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83

@우수아이아, 아르헨티나 - 세상의 끝, 모든 것의 시작 (Ushuaia, Argentina)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는 세상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곳을 '세상의 끝'이라 부른다. 우수아이아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남극이 더 가깝다. 여름(1월~3월)마다 남극으로 떠나려는 여행자들이 줄을 잇는다고. 세상에, 남극도 여행할 수 있는거였어?! 사실 이 도시에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지 않다. 펭귄, 바다사자 같은 동물들이나 영화 해피투게더로 더 유명해진 등대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세상의 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기에 여기만한 장소는 없으니까. 세계여행을 시작한지 20개월. 지구를 한바퀴 돌아 우리는 지금 세상의 끝에 서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여행은 두 달도 남지 않았고, 이제 우리는 또 다른 ..

@토레스 델 파이네, 칠레 - 산 속에서 보낸 3박 4일 (Torres del Paine, Chile)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이힐을 신고 서울시내를 마음껏 누비던 나름 쉬크한 도시여자였으니까. 신발장에 차고 넘치는 것이 신발이었지만 트레킹화는 커녕 제대로 된 운동화 하나 없었고, 옷장에 차고 넘치는 것이 옷이었지만 등산복은 커녕 그 흔한 바람막이 하나 없던 나였다. 당연히 나의 배낭에 산과 관련된 아이템은 없었고, 우리 여행 일정에 장기간 트레킹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을 하며 나는, 우리는 조금씩 변했다. 산에 오를 일이 많아졌고 오르다보니 은근 매력있네? 높은 곳만 보면 올라가고 싶어지네? 결국 우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위해 국경을 넘어 칠레에 입성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자타공인 남미에서 손꼽히는 트레킹 코스다. 이 곳에 가기 위해 국경을 넘어왔..

@엘 찰텐, 아르헨티나 - 피츠로이를 향한 발걸음 (El Chalten, Argentina)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버스를 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내 눈 앞에 피츠로이가 거짓말처럼 서 있다. 아직 꿈은 아니겠지? 사실 나는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때 내게 등산이란, 1)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 혹은 2) 회사 단합대회용이었으니까. 대체 왜 어느 회사든 임원님들은 등산을 좋아하지? 그건 아직도 미스테리 이런 내가 트레킹 외엔 아무것도 없는 여기, 엘 찰텐에 왔으니... 나도 놀라울 따름! 처음에는 '조용한 마을'에서 몇일동안 '산책'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이상하게 조금 더 가보고 싶고, 걷다보니 길의 끝을 보겠다는 쓸데없는 승부욕?이 자꾸만 솟게 되더라. 산 위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 붉게 물든 나무, 파란하늘, 등에 닿는 따뜻한..

산티아고 숙소 - Departamentos Amoblados Centro Bellas Artes (Santiago de Chile, Chile)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는 꽤 많은 교민이 거주하고 있어 한인마트, 식당은 물론 한인민박도 꽤 쉽게 찾을 수 있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우리도 참 많이 들었다, 산티아고 전설의? 한인민박에 대해서...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우리는 한인민박대신 아파트를 찾았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산티아고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오피스텔 단지였다. 최근에 완공된건지 건물은 아직도 새것이었고, 바로 옆에는 꽤 고급스런 느낌의 호텔도 자리하고 있었다. 숙소는 오피스텔 단지에 있는 몇 개의 방을 단기로 렌탈해주는 방식이었다. (이 건물 전체가 숙소는 아니라는 말) 로비에 어떤 숙소를 찾아왔다고 이야기하니 전화로 숙소 관리자를 불러주었다. 외관에서 예상했지만 건물 내부는 상당히 모던했다. 테라스까지 있는 스튜디오 형태였는데, 거실에..

발파라이소 숙소 - 까사 비올레타 리몬 Casa Violeta Limon (Valparaiso, Chile)

세계에서 가장 늘씬한 나라 칠레. 덕분에 나라안에서 남북으로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무려 24시간을 버스로 달려 산티아고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2시간을 달려 발파라이소에 지친 몸을 뉘였다. 벽화로 뒤덮힌 좁은 골목길은 우리에게 발랄한 도시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구나. 예약한 숙소는 아파트였는데 주소를 들고 찾아간 곳은 '까사 베르데 Casa Verde (스페인어로 '초록색 집')'란 이름의 호스텔이었다. 알고보니 우리가 예약한 아파트는 이 호스텔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친절한 리셉션 아가씨는 길 건너 있는 아파트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리빙룸 겸 다이닝룸, 주방, 욕실 그리고 침실로 나눠진 아파트는 복층으로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공간이 넓어 네 사람이 지내기에 큰 어려움..

