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 근교, 슬로베니아 청정 소금을 찾아서 (Piran, Slovenia)
이스트라 반도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도시 피란. 빈티지한 골목길을 부지런히 걷다가 해질 무렵 노을에 물든 붉은 도시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고, 도시 전체에 깔려있는 여유로운 바이브는 한껏 게으름을 피워도 죄책감이 들지 않게 하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피란, 이스트라 반도의 숨은 진주 https://bitna.net/1747
한껏 게으른 나날을 보냈으니 슬슬 피란 구시가지 밖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에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이 피란 주변에는 발음조차 익숙치 않은, 낯선 이름의 자연보호구역들이 꽤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 오호~ 그리하여 오늘은 피란 근교로 떠나보련다.
스트룬얀 보호구역, 해안선 따라 트레킹하기
피란에서 동북쪽으로 약 7km 거리에 위치한 스트룬얀 자연보호구역 Nature Reserve Strunjan은 아드리아해를 따라 약 4km 정도 뻗어있는 해안선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작은 마을과 숲, 염전 같은 소소한 볼거리들이 매력적인 곳이라고.
네비게이션은 이름모를 작은 마을로 우리를 안내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유독 더 인적이 드문 마을에서 트레킹로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도를 보고 바다 방향으로 걸어주기만 하면 됐으니까. 오랜시간 퇴적과 침식을 반복하며 만들어진 독특한 지형도 눈길을 끌었지만 푸른 숲길과 시원하게 트인 바다를 양옆에 두고 걷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멀리 피란 구시가지의 오밀조밀한 전경을 바라보면서.
짧은 트레킹(보단 산책에 가까운 ㅋ) 끝에 사진에서 보던 해안절벽에 닿았다. 80m 높이의 절벽에는 바람과 파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절벽 아래 숨어있는 해변에 빨간 비치타올을 깐 부지런한 커플이 보인다. 적당히 온화한 햇빛과 파도를 즐기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나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독차지한 기분은 어떨까. 준비없이 온 우리는 한껏 부러워할 수 밖에 없었다. 또르르... 다음 기회에!
스트룬얀 보호구역 홈페이지 https://parkstrunjan.si/
포르토로즈, 모던한 리조트 집합소
아침 산책 후 스트룬얀 보호구역에서 남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피란 구시가지를 지나 불과 10분쯤 달렸을 뿐인데 창 밖 풍경이 조금 낯설다. 조용한 어촌마을 피란과 달리 여기는 세련된 도시느낌이 가득 했으니까.
피란 구시가지에서 3~4km, 시내버스로도 쉽게 오갈 수 있는 포르토로즈 Portorož는 대형 호텔과 리조트, 스파, 카지노 등이 몰려있는 휴양도시다. 소박한 피란과 달리 빠방한 에어컨을 자랑하는 대형 레스토랑과 유명 브랜드 매장, 약국 (유럽여행자들의 개미지옥 dm) 등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때문에 피란 구시가지에 머물던 우리도 문명이 필요할 때마다 종종 두 도시 사이를 오갔는데, 우리와 반대로 이 곳에 머물며 구시가지를 오가는 이들도 적지 않더라. 알고보니 주변 국가에 비해 호텔 가성비가 훌륭한 편이라 여름이면 인접한 이탈리아나 크로아티아에서 여행객들이 몰려온단다. 아드리아해를 따라 세 나라(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며 각각에서 유명한 바닷가 호텔을 비교하는 우아한(?) 여행.... 포르토로즈 해변에서 우리는 다음 여행을 꿈꿔본다. 아이가 커야 가능할 일일지도... -_-;;
세초블리예 살리나, 700년 전통의 염전
포르토로즈에서 다시 남쪽으로 5km를 달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세초블리예에 닿았다. 끝없이 펼쳐진 너른 평야에 중간중간 산처럼 쌓여있는 하얀색 무언가(?)를 발견한 남편이 자신있게 액셀레이터를 밟는다.
