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여행 233

나는,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

20개월이 넘는 여행길에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의 모든 것이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특히 우리보다 인생을 경험한 '인생선배'들과의 대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곤 했다. 여행, 일, 삶 그리고 인생... 수많은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자녀와 부모'였다. 이제 막 '부부'라는 가족의 첫 단추를 끼운 우리에게 '부모'는 결혼보다 훨씬 큰 물음표였고, 이미 경험한 이들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그들의 이야기는 수첩에 적어둘 필요조차 없었다. 내 머리속에 너무 강하게 자리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아이들도, 나도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언어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 재밌더라구요. ..

코파카바나 숙소 - 호텔 파라이소 Hotel Paraiso (Copacabana, Bolivia)

코파카바나의 두번째 날, 오늘도 여전히 따뜻한 물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결국 우리는 끝내주는 티티카카 호수의 전망을 포기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여기저기 다녀보니 핫샤워가 잘 나오는 (가스보일러가 돌아가는) 숙소는 우리가 머무는 숙소 방값의 2배가 훌쩍 넘는거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지,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 아니던가! 그렇게 결국 찾아낸 저렴한 가격대의 숙소는 허무하게도 미라도르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미라도르 호텔이 그러했듯 이 숙소도 로비는 꽤 훌륭해 보인다. 커다란 주방과 식당이 있고, 푹신한 쇼파와 TV 그리고 PC가 구비된 라운지도 있었다. 식당이 워낙 커서 당연히 조식이 있을거라 기대하고 물었더니 없단다. 우리가 가격네고를 열심히 해서 그런건가 하고 봤는데 다른 투숙객에게도 조..

세계여행자의 배낭 속, 소소하지만 유용한 아이템 공개

세계여행을 시작한 지 일년 반이 넘었다. 여행 첫 날, 말레이시아에서 챙겨오지 못한 아이템들을 구입하러 다닌 것이 어제같은데... 이젠 제법 배낭을 꾸리고 짊어지는 것이 익숙해졌다. 간혹 우리 배낭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더라. 큼직한 물건들은 여행 전에 이미 포스팅한 관계로 오늘은 여행하면서 생각보다 은근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소소한 물건들을 공개해 보련다. 세계여행 짐은 어떻게 챙겨야 할까? http://bitna.net/1045 콘센트 멀티탭 많은 여행자들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다국적 멀티플러그는 챙기면서 콘센트는 챙기지 않는다. 카메라, 휴대폰, 노트북, 탭, mp3 등 여행자들이 들고 다니는 전자제품의 숫자를 생각하면 멀티플러그만큼이나 필요한 물건인데 말이다. 들고 다니는 전자..

두 달 하고도 반, 인도 여행의 끝 (Mamallapuram, India)

이른 아침부터 알람이 울린다. 평소라면 빠른 속도로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을 청했을 신랑이 오늘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조금 익숙하게 그리고 훨씬 빨라진 속도로 짐을 챙기는 우리 부부. 오늘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인도 여행이 끝나는 날이다. 다른 도시가 아니라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날이다. 기차도, 버스도 아닌 무려 비행기로! 그 동안 대충,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다니던 수 많은 액체들을 큰 배낭에 쑤셔넣고 나니 예약한 택시가 도착했다. 짐을 트렁크에 쑤셔넣고 지금까지 긴 시간을 함께 한 제주커플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인연은 짧은 시간에도 금새 친해진다. '여행'이라는 공통된 그리고 가슴 설레이는 주제가 있는데다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은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평..

마말라푸람, 돌 좀 깎는 사람은 여기 다 모였네 (Mamallapuram, India)

딱,딱,딱,딱. 마말라푸람의 아침은 돌을 두드리는 소리로 시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석공들이 거주하고 있으니까. 그들의 일과는 돌을 깨고 다듬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석공들의 거리에 접어들면 뽀얗게 날리는 돌가루 속에서도 묵묵히 작업에 열중인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말라푸람은 예로부터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석공들로 유명한 동네라고 한다. 주먹만한 조각부터 사람 한 명보다 훨씬 큰 거대한 조각들로 가득한 석공들의 거리는 갤러리를 방불케한다. 대부분이 불교 혹은 힌두교와 관련있는 조각들이지만 코끼리, 강아지, 호랑이 등등 동물 조각도 많은 편이었다. 석공들은 어제도 오늘도 망치질을 하느냐고 바쁘기만 하다. 그런데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것은 좋은데 이걸로 생계가 유지되긴..