@페리토 모레노, 아르헨티나 - 빙하넣은 위스키, 한잔 하실래요? (Perito Moreno Glacier, Argentina)

커브를 도는 순간, 조용하던 버스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하얗고 투명한 빙하가 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숫자만으로는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장벽이 내 앞을 막고 있었다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빙하로 오르는 길목앞에서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된다. 난생처음 보는 얼음세상의 입구에서 흥분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갑자기 굉음이 울리고, 잔잔한 호수에 파도가 쳤다. 빙하의 붕괴, 그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숨을 죽였다.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는 순식간에 주변의 소리를 모두 삼켜버렸다. 페리토 모레노는 쌓인 눈이 얼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쌓이면서 만들어졌..

산페드로 아타카마 숙소 - 호스텔 에덴 Hostal Eden Atacameno (San Pedro Atacama, Chile)

칠레 북쪽에 있는 산페드로 아타카마는 작지만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마을이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이 바로 옆에 있고, 북쪽으로 국경을 넘으면 볼리비아 우유니로 가는 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박 3일 우유니 사막투어를 마치고 왔기 때문에 쉬기 좋은 숙소를 찾아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때문에 걸어다니기도 힘든데다 물가는 어쩌면 그리도 비싼건지... 비싸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저렴한 볼리비아에서 넘어와서 그런지 멀미가 날 지경이로구나. 한 시간이 넘도록 동네를 떠돌다 그나마 가장 적당한 (결코 싸지 않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25,000페소, 무려 5만원!!! 그런데 공용욕실이라니!!! 침대, 작은 선반 그리고 옷장. 우리가 머문 방은 심플했다. 이 방보다 더 심플한 정말 침..

@바릴로체,아르헨티나 - 여기는 남미의 스위스 (San Carlos de Bariloche, Argentina)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선선한 기운과 맑은 공기, 새파란 호수까지 눈에 들어오니, 장거리 버스이동의 피로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리는구나. 시내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 작은 카바냐(Cabaña, 우리나라식 펜션)를 빌렸다. 이제 우리는 게을러질테다!!! 몇 일간 우리는 완전한 휴식을 즐기며 남은 여행일정을 점검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미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는 것! 진짜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베짱이 생활 몇 일만에 찾은 바릴로체 시내. 맛있다고 소문난 스테이크와 초콜렛을 실컷 먹고, 이제 시작될 가을 파타고니아 여행을 위한 방한용품도 사고 나름 바쁘다, 바뻐! * 파타고니아 (Patagonia)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

우유니 숙소 - 호텔 오로 블랑코 Hotel Oro Blanco (Uyuni,Bolivia)

우유니에 가기 전부터 수 없이 많은 말을 들었다. 1) 우유니에서 숙소에 대해 기대는 하지 말라. 2) 우유니에서 인터넷 되는 숙소는 사치다. 그래서일까? 우유니에서 우리의 숙소선택 기준은 거의 바닥 아니 지하 수준이었다. 그나마 인기있는 Avenida 호텔이 만실, 어쩔 수 없이 바로 길 건너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우리가 머문 방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침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산지역의 선선한 날씨를 감안해 두툼한 담요가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해가 잘 드는 방을 골랐더니 우중충한 분위기를 조금 덜어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방도 그렇지만 욕실도 청결도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샤워기 머리에 온수기가 달려있지만 동작하지 않는 듯 했다. 이 숙소는 오전/저녁 지정된 시간..

라파즈 숙소 - 호텔 라바예 Hotel La Valle (La Paz, Bolivia)

볼리비아의 실질적인 수도, 라파즈. 볼리비아에서 가장 발달된 도시라는 말에 살짝 기대했건만, 우리를 맞이한 것은 도시를 가득 메운 검은 매연뿐이었다. 숙소는 꽤 많았지만 가격대비 괜찮은 숙소를 찾는 것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고르고 골라 찾아낸 호텔 라 바예 Hotel La Valle. 전체적으로 오래된 느낌이었지만 수 많은 라파즈의 숙소가 다 비슷한 수준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눅눅한 기운이 없고 이부자리가 깔끔하니 OK, 방이 넓고 수납공간이 많으면 Thanks, 방안에서 무려 인터넷이 연결되니 Super Plus!!! 무엇보다 우리가 이 숙소에 반해버린 것은 욕실이었다. 숙소 전체적으로 설치된 가스보일러가 정말정말 뜨거운 물을 24시간 언제든 팡팡 쏟아내 주었으니까. 고산지역이라 항상 쌀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