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이힐을 신고 서울시내를 마음껏 누비던 나름 쉬크한 도시여자였으니까. 신발장에 차고 넘치는 것이 신발이었지만 트레킹화는 커녕 제대로 된 운동화 하나 없었고, 옷장에 차고 넘치는 것이 옷이었지만 등산복은 커녕 그 흔한 바람막이 하나 없던 나였다. 당연히 나의 배낭에 산과 관련된 아이템은 없었고, 우리 여행 일정에 장기간 트레킹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을 하며 나는, 우리는 조금씩 변했다. 산에 오를 일이 많아졌고 오르다보니 은근 매력있네? 높은 곳만 보면 올라가고 싶어지네? 결국 우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위해 국경을 넘어 칠레에 입성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자타공인 남미에서 손꼽히는 트레킹 코스다. 이 곳에 가기 위해 국경을 넘어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