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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만파야 국립공원, 화산열로 굽는 바베큐?! (Timanfaya NP, Lanzarote, Canary Islands)

빛나_Bitna 2018. 2. 15. 07:57

화산활동의 중심지, 티만파야 국립공원 

온통 검은 색

여기는 티만파야 국립공원


카나리아 제도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란사로테는 카나리아 제도에 속한 섬 중에서도 가장 최근 + 활발한 화산활동이 진행되었던 곳으로 화산 폭발의 중심지였던 섬의 서쪽은 티만파야 국립공원 Timanfaya National Park으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다. 


여기가 지구인가?

가는 길이 왠지 무서운 것은 기분탓일까.


입구에서 티켓팅을 하고 전망대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린다. '몬타냐스 델 푸에고 Montanas del Fuego (스페인어로 불의 땅)'라고도 불린다더니, 정말 양 옆으로 검게 탄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화산재로 뒤덮인 황량한 땅, 모든 것을 태워버린 용암을 생각하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섬뜩하다. 어제까지 한껏 늘어져 있던 아름다운 해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세!

플라야블랑카, 게을러지고 싶은 바다 http://bitna.net/1699



검게 타버린 섬 란사로테

길의 끝에 있는 주차장

관광용 버스를 타야 한다.


티만파야 국립공원의 내부는 개별 여행이 금지되어 있고, 공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탑승해 공원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버스는 방문객의 숫자에 따라 수시로 출발하며 영어/스페인어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  


용암이 흘렀던 흔적

오랜시간 지속된 풍화작용으로 고운 흙이 되어 있다.

곳곳에 솟아나는 생명의 신비


버스는 지정된 루트를 따라 달리며 공원에 남아있는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미 까맣게 굳어버렸지만 울퉁불퉁 지표면을 뚫고 나온 형태나 꿈틀대는 듯한 모양새가 그 옛날 온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흘렀을 붉은 용암을 상상하게 했다. 사실 처음에는 직접 걸어보지 못하고 차창 너머로 바라봐야 하는 것에 살짝 실망했었다. 하지만 땅 속 깊은 곳은 여전히 지글지글 끓고 있다는 화산지형을 마주하니, 걷고 싶은 마음이 싸악 사라지더라.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다.


란사로테의 마지막 화산 폭발은 1824년. 백년을 훌쩍 넘긴, 오래전 일이지만 섬에 남아있는 수백개의 화산과 분화구, 아직도 열기를 내뿜고 있는 땅이 어제 일인듯 생생했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끈 것은 군데군데 고개를 내민 푸른 생명들. 거센 바람에 맞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지금은 온통 검은색이지만 정말정말 먼 훗날 언젠가 란사로테에도 꽃과 나무가 무성한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디아블로 레스토랑 El Diablo, 화산열로 굽는 바베큐

구덩이에 지푸라기를 넣으면

불... 불이야!


한 시간 정도의 버스투어를 마치고, 이제는 이 땅에 숨겨진 힘?을 확인할 시간. 전망대 한켠에 준비된 커다란 웅덩이로 이동하자 공원 스탭분이 마른 지푸라기를 웅덩이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 보인다. 안전상 뒤로 물러서야 한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큰 불꽃이 일었다. 연기 좀 나다 말겠지 했던 몇몇 사람들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한건 안비밀. ㅋㅋ 지열을 느껴보라고 손에 쥐어준 돌맹이는 불가마에서 방금 나온 듯 뜨거웠다. 


두번째 실험은?

땅에 꽂혀있는 파이프에 물을 부으면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와우, 이건 장풍인가..?!


두번째 실험은 땅에 박힌 파이프에 물을 흘려보내는 것. 물의 양에 따라 발생하는 수증기의 달라지는데 양동이 가득 부어주니 4~5m는 족히 넘을 듯한 증기 기둥이 칙-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여기서도 놀란 사람들은 자동 뒷걸음질 ㅋㅋ 오랫동안 폭발하지 않았다지만 땅의 힘이 보통이 아니다. 내일 당장 활동을 재개했다는 뉴스가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여기는 엘 디아블로 레스토랑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불꽃도 수증기도 좋지만, 티만파야가 품은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엘 디아블로 레스토랑 El Diablo Restaurant. 국립공원의 독특한 지형을 파노라마로 감상하며 근사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표메뉴인 바베큐를 포함 메인요리가 15EUR 전후로 (관광지임을 감안해도) 가격대는 나쁘지 않은 편. 매장이 넓고, 생각보다 식사 손님이 많지 않아서 예약없이도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 옆으로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는데 레스토랑보다는 훨씬 혼잡한 편이었다. 


초대형 그릴의 정체는?

화산열로 고기굽는 중


디아블로 레스토랑과 이 곳의 바베큐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조리방법에 있다. 바베큐 메뉴는 모두 식당 뒤쪽에 있는 대형 그릴에서 조리되는데, 아무리봐도 불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호기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본다. 노릇노릇 고기가 익어가는 그릴 아래로는 땅 속 깊숙히 뚫려있는 구멍이 전부인데, 구멍 속에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그렇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화산열로 고기를 굽는다. 마른 지푸라기에 불을 붙이고, 수증기를 쏘아올렸던 그 화산열이 고기도 구워낼 정도라니, 가스나 숯 같은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치 않은 참으로 자연친화적인 레스토랑일세. 


닭고기 꼬치요리

소고기 스테이크

치킨샐러드 (이건 별로)


화산열로 구워낸 바베큐 맛은 어떨까? 기름이 쫘악 빠져 담백하면서 속은 촉촉한 것이 불 위에서 굽진 않았지만 직화구이의 맛과 다르지 않아 신기했다. 다만 조리방식의 특성상 소고기 스테이크는 익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라는. 맛이 대단히 훌륭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레스토랑의 분위기나 독특한 조리방식, 착한 가격만으로도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랄까. 아, 언제나 바베큐가 준비된 상태라 서빙이 빠르다는 것(심지어 샐러드가 더 늦게 나온다 ㅋㅋ)도 장점!     


티만파야 국립공원 Timanfaya National Park

- 란사로테 섬 서쪽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섬을 탄생시킨 화산의 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 

- 입장료: 성인 10EUR (국립공원 버스투어 1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 엘 디아블로 레스토랑 El Diablo : 화산열로 익히는 바베큐로 유명한 레스토랑.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식사는 12시 이후부터 가능.


- 란사로테, 카나리아 제도 여행정보 (일정/비용/깨알팁 등) http://bitna.net/1697

- 윤식당2 촬영지, 카나리아 제도로 가는 길 http://bitna.net/1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