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스페인 Spain

[Spain] 동굴 플라멩코, 스페인의 열정적인 땀방울을 느끼다. (Granada)

빛나_Bitna 2011. 5. 6. 23:19

@Los Tarantos


 투우와 플라멩코만큼 스페인의 색을 잘 표현하는 것이 있을까? 플라멩코의 본고장, 세비야를 두고 내가 그라나다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Los Tarantos라 하는 플라멩코 공연장 때문이었다. 스페인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좋아라하는 TV 프로그램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보게 된 이 곳은 나를 한번에 매료시켰다. 그라나다를 걷다보면 플라멩코 극단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심지어 숙소에서 픽업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극단도 있었지만 나는 지도 하나 들고 이 곳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플라멩코 (flamenco)
이슬람 문화를 기원으로 하며 15세기경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에게 계승된 민속 음악에서 칸테(노래), 바일레(춤), 기타의 세 가지 요소가 성립된 여러 가지 무용형식이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집시 문화로서 생활, 철학, 정신과 아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공연시작 전. 친절한 할아버지를 만나다.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좁은 언덕길위에 있는 공연장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특별히 예약을 하진 않았지만 공연시간 1시간도 넘게 남아 있었기에 우리가 첫번째 손님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는 동양에서 온 아가씨들이 신기했는지 공연장 내부를 구경시켜주며 우리를 명당자리에 데려다주었다.

공연장 안은 이렇게 생겼다.

내부에 있는 바


 내부에는 간단한 바와 부엌 그리고 2개의 공연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벽에는 무용수들의 공연하는 모습이나 유명인사들과 촬영한 기념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스페인 국왕도 왔다 갈 정도로 유명한 곳이란다. 빚바랜 사진들 속에서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진다. 

입장권 (음료포함 22유로)

 
 입장권에 음료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약간의 허기가 느껴져 샐러드로 식사를 대신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사를 함께하려면 우리처럼 일찍 공연장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샐러드는 눈물나게 감동적인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공연장 주변에 적당한 음식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라나다 동굴 플라멩코

우리처럼 식사를 즐기는 려성분들

벽면은 이렇게 꾸며져있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공연장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뭔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곳은 집시들이 살고 있는 동굴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다. 낮에 여러명이 가지 않는 이상 위험하다 하여 집시들의 동굴가옥인 세크로몬테 지역에 가는 것을 포기했었는데... 그 아쉬움을 여기서 달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하나 둘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샹그리아 한 잔을 손에 들고 공연을 즐겨보기로 했다.

첫번째 공연 팀


 무대위로 올라온 첫번째 팀. 플라멩코하면 열정적으로 몸을 흔드는 여성 무용수만 생각했는데 보통 무용수, 기타 그리고 노래 이렇게 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공연장 내에 소란함이 줄어들 무렵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스탭을 맞추는 사람들의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고 노래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흥겹고 신나는 음악을 예상했던 나의 예상과 달리 한이 느껴지는 한국의 민요처럼 구성진 가락이 익숙한 듯 낯선 그런 느낌이다.

언니 스탭이 정말 끝내줌!


 음악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무용수들의 춤이 시작된다. 여성의 춤이었지만 야한 의상과 섹시한 동작으로 들이대는 춤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맺고 끊는 동작들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등장한 남자 무용수는 더욱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준다. 한 명의 여자 무용수의 무대에서 두 명의 무대가 되고 그리고 남자 무용수로 이어지는 무대는 공연을 점점 절정으로 이끈다. 바닥이 꺼질 것 같이 빠르게 밟는 스탭에 정신을 빼앗겼다. 아! 어떻게 이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두번째 공연팀


 두 번째 팀도 앞에 팀과 비슷한 구성이었다. 기타와 노래 그리고 남자 무용수와 여자 무용수. 특이한 것은 사진 왼쪽 뒤에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무용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분이 우리나라로 하면 '무형문화재'정도 되는 유명한 분이란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 외소한 편이었지만 캐스터네츠를 들고 몸을 움직이기만해도 왠지 모를 내공이 느껴졌다.

동굴 플라멩코는 이렇게 즐긴다.


 약 40~50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 나는 셔터를 누르는 것을 잊어버렸다. 덕분에 블로그에 올릴만한 제대로 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없었지만 절대 후회되지 않는다. 좁고 깊은 동굴안에서 현란한 스탭에 발을 맞추고 그들과 함께 가뿐 숨을 내쉰다. 그들의 열정적인 땀방울이 서늘한 동굴의 온도를 후끈하게 만든다. 

 끊임없는 박해와 가난의 서러움을 집시들 특유의 재치와 감흥으로 풀어낸 춤, 플라멩코. 방랑적인 기질과 예술적 감흥을 지닌 소수 유랑민족 집시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그들의 삶이 뜨거운 땀방울처럼 사라지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어깨를 펴고 온 힘을 다해 춤을 추는 사람들, 스페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Los Tarantos (http://www.cuevaslostarantos.com/index2.htm)
그들의 춤이 끝나면 공연단과 관객들의 열정적인 땀방울로 서늘한 동굴의 온도가 급상승함을 느낄 수 있다. 
디카가 좋지 않아 제대로 사진도 동영상도 남기지 못해 그 분위기를 전달하지 못해서 아쉬워 Youtube 링크를 추가한다. 
http://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los+tarantos+gr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