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홀릭, Travelholic/온더로드 On the Road 167

@엘 찰텐, 아르헨티나 - 피츠로이를 향한 발걸음 (El Chalten, Argentina)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버스를 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내 눈 앞에 피츠로이가 거짓말처럼 서 있다. 아직 꿈은 아니겠지? 사실 나는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때 내게 등산이란, 1)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 혹은 2) 회사 단합대회용이었으니까. 대체 왜 어느 회사든 임원님들은 등산을 좋아하지? 그건 아직도 미스테리 이런 내가 트레킹 외엔 아무것도 없는 여기, 엘 찰텐에 왔으니... 나도 놀라울 따름! 처음에는 '조용한 마을'에서 몇일동안 '산책'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이상하게 조금 더 가보고 싶고, 걷다보니 길의 끝을 보겠다는 쓸데없는 승부욕?이 자꾸만 솟게 되더라. 산 위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 붉게 물든 나무, 파란하늘, 등에 닿는 따뜻한..

@페리토 모레노, 아르헨티나 - 빙하넣은 위스키, 한잔 하실래요? (Perito Moreno Glacier, Argentina)

커브를 도는 순간, 조용하던 버스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하얗고 투명한 빙하가 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숫자만으로는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장벽이 내 앞을 막고 있었다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빙하로 오르는 길목앞에서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된다. 난생처음 보는 얼음세상의 입구에서 흥분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갑자기 굉음이 울리고, 잔잔한 호수에 파도가 쳤다. 빙하의 붕괴, 그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숨을 죽였다.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는 순식간에 주변의 소리를 모두 삼켜버렸다. 페리토 모레노는 쌓인 눈이 얼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쌓이면서 만들어졌..

@바릴로체,아르헨티나 - 여기는 남미의 스위스 (San Carlos de Bariloche, Argentina)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선선한 기운과 맑은 공기, 새파란 호수까지 눈에 들어오니, 장거리 버스이동의 피로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리는구나. 시내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 작은 카바냐(Cabaña, 우리나라식 펜션)를 빌렸다. 이제 우리는 게을러질테다!!! 몇 일간 우리는 완전한 휴식을 즐기며 남은 여행일정을 점검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미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는 것! 진짜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베짱이 생활 몇 일만에 찾은 바릴로체 시내. 맛있다고 소문난 스테이크와 초콜렛을 실컷 먹고, 이제 시작될 가을 파타고니아 여행을 위한 방한용품도 사고 나름 바쁘다, 바뻐! * 파타고니아 (Patagonia)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

@멘도사,아르헨티나 - 와인과 소고기의 나라 입성! (Mendoza, Argentina)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가까운듯 먼 나라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거대한 안데스에 가로막혀 생각만큼 이동이 쉽지 않고, 덕분에 이웃사촌이지만 문화도, 사람들의 성향도 많이 다르단다. 두 나라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하면 그 차이를 더욱 분명히 느끼겠지. 지금 막 국경을 넘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칠레보다 저렴한 그래서 좋은 아르헨티나 물가로구나! 와인의 도시, 멘도사. 근처 마이푸(Maipu)란 마을에 천 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모여있고, 3월 포도 수확철에 대규모의 와인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아르헨티나의 와인은 어떨까? 자전거로 와이너리 탐방을 시작했다. 추천 와이너리 지도를 들고서. 하나하나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한잔한잔 와인 테이스팅을 하다보면, 비틀비틀 길은 왜 이리 꼬불꼬불하고, 자전거 핸들은 왜..

@이스터,칠레 - 모아이 옆에서 미역국 끓이는 여자 (Easter Island, Chile)

아침부터 부지런히 달려 일출 포인트를 찾았다. 잔뜩 구름낀 하늘에 실망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한줄로 서 있는 모아이 뒤로 뜨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니까. 조용한 해변에서 즐기는 나른한 하루. 새파란 바다, 고운 모래 그리고 야자수까지. 물은 조금 차갑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트로피칼 해변이로구나. 여기 모아이 아저씨들은 분위기에 맞게 꽃무늬 셔츠에 기타라도 하나 둘러야 하는거 아냐? 오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미역국. 왜? 오늘, 3월 14일은 우리 신랑의 생일이니까! 작년 생일은 마다가스카르, 올해 생일은 이스터섬. 세계여행 중 맞이하는 신랑의 생일은 항상 섬이로구나. + 이야, 이스터섬에서 미역국이라니! 역시 와이프가 최고! - 이럴때는 '난 참 장가도 잘 갔지!'라고 하는거야. 그치, 그..

