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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살메르, 낙타를 타고 사막에서의 하룻밤 (Jaisalmer,India)

빛나_Bitna 2013. 9. 9. 02:34

 

 

자이살메르에서는 자동차로 출발한다.

 

 

자이살메르의 대표 여행상품은 바로 낙타 사파리. 근처에 있는 쿠리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사막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우리 부부가 자이살메르 타이타닉을 찾은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다. 폴루가 제공하는 낙타 사파리 가격 자체가 다른 업체대비 저렴한데다, 워낙 유명한 숙소라 비수기에도 동행을 구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대부분 여행사가 최소 출발 인원을 네 명으로 지정해 두었다.) 다행히 우리 부부를 포함한 4명의 인원이 만들어졌고,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에 출발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후끈후끈한 공기가 벌써부터 나를 걱정스럽게 한다. 낙타는 고사하고 내가 먼저 타들어가는건 아니겠지...? ㄷㄷㄷ;;;

 

 

옛 사람들의 흔적

 

 

오아시스가 보인다.

 

 

쿠리사막, 정확히 말하면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은 자이살메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자이살메르에서 사막까지의 이동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중간중간에 있는 유적지들를 방문하게 되어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마을과 성터였다. 이미 많이 허물어져서 흔적만 남아있었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주변 모습이 꽤 근사했다.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나무와 멀리 보이는 오아시스. 물이 있었기에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었겠지.

 

 

우리들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몰이꾼들은 바쁘다.

 

 

얼마 후 도착한 작은 마을. 오아시스 주변에 형성된 이 곳은 쿠리 사막으로 가는 입구 역할을 하면서 발달하게 되었단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낙타를 키우거나, 여행객을 위한 낙타 몰이꾼으로 일하고 있다더니 정말 곳곳에 낙타로구나. 우리의 1박 2일을 책임질 식량, 물, 개인의 짐을 싣고 우리도 낙타 위에 몸을 실었다.

 

 

 

낙타탑승?

 

 

낙타 출발

 

 

처음 타보는 낙타는 아니지만 이렇게 긴 시간 낙타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순진한 얼굴에 긴 속눈썹, 우적우적 뭔가를 끊임없이 씹어대는 모습이 은근 귀엽다. 다리는 또 얼마나 긴 지... 접혀있던 다리를 펼치며 일어서고 앉을때는 은근 긴장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끈 것은 낙타의 발바닥. 물 풍선처럼 말랑말랑하고 폭폭해 보이는 것이 말이나 당나귀의 딱딱한 느낌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래 위를 걸어가는 낙타의 발은 화장대에서 볼 수 있는 파우더 퍼프같다. 큰 덩치(아마 무게도 무겁겠지)에 비해 모래 위에 흔적을 많이 남기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이것이 진짜 야생?

 

밥은 맛있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살짝 낙타타기에 질려갈쯤에 우린 커다란 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두 명의 낙타 몰이꾼들은 무산하게 움직이더니 불을 피우고 짜파티를 반죽한다. 잔뜩 그을린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정체모를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그렇게 우리 손에 배달된 커리와 짜파티 그리고 밥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배고파서 그런가?

 

 

잠시 쉬어가자

 

짜이는 언제 마셔도 좋군

 

 

식사후에 갖는 휴식시간. 몰이꾼 청년은 후식으로 짜이까지 내주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심심할 때는 수다만이 최고의 답이다. 게다가 우린 모두 한국사람 아닌가! 아아- 그리웠다. 고도의 집중과 긴장이 필요없는 수다가... 여행하다 한국사람 많이 못만나면 이렇게 우리처럼 된다. ㅋㅋ 혼자 여행하는 아가씨(혜연양)와 청년(손군)은 아직 20대! 뜨거운 청춘!으로 각자 혼자만의 인도여행을 즐기는 친구들이었다. 여행하다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여행 이야기로 시작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이 친구들과의 어색함은 뜨거운 사막의 열기에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다시 떠난다.

