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떠남,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돌아가는, 정착한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다. 귀국을 몇 일 앞두고 우리는 한국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였다. 우리의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는 행복감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으니까.


우리의 임시거처, 원룸.


귀국 후, 양가 부모님 댁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작은 원룸을 얻어 나왔다. 당장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가진 돈도 많지 않았기에 예전에 살던 신혼집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공간이었지만 우리만의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서울에 안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몇 년 사이 잊어버린 문명에 적응하는 시간도 가졌다. 귀국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다시 짐을 챙겼다.


몇 달의 꿈 같은 휴식시간이 지나가고 현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바로 돈! 우리는 Jobless, Homeless 상태에 이제 통장 잔고가 정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돈을 벌어야 했다. 부지런히 이력서를 등록했고, 2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오퍼를 받았다. 유명한 회사도 있었고, 최근 뜨고 있는 핫한 회사도 있었고, 연봉이 높은 회사도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고, 보기좋게 미끄러진 경우도 있었다.

 

졸업을 하고 여행을 가기 전까지 나는 외국계, 유명 대기업을 포함해 7년여의 직장생활을 했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의 즐거움은 연봉이나 회사의 네임밸류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할 때, 자연스레 성과가 따라왔던 그래서 참 보람찼던 그런 때였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덕분에 고민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도 우리는 팔자좋게 유명한/큰/연봉이 높은 회사보다 '하고 싶은, 즐거운' 일에 대해 고민했다. 어쩌면 아직도 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일지도...

 

남편의 해외취업이 확정되면서 우리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긴 시간 세계를 떠돌았지만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여행을 시작할때는 여행이 끝나면 재취업에만 집중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한국을 떠나 사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다니... 너무하잖아!!!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두 번째 큰 결정을 내렸고, 다시 짐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이제 우리 동네?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여행을 하며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한국을 떠나왔다. 월수입, 생활비, 언어, 날씨, 문화 등등 꽤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어쩌면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을 고민했던 것 같다. 긴 떠돌이 생활로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온몸으로 깨달았으니까. 우리가 다시 짐을 챙긴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이 또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기회가 주어졌을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요즘 트렌드가 되는건지,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현재를 내려놓고 장기여행을 떠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의 여행기를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 그 뒷 이야기는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더라. 그래서 돈은 얼마나 썼는지, 어떻게 취업은 다시 했는지, 집은 다시 구했는지, 다시 사회로 돌아왔는지, 어떻게 그래서 지금은 행복한지... 은근 궁금하지 않을까?! 


다른 부부 여행자들은 여행 후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자면..... 2014년 10월. 세계여행이 끝난 지 다섯달이 지났고, 계절은 어느새 여름에서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남편은 새로운 직장에 열심히 적응중이고 나는 비밀스런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렇게 우리의 Jobless, Homeless 생활은 막을 내렸고,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풍차, 튤립, 치즈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BlogIcon 황예지 2014.12.09 16:27 신고

    저도 최근에 세계여행까진 아니지만 캐나다 일주를 맘먹은 부부라서 글을 남겨봅니다. 양가를 설득하는게 너무힘드네요 정말 대단하시다 싶어요!! 여행 그후의 이야기도 기대합니다!

  3. BlogIcon 지혜옹 2014.12.11 02:33 신고

    저번달..이라고 생각했는데 10월이네요. 10월에 네덜란드 여행했었는데 이 포스팅 보니깐 여행갔을때 생각나네요. 감기걸려서 오지게 고생했었는데.. 이제 내년부터 출근해야하는데 다시 여행가고 싶어요. 큰일났네요.

  4. 2015.01.04 23:1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빛나_Bitna 2015.01.28 03:38 신고

      어디서 일하고 계신지 추측이 가능하네요. 하하;; 지인이랑 회사 이야기에 밤 새는 줄 몰랐던 기억도 있구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지금 다니고 계시는 회사를 떠나시면 이후 재취업을 하실때 '돈'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아무데도 가실 수가 없을 거예요.

      제가 감히 그것도 겨우 댓글로 뭐가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려울 것 같구요, 다만 스스로에게 항상 물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항상 화이팅입니다. :)

      - msg to 이희원님

  5. zini 2015.01.08 20:21 신고

    와 종종 들러와 보던 사람인데
    이번엔 모로코 여행정보를 얻으러 왔다 네델란드로 정착 하셨단 얘기 듣고 깜짝!
    같은 유럽주민 된거 환영해요!!! 저는 취리히에 살거든요 ^^
    어디서 무얼 하고 사시든 똑 뿌러지게 유쾌하게 잘 사시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오늘 아예 업뎃이멜알림신청 하고 가요, 그럼 또 뵈요~~ ^^

    • BlogIcon 빛나_Bitna 2015.01.10 00:42 신고

      와와,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중에 은근 유럽에 살고계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부쩍 더 반가워지는 요즘입니다. 하하 :)

      스위스라.... 좋은데 계시네요. ㅠ_ㅠ

  6. BlogIcon 2015.01.26 00:20 신고

    우연히 들렸다가 거의 모든 글을 정독하고 있습니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신혼여행으로 가고싶은곳이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요~ 한 곳 준비하는 것도 쉽지않은데 세계일주라니...정말 대단하세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BlogIcon 빛나_Bitna 2015.01.26 04:12 신고

      신혼여행으로 탄자니아 강추!예요.
      세렝게티 한가운데 있는 럭셔리한 롯지는 사진만 봐도 반하겠더라구요.

      즐거운 결혼준비 되시길 바라고 미리 축하드려요.

