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홀릭, Travelholic/비하인드 세계일주 Behind Travels

세계여행 후, 우리 부부의 새로운 도전

빛나_Bitna 2014. 10. 29. 08:00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떠남,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돌아가는, 정착한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다. 귀국을 몇 일 앞두고 우리는 한국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였다. 우리의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는 행복감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으니까.


우리의 임시거처, 원룸.


귀국 후, 양가 부모님 댁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작은 원룸을 얻어 나왔다. 당장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가진 돈도 많지 않았기에 예전에 살던 신혼집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공간이었지만 우리만의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서울에 안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몇 년 사이 잊어버린 문명에 적응하는 시간도 가졌다. 귀국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다시 짐을 챙겼다.


몇 달의 꿈 같은 휴식시간이 지나가고 현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바로 돈! 우리는 Jobless, Homeless 상태에 이제 통장 잔고가 정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돈을 벌어야 했다. 부지런히 이력서를 등록했고, 2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오퍼를 받았다. 유명한 회사도 있었고, 최근 뜨고 있는 핫한 회사도 있었고, 연봉이 높은 회사도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고, 보기좋게 미끄러진 경우도 있었다.

 

졸업을 하고 여행을 가기 전까지 나는 외국계, 유명 대기업을 포함해 7년여의 직장생활을 했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의 즐거움은 연봉이나 회사의 네임밸류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할 때, 자연스레 성과가 따라왔던 그래서 참 보람찼던 그런 때였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덕분에 고민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도 우리는 팔자좋게 유명한/큰/연봉이 높은 회사보다 '하고 싶은, 즐거운' 일에 대해 고민했다. 어쩌면 아직도 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일지도...

 

남편의 해외취업이 확정되면서 우리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긴 시간 세계를 떠돌았지만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여행을 시작할때는 여행이 끝나면 재취업에만 집중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한국을 떠나 사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다니... 너무하잖아!!!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두 번째 큰 결정을 내렸고, 다시 짐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이제 우리 동네?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여행을 하며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한국을 떠나왔다. 월수입, 생활비, 언어, 날씨, 문화 등등 꽤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어쩌면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을 고민했던 것 같다. 긴 떠돌이 생활로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온몸으로 깨달았으니까. 우리가 다시 짐을 챙긴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이 또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기회가 주어졌을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요즘 트렌드가 되는건지,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현재를 내려놓고 장기여행을 떠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의 여행기를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 그 뒷 이야기는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더라. 그래서 돈은 얼마나 썼는지, 어떻게 취업은 다시 했는지, 집은 다시 구했는지, 다시 사회로 돌아왔는지, 어떻게 그래서 지금은 행복한지... 은근 궁금하지 않을까?! 


다른 부부 여행자들은 여행 후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자면..... 2014년 10월. 세계여행이 끝난 지 다섯달이 지났고, 계절은 어느새 여름에서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남편은 새로운 직장에 열심히 적응중이고 나는 비밀스런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렇게 우리의 Jobless, Homeless 생활은 막을 내렸고,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풍차, 튤립, 치즈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