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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최대 중고차시장에 가다, 얼떨결에..; (Zagreb, Croatia)

빛나_Bitna 2011. 12. 16. 00:38

자그레브 기차역 앞


 전날 꽤 빡빡했던 일정때문에 (아침부터 플리트비체 돌고, 오후에는 자그레브 돌고) 오늘 일정은 모두 비워버렸다. 그냥 특별한 목표없이 유유자적 배짱이같은 시간을 보내고 크로아티아를 떠나련다. 그와중에 론리플래닛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Zagreb Market' 정보! 그렇다, 자그레브에도 마켓, 벼룩시장이 있는거다!!! +ㅁ+  

버스를 타고 벼룩시장으로..


 Hrelic Market (불행히도 아직도 발음하는 법을 모르겠다.) 론리플래닛에서 말하길 아주아주 넓은 공터에 자동자, 엔틱아이템, 중고품, 의류, 주방용품 등등 뭐든지 펼쳐놓고 판매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모자와 선크림을 꼭 준비해야 한다니 두근두근...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마침 마켓으로 가는 버스 295번이 기차역 뒤쪽에서 출발한다니, 기차역 근처에 묵고 있는 우리에게 뭔가 딱딱 맞춰지는 기분이다. 
 

버스안에서 본 길거리 시장

여기가 Hrelic Market

 마켓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탔다. 버스가 시내를 빠져나간다 싶더니 어느순간 창밖으로 길거리에 임시가게를 차린 사람들이 눈에 띈다 싶다. 그리고 곧 종점, Hrelic Market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자동차행렬..! 엔틱 가구가 가득한 파리의 벼룩시장이나 활기 넘치는 방콕의 주말시장을 상상했던지라 끝없이 늘어선 자동차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여기는 정말 레알 시장

 '설마 이 넓은 공터에 자동차들만 있는건 아니겠지?' 중얼거리며 공터를 해메다보니 멀리 천막이 보인다. 역시 그렇지, 저기 내가 상상한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엔 상상과 거리가 먼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시장에 엔틱가구, 세컨핸드 아이템 등은 없냐고 물었더니 지금 이 앞에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그렇다! 난 시장의 의미를 잠시 잊었던거다. 현지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곳이 시장이지, 나와 같은 관광객을 위해 예쁘게 포장된 곳이 아니라는 것!

 정신을 차리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파리나 뉴욕의 세련됨보다는 시골장터의 소박함에 가깝다. 특이한 것은 워낙 큰 중고차시장이 함께있다보니 대부분의 손님이 남자들이라는 것이다. 냄비와 컵을 고르고 있는 저 남자는 주말 아침부터 자동차 구경을 나오기 위해 아내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ㅋㅋㅋ 
 

중고차 시장을 구경하다.

 Hrelic Market의 메인 아이템은 자동차. 이렇게 대규모의 중고차 시장은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다규~ 그러니 우리도 대세에 따라 자동차 구경을 해보련다. 아무래도 여기는 외쿡이라 한국에서 꽤나 대우받으시는 벤츠, 폭스바겐, BMW 이런 아이들이 여기저기 대충 널려있다. 좀전까지 아침잠이 덜 깨어 있던 이 남자의 눈이 반짝거린다. 어이, 어이~ 나 좀 봐봐봐~ 
 

BMW Mini의 가격은 이 정도?!

 자동차 사이사이를 걸으며 그 디자인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격표를 보는 재미를 따라올 수가 있겠는가? 이 나라말은 잘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연식, 주행거리 그리고 가격은 숫자로 되어 있고, 단위도 유로라서 환율계산도 바로바로 가능하다. 나처럼 자동차를 에 문외한인 사람도 아는 모델인 BMW Mini가 1,200만원~1,5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한국시세를 생각하면 이 동네에서 Mini는 한국의 아반떼정도...?!

신랑이 탐내던 포르쉐

 신랑이 나를 슬쩍 버리게(?) 만든 포르쉐의 SUV. 모델명따위는 나는 모르겠다, 흥! 2만 유로(3천만원)가 넘는 이 시장에서 나름 고가(대부분의 자동차들이 1만 유로 근처인지라)의 차량이다. 한국에서는 1억이 넘는다고 하니 파격적인 가격이긴하다. 그래서 그런지 구경하는 사람도 꽤 많은 편이었다. 어느새 그 중에 한 명이 되어 있는 나의 신랑. 저 차를 사서 한국까지 끌고 가겠다고 하는걸 뜯어말리느냐고 얼마나 힘들었던지...   

사람도 많고 자동차도 많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그닥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니었지만 돌아보다보니 흥미로웠다.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낯선 브랜드와 모델의 자동차를 보는 재미도 있고, 크로아티아 번호판을 달고 있는 한국 자동차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어느새 크로아티아 아저씨들 사이에서 진중하게 자동차를 고르고 있는 우리, 그러면 뭐하나 사지도 못하는데... 
 
 얼떨결에 가게 된 자그레브 최대의 자동차 중고시장에서의 윈도우 쇼핑은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날, 시장에 갔지만 기념품을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Hrelic Market에 해외배송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할까? 크로아티아에서 한국까지 직배송하는 사업을 하면 성공하지 않을까? 방금 결혼한 신혼부부의 로맨스는 동화책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에서 진중한(?) 사업구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