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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곳, 코르도바 메스키타 (Cordoba)

빛나_Bitna 2011. 3. 15. 17:25

조용한 코르도바 시내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코르도바 시내로 향했다. 대로를 달리던 버스가 골목길로 접어들자 양 옆에 건물들이 버스에 닿을 듯이 다가왔다. 오래된 도시 사이사이를 통과하는 버스의 매력에 빠져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나보다. 황급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을 잃었지만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Gracias!

지금은 시에스타

  시에스타 시간이라 거리는 조용했다. 작은 도시라 셔터를 내린 곳이 대부분이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대도시인 마드리드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곳의 시에스타는 고요했다. 우릴 반기는 사람이라고는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여행객뿐이었다. 

메스키타 앞에서 만난 부부 여행객

메스키타 입구에서...



 골목끝에서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는 거대한 건물, 메스키타. 그 규모가 얼마나 큰 지 메스키타가 만든 시원한 그늘아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태양을 피하고 있었다. 입구에 서자 마음이 설레인다. 이 사원은 나를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날아오게 한 이유 중 하나이기에...

도대체 이 건물이 뭐길래 이러느냐고? 코르도바 메스키타는 8세기 이슬람사원으로 건설하기 시작한 곳이다. 코르도바의 발전과 함께 2만 5천명의 신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후 페르난도가 코르도바를 점령하면서 사원안에 르네상스 양식의 예배당이 지어지게 되었단다. 하나의 건물안에 카톨릭과 이슬람이 공존하고 있는 곳. 여기에 가면 이슬람도 카톨릭도 아닌 스페인 코르도바만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겠지..?

메스키타 정원에서..

멀리서도 보이는 탑

 
 문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안뜰이 나타난다. 새파란 잎을 가진 커다란 나무들이 줄 맞춰 서 있었는데 가만보니 오렌지나무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큼직한 오렌지를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원입구로 향했다. 시에스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가능!!!

메스키타 내부


 메스키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멈출 수 없었다. 안뜰에서 본 오렌지나무처럼 사원 내부에는 수많은 석주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무려 856개나 되는 엄청난 석주의 수도 놀라웠지만, 채색이 아닌 붉은색, 흰색의 돌을 사용해 만든 아치형 구조물이 더욱 놀라웠다.

이슬람의 향기가 가득!

 
 전체적으로 어두운 실내에 잘 정렬된 기둥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빛이 사원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준다. 그 옛날에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이렇게 멋진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옛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 인간은 점점 퇴화하고 있는게 틀림없어.'라고 중얼거리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예사롭지 않은 카톨릭 보물들

화려한 제단


 
 석주들의 숲을 지나 사원 중앙부에 들어서니 장대한 카톨릭 제단이 나타났다. 조금전까지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지금 내가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곳곳에 놓여진 조각상과 그림들과 제단 맞은 편의 흑단과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웅장한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석주 사이사이에 놓인 카톨릭 보물들

이슬람과 카톨릭이 만나는 순간!


 
 처음에 이 사원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이슬람 사원을 카톨릭 성당으로 개조하다니 종교라는 이름으로 너무 잔인한 짓을 한 것은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메스키타는 다행히도 무식하게 무숴버린 흔적보다는 메스키타의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름도 카테드랄(대성당)이 아닌 메스키타가 아닌가!!! 지금의 카톨릭 제단이 있었던 곳에 어떤 이슬람 양식이 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건물까지 싹 허물고 새로 짓지 않고, 지금 내게 이 황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메스키타를 나오면서..


 
 이슬람의 문화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자기들이 생각해도 부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메스키타를 지은 이슬람의 건축기술과 지혜 그리고 이 곳을 증개축한 카톨릭의 기술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오늘의 간식은!

 
시원한 사원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더니 더위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간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늘아래 자리를 잡았다. 이슬람 문양이 가득한 사원 외관을 보고, 그 안에 숨겨진 반전을 예상한 이가 있을까? 카톨릭과 이슬람이 만나 독특한 색깔을 만들고 있는 곳. 여기까지 날아온 보람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