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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사로테를 사랑한 예술가, 세사르 만리케

도로에서 만나는 세사르 만리케의 작품

티만파야 국립공원과 함께 란사로테 여행의 대표 키워드는 바로 세사르 만리케 Cesar Manrique. 티만파야 국립공원이 화산폭발로 시커멓게 타버린 란사로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면, 섬의 구석구석에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놓은 세사르 만리케는 죽음의 땅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인물이니까. 

티만파야 국립공원, 화산열로 굽는 바베큐?! (Timanfaya NP, Lanzarote, Canary Islands) http://bitna.net/1700

이 아저씨가 세사르 만리케

1919년 란사로테에서 태어난 세사르 만리케는 50~60년대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치다 60년대 말 고향인 란사로테로 돌아가 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보전하는 일에 남은 삶을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섬의 곳곳에 여러 개의 작품(공간)을 남겼는데, 그의 작품들은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가미해 란사로테 특유의 자연 풍경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섬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그의 작품들을 찾아가보자. 

선인장 정원 Jardín de Cactus , 선인장으로 가득찬 이상한 나라  

아침부터 긴 줄

만리케 아저씨 솜씨랍니다.

세사르 만리케 아저씨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급 상승!한 우리의 첫번째 방문지는 하르딘 데 깍투스, 선인장 정원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왠 선인장?! 그동안 여행길에서 식물원은 충분히 방문했는데 꼭 들어가야 하나 (+ 심지어 아침부터 긴 줄까지 서서) 살짝 망설였지만 허허벌판에 떡하니 자리한 곳이라 대안도 없고.. 그냥 한번 들어가볼까,   

뭔가 좀 다르지 않아?!

길도 참 예쁘게 만들어놨다.

돌담을 따라 둥글게 걸을 수 있게 해놨다.

반신반의하며 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와~' 탄성이 나왔다. 정원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산책로는 중심에 있는 근사한 카페와 꼭대기의 풍차 전망대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 크기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선인장이 가득했으니까.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ㅋ

난생처음 보는 종류의 선인장들

나무인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예쁜 꽃을 피운 선인장도 많더라

선인장의 이름과 출신지역 등이 적힌 작은 푯말에서 이 곳을 관리하는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이 곳에는 약 450종의 선인장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선인장이 있다는 것도, 이렇게 큰/작은 선인장이 있다는 것도 그저 신기하기만 하구나. 아, 절로 셔터를 누르게 하는 히얀한 모양의 선인장도 신기방기! 

꼭대기 풍차 전망대와 아래쪽 카페

곳곳에 작은 연못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런 모양

무조건 직진하는 꼬맹이는 조심해야 한다.

정원 전체를 둘러싼 돌담 덕분에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흰색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 아래로 선인장으로 가득찬 이상한 나라?가 펼쳐지는 모양새라 더 드라마틱했다. 움푹 파인 것이 화산 분화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까지 와서 왠 선인장?'하고 의심했던 것이 왠지 미안해지는구나. 


세사르 만리케 하우스를 찾아, 세사르 만리케 재단 Cesar Manrique Foundation 

참 흔한 란사로테의 검은 토양

여기가 입구

세사르 만리케의 집이었다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세사르 만리케가 거주하던 집에 세워진 만리케 재단. 마을은 커녕 이웃집도 하나 없는, 그야말로 허허벌판 위에 홀로 서 있는 그런 곳이었다. 주차장에서부터 눈에 띄는 것은 용암이 흐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시커먼 땅.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니 이 아저씨도 참... 특이한 취향일세. 

내부 전시관

입구에서 바로 연결되는 실내 전시관은 세사르 만리케의 삶과 작품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공간. 한쪽으로 그가 직접 참여하거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가만보니 란사로테의 (우리가 지금까지 방문하고, 앞으로 방문할) 유명한 스팟은 죄다 이 아저씨의 솜씨더라. 

흡사 동굴탐험 느낌?!

동굴을 활용한 공간들

이제부터 본격적인 집구경. 주차장에서부터 예상했지만 이 집은 좀 (사실 많이) 특이했다. 화산 동굴에 만들어져 지표면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로 좁은 복도가 거실이나 욕실같은 다양한 공간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흡사 동굴탐험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복도를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공간들이 어찌나 근사하게 꾸며져 있던지...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음이 안타까울 정도 ㅠ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원

바베큐 플레이스도 있고

담소를 나눌 공간도 있다.

하지만 시선 강탈자는 역시 수영장

건너는 다리도 근사해

집구경(사실은 지하 동굴탐험)의 하이라이트는 실외 정원. 동굴의 끝에서 연결된 정원은 천정이 뚫려있어 (지표면을 기준으로 움푹 패여있는 형태) 실외임에도 불구하고 사생활 보호에 충실한 구조였다. 이 곳에서 고개를 들었을때 보이는 만큼의 푸른 하늘도 내거인양 싶고! 커다란 테이블과 바베큐 플레이스, 하얀벽 때문에 유독 파랗게 보이는 수영장까지... 우리집이었다면 매일매일 가든 파티를 열었을거야.  

지상에서 보면 요런 느낌의 집.

란 작품


아무것도 살지 않는 용암지대에서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세사르 만리케가 처음 란사로테를 개발하고자 할 때 주변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하나하나 세워지면서 사람들이 란사로테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를 적극 지지하게 되었다고. 란사로테에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것과 모든 건물이 하얀 벽을 갖게 된 것은 세사르 만리케가 전개한 캠페인에 동참한 주민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작고 외딴 섬을 보존하기 위한 예술가와 지역사회의 노력, 오늘따라 란사로테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구나.  

란사로테는 액자 틀을 끼우지 않은 예술 작품이다. 나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이 작품을 매달았을 뿐이다. - 세사르 만리케 


- 란사로테, 카나리아 제도 여행정보 (일정/비용/깨알팁 등) http://bitna.net/1697
- 윤식당2 촬영지, 카나리아 제도로 가는 길 http://bitna.net/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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