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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알바이신에서 듣는 기타연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Granada)

빛나_Bitna 2011. 5. 2. 13:43

알바이신 지역을 걷다.



 알함브라 궁전 맞은 편에 위치한 알바이신(Albaicin) 지역. 8세기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해왔던 이슬람교도들이 그라나다에 왕국을 세우면서 제일 먼저 성채를 건설했던 곳이자, 15세기 말 그라나다가 함락될 때까지 거센 항쟁을 펼쳤던 곳이다. 스페인에서 이슬람교도들이 가장 오랫동안 거주했던 곳이기에 알바이신 지역에는 이슬람 지배 당시 그라나다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고,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이슬람교도들의 흔적을 찾아 걸어보기로 했다.

높이 보이는 알함브라 궁전



 알바이신에서 알함브라 궁전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오래된 주택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슬람풍의 장식과 정원 그리고 흰색의 높은 벽을 가진 주택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꾸불꾸불한 길도 옛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벤츠 스마트 크기의 차량이 아니라면 폭이 좁아 다니기 어렵고, 자전거로 다니기엔 언덕이 높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천천히 걷기로 했다.     

언덕 꼭대기쯤에는

광장이 있다.



 열심히 언덕길을 오르다 정상쯤에서 만난 '산 니콜라스 광장'. 잠시 쉬었다 가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는 곳이다. 알바이신 지역 전체를 돌아보기에 역부족인지라 우리는 이 광장에서 쉬다가 다시 하산(?)하기로 했다. 광장은 여행족들과 동네 마실나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꼬마친구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광장에 자리한 사람들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광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건너편에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고, 일몰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넋놓고 알함브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사실 올라오느냐고 힘들어서 쉬고 있다는;;; ) 어디선가 기타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거리의 예술가들이 기타연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귓가를 감싸는 기타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타레가(Tarrega)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이란 곡이라는데 물 흐르듯 부드럽게 퍼지는 선율이 매력적이다. 연주가 시작되자 광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타선율에 빠져 조용해졌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고 기다렸다는듯 쏟아지는 엄청난 반응...!!! 괜히 덩달아 신이난다. 
 

광장에 모인 예술가들


 산 니콜라스 광장은 알함브라와 그라다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좋은 곳이라 그 아름다움을 연주나 노래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노트와 연필을 들고 열심히 알함브라를 그리는 청년은 매번 그릴 때마다 다른 알함브라 궁전의 모습을 발견한단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그의 눈썰미도 부럽고, 표현하는 솜씨도 부럽고, 심심할때마다 이 곳에 찾아와 쉴 수 있는 것도 그냥 모두 다 부럽기만 하구나. ㅠ_ㅠ 
  

하산하는 중


 여름의 스페인은 워낙 해가 늦게 지는지라 광장에서 일몰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9시는 되어야 한다는;;; ) 알함브라 궁전 뒤로 넘어갈 듯 넘어가지 않는 해를 바라보다 광장을 나섰다. 다시 구불구불 미로처럼 얽혀진 알바이신의 골목을 걷는다. 귓가에 좀 전에 들었던 기타 선율이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