 

 

드디어 나타난 모래언덕들

 

 

해가 조금 약해진 후에 다시 낙타에 올랐다. 보통 사막하면 금빛 모래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을 떠올리는데 이 동네 사막은 조금 다르게 생겼다. 곳곳에 풀도 있고 크진 않지만 나무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막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전혀 기대치 않은 사막의 모습이라 더 신기했다. 어떻게 나무도 자라고 풀도 자랄까. 어디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일까. 나무 뿌리를 따라가면 물을 찾을 수 있는건가. 

 

 

 

 

 

씩씩한 낙타 몰이꾼 청년들

 

 

우리를 안내하는 몰이꾼 청년들은 맨발로 물도 한 모금 안마시고 씩씩하게 잘도 걷는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단어나열과 바디랭귀지로 대화를 해야 했는데 들어보니 어제도 사람들을 데리고 이 곳에 왔었다고. 낙타주인은 따로 있고 그들은 사람들을 인솔하고 식사를 챙겨주는 역할만 하는데 초 성수기에는 거의 매일 밤을 사막에서 보낸다고 한다.

 

사막에서 잔다는 말은 결국 매일 노숙을 한다는 뜻이다. 힘들만도한데 그래도 매일매일 일을 할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열심히 돈을 모아 낙타를 사는 것이 모든 몰이꾼의 로망이란다. 도대체 이 청년들은 한 달 소득이 얼마나 될까. 얼마나 모아야 낙타 한마리를 살 수 있을까. 너무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꿈으로 가득한 청년의 눈망울에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너무 미안했으니까. 

 

 

임시 캠프가 차려진다.

 

 

모래 언덕을 하나 둘 지나고 평평한 지형이 나타난다 시작한다 싶더니 몰이꾼들이 낙타를 세웠다. 그렇다 우린 오늘 하루 여기서 자는거다. 우리가 침낭을 펼치고 짐을 정리하는 사이에 몰이꾼들은 저녁식사 준비에 분주하다. 마침 다른 업체를 통해 온 여행객 두 사람(일본인 하나, 한국인 하나)도 합류했다.

 

 

 

 

사막의 일몰

 

기념촬영!

 

 

식사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사막의 일몰을 지켜보았다. 사막의 일몰은 불꽃같다. 모래가 태양빛을 받아 점점 진한 붉은 색으로 물들고, 절정을 맞이하고 나면 순식간에 그 붉음을, 따뜻함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다들 찍는다는 점프샷

 

이런 설정샷도 좋군

 

수 많은 별들. 가운데가 은하수

 

 

사진을 실컷 찍어주고 나니 저녁식사와 미리 예약했던 통닭과 맥주가 준비되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난관이 시작되었으니 어둠속에서 식사는 생각보다 마음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으로 먹어야 하는 것도 익숙치 않은데 전등은 커녕 작은 모닥불을 앞에두고 식사를 하려니 눈뜬 장님이 된 기분이다. 버벅거리는 우리와 달리 몰이꾼들은 능숙하게 식사를 하고, 주변을 정리한다. 너무 어둡지 않냐고 물어보니 달빛에 별빛을 전등삼으면 된단다.

 

서툰 손길로 식사를 하고 모닥불이 꺼질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앞에 놓인 불씨는 점점 작아지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잘 보인다. 이상하다? 어디서 나오는 불빛이지?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마어마한 숫자의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별빛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잠드는 것은 제대로 씻지도 못했을지라도 낭만적이었다. 도시에서는 네온사인에 가려져 볼 수 없는 풍경. 우린 별과 함께 낭만을 잃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자이살메르 낙타사파리 - By 타이타닉]
- 1박2일 인당 900루피 (약 2만원) : 차량이동, 입장료, 식사3끼, 낙타타기 모두 포함. - 2012년 10월
- 치킨 반마리 100루피, 맥주 병당 120루피 별도.
- 개인별 준비물? 물, 카메라, 모자, 썬글, 선블럭, 머플러, 침낭, 물티슈, 책이나 mp3 (중간 휴식시간용)

- 쿠리사막 마을에서 참여하는 사파리는 낙타를 타고 사막에서 1박을 하고 나오는 코스 (인당 500~600루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