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잠비크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나라였다. 1) 아프리카 남동부에 길게 뻗어있는 나라라는 것과 2) 한때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것 외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그래서 모잠비크의 첫번째 여행지 수도 마푸토에서 우리는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갈 계획이었다. 여행중에 만난 다른 여행자가 포르투갈로부터의 독립 이후 불안정한 정세로 발전이 더딘 나라라고 했었는데,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수도 마푸토는 다른 남부 아프리카 도시들과 비교하면 삭막하고 산만한 분위기였으니까.
가이드북 구석에서 찾은 파티마 하우스. 이 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한 숙소인지 택시 기사 청년은 지도나 주소를 보지도 않고 단번에 우리를 숙소 정문 앞에 내려주었다. 숙소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굳게 닫힌 문은 방문자를 확인한 후에야 열리게 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는 보통의 여행자 숙소와는 다른 것이 아무래도 이 도시가 별로 안전하지 않은가보다.
다소 삭막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마당 한쪽으로 술과 음료를 파는 바가 있고, 다른 쪽으로는 한껏 늘어져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대낮부터 이 곳에 늘어져 게으름을 피우는 여행자들이 꽤 많았는데 대부분 유럽에서 온 어린 친구들이었다. 전형적인 배낭여행자 숙소 느낌에 방금전까지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또 살짝 펴지는구나.
리셉션과 그 주변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여행정보는 우리가 딱 원하는 그것이었다. 여행정보가 많은 나라도 아니고 충분히 준비할만한 시간도 없었던지라 우리는 체크인을 하는 것보다 더 먼저 벽에 붙어있는 정보들을 확인했다. 모잠비크는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많은 여행자들이 도시별 이동에 애를 먹는데 이 부분을 겨냥한 여행자용 미니버스가 꽤 많이 운행되는 듯 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 상태를 확인하던 우리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가격대비 방 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았다. 욕실이 포함된 방이 꽉 찼다고 해서 6인 도미토리를 둘이서만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문제의 방은 낡고, 어둡고, 좁았다. 게다가 에어컨은 커녕 동작하는지 의심스러운 낡은 팬이라니... 이럴 순 없어!!! 숙소 곳곳에 공용으로 사용되는 화장실과 샤워가 있는데 그 상태도 만만치 않았다. 손님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는 건지, 청소는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더 놀라운 것은 이게 이 동네에서 가장 싼 방이라는 사실! 오, 마이, 갓.
패닉 상태로 짐을 풀고서 마푸토 시내에 있는 항공사 사무실을 찾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모잠비크 북쪽에 있는 도시 펨바였기 때문에. 그런데 여기서 받은 2차 충격, 마푸토에서 펨바로 가는 항공권이 인당 500달러가 넘는단다. 2시간이 채 안되는 편도비행에! 오, 마이, 갓. 본래 우리의 계획은 마푸토에 몇 일 머물며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모잠비크 북부를 여행, 말라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곳으로 가는 비행기표는 너무나 비쌌고, 나는 하루라도 빨리 마푸토를 벗어나고 싶었다. 결국 그 날 밤, 우린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는 토포 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마푸토 숙소 - 파티마 백패커스 Fatima's Backpackers (Maputo, Mozambique)
- 1박에 2,000MZM (약 76,000KRW), 2인, 공용욕실, 에어컨없음, 조식불포함, 인터넷 유료 - 2013년 3월
- 치안이 좋지 않아 저녁 시간 호스텔 안에 있는 바는 항상 인기가 좋다. 믿거나 말거나 마푸토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란다;
- 토포 Tofo에도 분점이 있는데 매일 아침 마푸토 파티마에서 토포 파티마로 가는 버스가 운행된다.
- 예약없이 직접 찾아갔다. http://www.mozambiquebackpackers.com
- 모잠비크 여행정보 http://bitna.net/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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