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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스페인에 꽃핀 이슬람 문화의 극치, 알함브라 나스르왕궁 (Granada)

빛나_Bitna 2011. 4. 25. 18:19

나스르 왕궁으로 가는 길


 카를로세 5세 궁전을 돌아보고 시간에 맞춰 나스르 왕궁으로 향했다. 알함브라에서 가장 입장이 까다로운(?) 곳으로 입장권에 쓰여진 입장시간이 지나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여기저기 돌아보다 입장 시간을 놓쳐버릴 것 같은 불안함에 나스르 왕궁 입구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알함브라 입장권 하단에 나스르 왕궁 입장가능시간(30분 간격)이 적혀있다. 시간을 놓치면 입장이 불가이니 주의하자. 
입장 가능시간은 30분단위로 지정되어 있지만 관람시간에 제한은 없다. 마음껏 즐기자.


나스르 왕궁으로 입장

가장 먼저 만나는 알현실(Mexuar)의 입구


 나스르 왕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알현실 (Mexuar). 돌로 된 벽과 바닥이 수백년된 곳이라는 포스를 마구 풍겨준다. 먼 옛날 이 곳을 찾는 외국사절단을 접견하던 곳이라고 한다. 자, 그럼 이제 입장해 볼까? 알함브라 

문양이 멋진 바닥


과거에는 알현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었었다던데 지금은 나무 천장으로 바뀌어서 내부가 어두워 사진찍기가 쉽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타일 하나하나에 다른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것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진 곳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지금도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벽에 새겨진 이슬람 문양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쉬웠다.  

Facade of the Comares Palace.


 알현실에서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두개의 문. 왼쪽문은 이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Myrtle 정원으로, 오른쪽 문은 왕들의 사적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라고 한다. 위쪽으로 갈 수록 벽에 새겨진 문양들이 화려해졌는데 봐도 봐도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었다.

The courtyard of the myrtles


 그리고 도착한 꼬마레스(Comares) 왕궁. 외교정치 중심지로 왕의 공식 알현실(Throne Room)과 남/북 갤러리 그리고 미르들의 정원이 있는 나스르 왕궁의 중심부라 할 수 있다.  정원 가운데 물 위에 비친 궁전의 모습이 기념엽서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전반적인 느낌이 언젠가 꼭 가보리라 생각했던 타지마할과 비슷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타지마할이 이 곳의 모습을 차용한 것이란다. 아름다운 궁전과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는 물 속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꽃과 향을 보관하던 선반

문양과 문구라는데 뭐가 글자고 뭐가 그림인지...;;;

  정원을 둘러싼 건물들을 돌아보다보면 '이슬람 건축 최고의 걸작'이란 찬사가 어색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유럽의 궁전들처럼 화려한 보석장식이나 고가의 그림들과 같은 화려한 요소는 없지만, 천정을 가득 채운 종유석과 벽면 가득한 아라베스크 무늬들은 신전에 온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입구에 있는 선반은 과거에 꽃병이나 향수를 놓았던 자리라는데 은은한 향이 퍼지는 방 안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하루종일 바라만보고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Patio de los Leones(The palasce and courtyard of the lions)


나스르 왕궁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사자의 궁정. 이 곳은 술탄의 정치외교적인 업무를 위한 공간이자 사적인 주거지였다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의 자랑거리는 열 두 마리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사자의 입에서 물이 흐르는 분수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자 한마리 보이지 않고, 사자들이 놓여있었을 법한 위치에는 공사표시만 있을 뿐이었다. 알고보니 지금 사자들은 복원작업중이라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단다. 아... 이렇게 여기에 다시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인가...!!!

신비로운 건물 내부


 이슬람 전통에 의하면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비밀의 장소란다. 하지만 사자의 정원에는 전망대, 연회장, 홀 등 다양한 시설이 가득했다. 이래서야 원... 술탄의 사생활이 보호가 되는걸까...?? 높은 천장 끝까지 가득한 문양과 조각들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당파싸움으로 인한 참혹한 역사가 있는 곳이라 들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The tower of the ladies.

 사자 정원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여인의 탑. 탑 내부의 화려한 문양과 조각이나 호수위에 비치는 탑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탑에서 바라보는 전망이었다. 강 너머 알바이신 지구까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은 정말 예술이다.

여인의 탑에서 바라보는 그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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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스르 왕궁 관람을 마친 뒤,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리는데 자꾸만 뒤를 바라보고 셔터를 누른다.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은 도시를 넘겨주는 조약을 맺은 뒤, 알함브라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던데 그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토를 정복당한 슬픔이 우선이지만 이 아름다운 낙원을 놓고 떠나는 기분은 또 오죽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