마말라푸람, 인도스타일 바닷가 데이트 (Mamallapuram, India)

남인도의 햇살은 뜨겁다. 더 이상 까맣게 타는 것을 막아보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지만 뜨거운 태양을 피할 길이 없구나. 마말라푸람에서 그리고 인도에서 마지막 날, 오늘은 긴 시간을 함께 한 제주커플과 함께 마말라푸람의 주요 유적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닷가 사원. 말 그대로 뱅골만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힌두사원이다. 이 사원은 7세기경 마말라푸람이 인도양과 아라비아 해를 넘나드는 동서 교역의 출발지로 번영했던 시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시바, 비슈뉴 등 이제는 익숙한 힌두교의 신들을 위한 신전들이 모여있는데, 지금까지 보았던 남인도 사원들과 비교하면 수수한 편이다. 과거 이 곳에는 7개의 비슷한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의 힘에 지금 현재는 이 사원만 남아있다고. 제 아..

마말라푸람, 정전이 일상인 동네 (Mamallapuram, India)

인도여행의 마지막 도시 마말라푸람에 무사히 도착, 뜨거운 해가 들어갈쯤에 천천히 동네 구경을 나섰다. 가장 처음으로 만난 것은 크리슈나의 버터볼 (Krishna's Butter Ball). 이 독특한 이름의 주인공은 돌로 된 언덕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커다란 바위덩어리였다. 모양도 공처럼 동그란데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위치에 놓여있어 많은 사람들의 설정샷 포인트로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신기하긴 하지만 비슷한 아니 더 아슬아슬하게 놓인 돌 덩어리들을 함피에서 수 없이 보았기에 그리 감흥이 크진 않았다. 다만, 왜 수 많은 인도의 신 중에 '크리슈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할 뿐.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안쪽으로 벽을 깎아서 만들어진 사원들이 모습을 드러..

까냐꾸마리에서 마말라푸람, 인도여행 마지막 장거리이동 (Mamallapuram, India)

힌두교 축제 디왈리는 우리에게 색다른 까냐꾸마리의 모습과 함께 도시 밖으로 나가는 교통편의 부재를 선물해 주었다. 축제 기간동안 힌두교 성지인 이 곳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기차고, 버스고 모두 마비상태였으니까. 몇 번의 시도끝에 간신히 첸나이로 가는 버스표를 구했는데, 그 마저도 근처 도시인 나가르코일(Nagercoil)에서 갈아타는 것이었다. 까냐꾸마리에서 시내버스로 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과감히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네 명이니까. 네 사람의 짐을 꾸역꾸역 집어넣고서 택시는 나가르코일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보다 연식이 되어보이는 클래식카는 겉보기에는 빈티지하고 근사했지만 승차감은 영... -_- 덜덜거리는 소리하며 방지턱을 넘을때마다 온몸으로 충격이 느껴지는 것이..

까냐꾸마리, 인도 힌두교의 성지 구경하기 (Kanyakumari, India)

우리가 까냐꾸마리를 찾았을 때는 인도 힌두교 최대 명절(?)인 디왈리였다. 덕분에 평소에는 (우리같은) 여행자만 쓸쓸히 돌아 다닌다는 까냐꾸마리에 유난히 많은 현지인들이 몰렸다. 인도 사람들에게 이 곳은 땅끝마을이기 이전에 힌두교의 성지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현지 사람들을 따라다녀보기로 했다. 일출을 보고 부지런히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을 얼릉 따라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것은 까냐꾸마리 사원. 이 사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지역의 처녀 여신 Parvti를 봉한 사원이란다. 그녀는 시바신과 결혼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참회를 했지만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영원한 처녀로 남게 되었다고. 힌두교에서 이 사원은 화합과 신성의 상징이란다. 솔직히 사원에 얽힌 이야기는 아무리 노력해봐도 왜 신..

까냐꾸마리, 인도대륙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Kanyakumari, India)

여기 까냐꾸마리는 인도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마을이다. 어젯밤 잠이 들면서까지 내일은 일출을 봐야 한다고 중얼거리던 신랑은 첫 번째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에는 알람시계 두 세개로도 부족한 사람인데... 이것이 땅 끝이 주는 힘이랄까? 부지런히 숙소를 빠져나와 바닷가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 여기저기 몰려나온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다. '땅끝마을 = 일출보기'는 남녀노소 국적불문의 공식인건가? 사람이 많은 것은 바다쪽도 마찬가지. 물 밖으로 일부 튀어나와 있는 바위위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혈기넘치는 젊음에게 몰아치는 파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나보다. 이리저리 기웃기웃 사람들속에서 한참을 해메다가 자리를 잡았다. 이제 일출을 감상할 시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