@이스터,칠레 - 바다속에 잠자는 모아이를 찾아 (Easter Island, Chile)

가난한 배낭족이지만 스쿠버다이빙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우리 부부. 세계를 여행하며 근사한 바다에 뛰어든 우리가 이스터섬을 지나칠 수 있을까? 게다가 여행준비할때 어드밴스드 다이버 이상 업그레이드를 결심하게 만든 곳이 바로 여기, 이스터였는걸! 눈부시게 파란 이스터의 바다. 사실 이 곳의 바다는 겉에서 보는 것만큼 속이 예쁘지 않다고 한다. 이유는 낮은 수온. 항상 물이 차기 때문에 아름다운 산호군락이나 색색의 물고기떼를 보기 힘들다고. 그런데 왜 다이버들이 이스터 다이빙을 꿈꾸는지 궁금하다고? 바로 모아이다. 이스터섬 앞바다 약 23m 깊이에 잠들어 있는 모아이가 있다. * 모아이가 있는 깊이 때문에 어드밴스드 다이버 이상의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모아이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다이버들은 바빠진다. 기념 사..

@이스터,칠레 - 왠지 익숙한 수수께끼의 섬 (Easter Island, Chile)

칠레의 영토지만 본토에서 무려 3,700km나 떨어져 있는 섬, 이스터. 5시간 30분이나 되는 비행시간은 이 섬의 고립된 위치를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태평양 한 가운데 서있는거구나. 이스터섬, 현지어로 라파누이(Rapa Nui)는 검은 토양의 화산섬이다. 거대한 모아이가 지키는 작은 마을에 꼼꼼히 쌓아올린 돌담길은 이상하게 익숙하다. 안면도 정도 크기인 섬을 둘러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작은 섬을 몇 바퀴 돌아도 지루하지 않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면 자연 그대로의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에 처음 섬이 발견되었을때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황폐했었다던데, 지금은 온통 푸른빛이다. 이스터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바로 모아이(Moai) 섬을 달리다보면 섬 전체에 넓..

@산티아고,칠레 - 세계를 떠도는 유목민 부부를 위해 (Santiago de Chile, Chile)

부부끼리 여행을 하다보니 같은 부부 여행자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모처럼 남자만의, 여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우리는 멕시코 칸쿤의 길거리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났다. 고급리조트들이 카리브해 땅따먹기에 열 올리는 현장에서 패닉이 되어버린 배낭족 모드로. 그 후 플라야 델 카르멘, 키토, 갈라파고스 그리고 쿠스코에서 우리는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다. 나이도, 결혼한 시기도,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접고 나온 것도 비슷한 것이 참 많더라. 덕분에 술잔을 기울이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맨날 술이야~ㅋ '밤과 음악사이' 폴더 속 '환상속의 그대'와 '캔디'에 열광하면서. (이 노래 모르면 댓글금지)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남은 여행 이야기, 떠나온 회사 걱정과 앞으로 우리가 꿈꾸는 직장과 일 ..

@발파라이소,칠레 - 그림 못그리면 입주금지? (Valparaiso, Chile)

길고 늘씬한 나라 칠레는 나라안에서 이동이 쉽지 않다. 북쪽 끝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중앙에 있는 수도 산티아고까지 24시간이 걸렸으니까. 남미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산티아고. 꽤 오랜만에 만나는 도시인데 나는 도망치듯 발파라이소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복잡한 도시 서울에서 왔는데... 왜 도시만보면 피하게 되는걸까. 발파라이소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도시다. 언덕위에 오르면 동네 풍경과 함께 이곳을 오가는 선박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으로 가는 선박도 있으려나? 여기서 한국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발바라이소의 골목길은 갤러리같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출입구에 개성있는 그림들을 잔뜩 그려놓았기 때문에.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동네에 그림이 없는 집을 찾기 힘들 정도다..

@우유니,볼리비아 - 척박하고 황량한 사막의 아름다움 (Uyuni, Bolivia)

우유니를 출발 3일에 걸쳐 칠레로 가는 투어. 많은 사람들이 우유니하면 새하얀 소금 사막만 떠올리지만 은근 볼거리가 많다는 사실! 도시에도 흔치않은 포장도로가 사막 한가운데 있을리가. 덜컹거리는 지프는 우리가 달리는 길의 사정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몇 일 동안 뜨거운 태양아래 사막을 달리지만 지루하지 않다. 창밖으로 보이는 변화무쌍한 사막의 풍경에 눈을 뗄 수 없기에. 이 동네 사막에는 모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붉은 협곡,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까지 다른 사막에서 보기 힘든 풍경들이 여기 있다. 사막의 또 다른 매력은 곳곳에 숨어있는 호수.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건조한 이 곳에서 어떻게 호수가 생겨날 수 있는지, 붉은색, 초록색, 흰색... 어떻게 저렇게 개성있는 색깔을 가질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