내가 머물었던 방.

 운이 좋았던 걸까? 우리 방은 게르마을(?)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해서 다른 방들과 다닥다닥 붙지 않아서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두근두근.. 그럼 이제 들어가 볼까? 헉! 이럴수가...!!!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

TV와 의자 심지어 화장실도 있다;;

천장은 이렇게 생겼다.


전기는 물론이고 방마다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관광객을 위해 특별 제작된 게르는 게르의 형태를 하고 있는 호텔과 다를게 없었다. 이러면 이것저것 챙겨온 내가 너무 부끄럽잖아!!!
 초원이라 벌레가 많을 것이므로 벌레퇴치제, 전기따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손전등, 화장실이 없어 잘 씻지 못할 것이니 모자와 물티슈, 밤에 추울 것을 대비해서 뱅기 담요까지 슬쩍(부끄럽지만 국적기니까.. 아하하하;;; )했는데... 이렇게 시설이 좋으면 배신이야... 흑...

생각보다 편한 생활을 하게 되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초원의 하루는 바로 이거였어!


침대에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서 커튼과 문을 활짝 열었다. 전면 유리로 되어 있는 방안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문으로 들어오는 초원의 바람이 나를 감싼다. 그래, 나는 초원 한가운데 누워있구나!

스피커를 꺼내 음악을 틀어놓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조용히 일기를 쓰고,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다.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평화로운 초원의 오후는 이렇게 지나간다.

아침, 맹렬히 풀을 뜯는 양들


다음날 아침,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가 차다. 잔뜩 움츠린 내 앞으로 양들이 부지런히 풀을 뜯으며 지나간다. 무슨 잔디깎는 기계처럼 엄청난 속도로 풀을 뜯는 양들의 모습은 뭔가 치열한 느낌? ㅋㅋ

초원의 아침

 
살짝 구름낀 하늘이지만 서서히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려나보다. 깊게 호흡을 한다. 물기를 머금은 시원한 공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덕분에 조금씩 잠을 깨고 초원의 아침을 맞이했다. 두둑두둑 경쟁적으로 풀을 뜯는 양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