  7. BlogIcon 신난제이유 2015.01.26 17:26 신고

    와우! 빛나님 네덜런드로 가셨군요! 완전 멋있어요!!!!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은 쉬운 일은 하지만, 해외여행을 결심했던 그때의 마음처럼 두려움도 설렘으로 바꾸며 생활하기 바래요.
    멀리서 응원하겠나이다!

  8. 2015.01.28 02:24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빛나_Bitna 2015.01.28 03:42 신고

      댓글 그리고 응원 감사합니다. 국내든 해외든 취업이라는 것은 항상 뭔가 드라마틱한 것 같아요. 사람마다 사연이 다 다르니까요.

      일단 지금은 저는 공식적으로 백수이기 때문에 자세한 조언은 어렵구요, 이직의 경험과 남편의 상황을 종합해 말씀드리자면 해당 자리에 대한 경력과 그 일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우리 열심히 살아요. :)

      - msg to 망고젤리님

  9. BlogIcon 파라다이스블로그 2015.02.04 15:31 신고

    안녕하세요~ 파라다이스 블로그 입니다. 어쩜 이렇게 여행을 갈 수 있는지! 완전 멋져요! 저도 여행갈때 많이 참고할게요 감사합니다~~

  10. BlogIcon 커피찾는남자 2015.05.05 18:07 신고

    앞으로 더 멋진 삶을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

  11. BlogIcon lsh 2015.05.16 07:17 신고

    네덜란드 델프트 사진 아닌가요? 세비야에서 생일을 보내게 돼서 세비야 생일 검색어 타고 들어와서 좋은글 공감하는 글 잘읽고 갑니다. 핀란드에서 1년 살면서 유럽여행 마지막으로 하고 두달뒤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두분 같은 결혼생활 하고싶네요~ 행복하세요! 종종 블로그 들릴것 같네요 :)

  12. BlogIcon 빈이 2015.06.05 19:54 신고

    블로그보고 용기를얻었습니다. 대단해요 직장나와서 세계일주하고 ~여행끝나면 취직안되믄 어쩌지? 두려움도 이기시고~네덜란드에 취직하셧군요, 읽어보니 여기저기 오퍼 받으셧다는데. 어떻게 취직하신거에요? 이력서를 어디다 올리신거에요? 저도 외국에 이력서내고싶은데 방법을몰라서요ㅜㅜ 알려주세요~

    • BlogIcon 빛나_Bitna 2015.06.07 07:35 신고

      한국 취업은 다 아시겠지만 사람인, 잡코리아 등의 구직 사이트가 있겠고, 한국 외에는 링크드인이 있지요. 무엇보다 경력이 있으신 분들은 보통 헤드헌터와 지인들을 통하는 경우가 많구요. :)

  13. BlogIcon 크리스 2015.06.05 21:53 신고

    첫번째 사진은 시애틀발 한국행 사진인듯...... ㅋ 편명과 시간이 제가 다음주 한국 갈때랑 또같음. 그리고 뒤에 알라스카 항공.... 시애틀이 홈 공항.....

  14. BlogIcon 광주랑 2015.06.12 18:28 신고

    앞으로도 좋은 여정있으시면 소개해주세요 ^^ 즐거운 여행기 항상 잘 읽고 갑니다 ~ ^^

  15. BlogIcon 문제없음 2015.06.26 11:51 신고

    지난번에 어찌 네덜란드에 살게 되었을까...궁금했는데
    오늘 살짝 알게 되었네요..
    모든걸 내려놓고 다녀온 여행의 끝
    돌아온 일상
    새로운 도전
    열심히 사시는 모습 진짜 보기 좋습니다.
    화이팅!!!

  16. BlogIcon Shepered 2015.07.11 10:43 신고

    참 도전하는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고 멋집니다.
    그냥 '우와 난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네'라는 부러움보다는,
    '함께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 모습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블로그로 이런 삶을 듣고 볼 수 있는 것이 참 큰 축복이네요.
    멋진 인생. 응원합니다 smile 이모티콘

  17. BlogIcon luna 2015.08.03 08:12 신고

    파타고니아 여행준비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도 미국 이민온지 8년이 넘었지만 세상의 다양성을 보는 눈이 많이 넓어졌답니다. 다른나라에 살아 본다는 것은 여행과는 또다른 무엇이 있을꺼에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18. BlogIcon 제임스 박 2015.08.09 13:18 신고

    우와~~ 멋져요 ^^ 뭔가 따라하고 싶은 충동이~~ 불끈!

  19. 진양 2015.10.06 02:51 신고

    멋지세요~ 저도 세계여행이 꿈이고 늘 여행에 목마른 여행자이지만 빛나님처럼 나중에 결혼해서도 꼭 남편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고싶어요 :)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20. 김민우 2016.06.06 14:11 신고

    현재 아직도 네덜란드에 계신가요? 아님 다른나라..
    혹 서울에 계신건지요?

  21. Lay 2017.10.13 18:18 신고

    안녕하세요. 여행 정보 찾다가 왔어요. 저는 학생이고, 자비로 벌어서 해외 여행을 여러번 다녀오다가 이번에 졸업하면서 학생의 신분인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가보자 싶어서 다시 한달간의 여행을 계획중에 있습니다. 취업이나 금전적인 문제로 사실 이번 여행에 많이 고민하고 있었고, 가면서도 찝찝해서 예전과 같은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글의 한 문장을 보면서 몸에 전율이 돋아서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예전부터 늘 생각하던 것이고, 그래서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어느새 현실에 많이 적응해 버린 것 같네요. 저 한 문장에서 '나'를 찾은 것 같네요. 감사드립니다!

VISITOR 오늘453 / 전체4,139,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