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포르투갈 Portugal

리스본 근교, 여왕의 도시 오비두스 (Obidos, Portugal)

빛나_Bitna 2018. 7. 13. 07:38

리스본에서 1시간, 오비두스로 가는 길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


몇 일간의 리스본 여행을 마치고 이제는 리스본 근교로 떠나 볼 시간. 리스본 주변에는 1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는 근교 소도시가 꽤 많은데, 오늘의 여행지는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85km 거리에 있는 도시 오비두스로 떠나보련다.  


리스본, 과거에 머물며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 (Lisbon, Portugal) http://bitna.net/1707

리스본 벨렘지구, 원조 에그타르트의 달콤한 유혹 (Belem, Lisbon, Portugal) http://bitna.net/1708

- 리스본 알파마 지구, 트램을 타고 빛바랜 골목 속으로 (Alfama, Lisbon, Portugal) http://bitna.net/1709  


로마 수로교가 남아있다.

오비두스 마을로 들어가는 문

수를 놓고 계신 할머니

화려한 아줄레주


오비두스는 라틴어로 '성채'라는 뜻의 'Oppidum'에서 유래된 곳으로 이름처럼 로마시대 성채가 그대로 남아있는 역사적인 마을이다. 성채와 수로교, 목욕탕 같은 로마시대 유적은 물론 선사시대 유적들도 심심찮게 발견되어 현지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고. 성문에 남아있는 화려한 아줄레주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가운데가 살짝 내려앉은 반질반질한 돌 바닥이 마을의 긴 역사를 말해주는 듯 했다.  

리스본에서 오비두스 가기 (By 대중교통) : 캄푸 그란데 Campo Grande 역에서 오비두스로 가는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약 1시간 소요.



중세로 떠나는 성벽투어  

성벽에 오르면 메인거리가 내려다 보인다.

이제 부지런히 걸어보자.

애써 웃고 있지만 사실 좀 무섭...


성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성벽으로 연결된 계단을 올랐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성벽은 몇 개의 계단을 통해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는데, 마을 구석구석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고. 성벽에 오르자 오비두스의 중심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도 함께. 


성벽이 꽤 높다.

성벽 밖은 이런 모습. 꽤 높다.

지금은 성벽 너머에도 마을이 있다.

성벽 밖, 주변 풍경


오비두스에 처음 성채가 만들어진 것은 로마시대. 이후 수세기에 걸쳐 (특히 13세기~16세기) 성채는 더 높게 더 견고하게 쌓아올려졌다. 성벽은 생각보다 더 높고, 한 명씩 통행해야 할 정도로 폭이 좁았다. 게다가 난간도 없어서 어찌나 쫄리던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안쪽 벽으로 바짝 붙어 걷게 되더라. 그런 나를 안심시킨 것은 견고한 성벽. 평평하고 단단한데다 무너진 곳 하나 없는 것이 왠지 믿음직스러웠다고나 할까.    


미로같은 골목길

똑같은 집이 하나도 없네

걷다보니 용기가 생긴다.


성벽 위에서는 성채 안의 마을 뿐 아니라 성채 밖, 상당히 먼 거리까지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런 지리적 잇점이 수 세기 동안 수 많은 집권자들이 오비두스를 아꼈던 이유겠지. 지금은 나같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겠고. 주황색 지붕을 얹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우리는 부지런히 성벽을 걸었다. 

  

이제 그만 내려오자. (성벽을 오르내리는 계단)

여기는 어디일까?

오비두스 성


오비두스 성과 연결된 계단을 통해 하산?하면서 우리의 성벽투어는 막을 내렸다. 마을 입구의 정반대편에 자리한 성은 14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현재는 고급호텔로 운영중이다. 이런 곳에서 머물면 왕족이라도 된 기분일텐데, 다음에 우리가 이 곳을 찾는다면 이 성에 머물어 보는걸로. 남편님, 보고 있나..?! ㅋㅋ


오비두스 성 호텔, 포사다 카스텔로 데 오비두스 (Pousada Catelo de Obidos) www.pousadasofportugal.com/pousadas/obidos



여왕들이 사랑한 아름다운 골목길,

이제는 마을 안을 걸어보자.

산티아고 교회 Church of Santiago, 내부에 서점이 있다.

산타마리아 교회 Igleja Matriz de Santa Maria, 오비두스의 랜드마크 내부 아줄레주가 진심 멋지다.

흔한 기념품샵


성벽 위에서 보던 오비두스의 골목길 속으로 들어갔다. 로마의 멸망 후 서고트족과 무어족의 손을 거친 이 곳을 차지한 것은 1148년의 포르투갈의 초대 왕인 아퐁소 엔리케였다. 이후 1210년 아퐁소 2세가 결혼선물!로 이 도시를 우라카 여왕에게 선물했고 (이것이 왕의 스케일!), 수세기동안 여왕들에게 상속?되면서 오비두스는 '여왕의 마을'로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결혼식 장소로 인기있는 곳이라고.  


기념품샵이 자꾸만 발길을 잡는다.

근사한 서점도 있고,

노랑과 파랑은 나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함이라고.


대부분 중세시대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는데 나는 미로같은 골목길을 걷는 것이 마냥 좋았다. '여왕의 도시'라기엔 화려함과 거리가 먼, 소박한 마을이지만 골목골목에서 풍겨오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반하지 않을 여성은 없을 것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멋이랄까.   



초콜릿 잔에 술 한잔 하실래요? 

오비두스 특산물 진자 Ginja


오비두스의 특산물인 체리주 진자 Ginja는 술 자체보다 마시는 방법이 더 독특한 술로 초콜릿으로 만든 작은 잔에 담겨져 나온다. 깔끔하게 한번에 들이키고 남은 초콜릿 잔을 안주처럼 먹어버리면 된단다. 여기까지 왔으니 안 먹어 볼 수 있겠는가, 골목을 걷다 마음에 드는 바에 자리를 잡고 진자를 주문했다.  


초콜릿 잔에 담겨 서빙된다.


소주잔의 절반 정도 되는 작은 잔에 찰랑찰랑 담겨나온 진자. 소꿉장난같은 작은 잔에 담겨있는 달콤한 향이라 얕봤는데 생각보다 도수가 높았다. 재빨리 초콜릿 잔을 입 안에 쏙~ 넣어주니, 짜릿한 끝 맛은 사라지고 달콤한 향만 남으니 이거 괜찮구만! 초콜릿이 생각보다 괜찮은 술안주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역사적인? 날이로군.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메인거리


끄물끄물하던 하늘이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적해진 골목길을 신나게 걸어주었다. 비 냄새와 운치를 실컷 즐기면서. 오늘 하루 오비두스 당일여행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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