세초블리예 살리나는 거대한 소금밭, 염전으로 14세기부터 시작된 무려 7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바다와 바람, 햇빛에 인공적 혹은 화학적 가공없이 '페톨라 Petola'라는 생물 침전물을 이용한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재배한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에서 얻은 선물이랄까.
처음에는 염전에 뭐 그리 대단한게 있을까 싶었는데 염전에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라 작업용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내리쬐는 햇빛이 꽤나 뜨거웠지만 아이는 힘들지도 않은지 지치지도 않고 소금밭 사이를 뛰어다녔다.
세초블리예의 소금 생산은 4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진다. 산처럼 쌓인 소금들 사이를 오가는 작업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금 결정들을 모으고 말리는 과정을 몇 차례 되풀이 해야 새하얀 소금을 얻을 수 있단다. 구릿빛 피부의 작업자들의 땀방울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드넓은 평야 위에 빛나는 소금 결정들처럼.
피란 소금, 슬로베니아 쇼핑리스트
세초블리예 염전 안에는 생산된 소금을 체험할 수 있는 1) 레파 비다 스파와 2) 피란 소금 샵이 있다.
드넓은 염전 끝에 위치한 레파 비다 Lepa Vida는 염전에서 생산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노천스파. 말 그대로 사방이 뻥 뚫린 허허벌판에 자리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소규모(인원제한 있음)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대(25EUR~)라 솔깃했는데, 아이님(!)을 모시고 있는 관계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레파 비다 스파 Lepa Vida Spa
- 세초블리예 염전에 위치한 노천 스파로 염전에서 생산된 머드, 소금 등의 미용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 방문 전 예약은 필수이며, 염전 입구에서 스파까지 전기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 사진촬영 금지, 12세 이하는 출입할 수 없다. (노키즈존) 수영장은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고.
- 자세히 보기 : www.thalasso-lepavida.si/en
스파체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문한 곳은 염전 안에 있는 소금 판매샵. 'Piranske Soline'라고 씌여있는 빨간 로고가 있는 이 샵은 세초블리예 염전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소금 그 자체부터 각종 화장품, 초콜릿 등 취급하는 품목이 꽤나 다양했다. 실용적인 기념품이자 선물용으로 좋은 아이템이 많을 것 같아 부지런히 둘러보았다. (+매장에 에어컨이 참 잘 나오더라 ㅋ)
우리가 구입한 여러가지 소금템(?) 중 특히 좋았던 아이템은 1) 허브솔트 2) 소금비누 3) 소금 초콜릿 정도.
허브솔트는 고기요리나 생선요리할때 솔솔 뿌려넣기만 하면 특유의 냄새를 대신 향긋한 냄새가 나서 주방의 잇템으로 등극! 계란후라이도 고급지게 변신시켜주는 마성의 아이템이더라. 합리적인 가격에 취향이 딱히 없을만한 아이템인 소금비누는 선물용으로 특히 인기였고, 소금맛 초콜릿은 단짠단짠의 중독적인 맛이라 몇 개 더 사올걸 아쉬웠을 정도였다.
일정상 염전을 직접 방문할 수 없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류블랴나, 피란, 블레드 등 슬로베니아 주요 도시 여섯 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슬로베니아 소금, 슬로베니아 쇼핑목록에 얼른 적어둘 것.
세초블리예 살리나 자연공원 Sečovlje Salina Nature Park
- 아드리아해 연안으로 피란에서 남쪽으로 약 9km 거리에 있다.
- 14세기부터 이어진 염전으로 미생물을 활용한 전통 방법으로 소금을 재배하고 있다.
- 염전 자체를 직접 돌아볼 수 있고 (도보/자전거)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 염전에서 생산된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노천스파와 샵이 있다.
- 자연공원 홈페이지 www.kpss.si/en/the-park
- 슬로베니아 소금샵 홈페이지 www.soline.s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