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말레이시아 Malaysia

첫번째 결혼기념일은 쿠알라룸푸르에서.. (Kuala Lumpur, Malaysia)

빛나_Bitna 2012. 9. 26. 08:30

 

 한국에 있을때는 출근할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여행준비로 바빴을텐데, 쿠알라룸푸르로 '탈출'해오니 모처럼 마음껏 잘 수 있었다. 아마 숙소 조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잤을지도... 작지만 아늑한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모두 뒤엎었다. 급하게 쓸어담다시피 해서 싼 배낭인지라 무게분산부터 끈길이 맞춤까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차례 낑낑거리며 대대적인 짐정리 후 깜빡한 물건 목록을 적어본다. 이제 쇼핑타임!

 

 조용한 잘란알로르

 낮에 잘란 알로르는 조용하다. 어제밤에 보았던 화려한 조명도 거리를 가득 메우던 노점상도 사라지니 다른 곳에 온 것 같다. 잘란 알로르 근방은 번화가라 상권이 크게 형성된 편이다. 즉, 우리가 깜빡한 물건들을 쇼핑하기에 적당한 장소라는 사실!!! 쿠알라룸푸르를 떠나면 네팔, 인도, 부탄, 태국, 라오스, 미얀마를 차례로 돌아보고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일정이라, 지금 구입하지 못하면 문명의 아이템(?)을 쇼핑할만한 도시는 영 만나기 힘들 것 같다구!

 

 화려한 쇼핑가

 쇼핑하는 아랍언니들 은근 많다.

 몇 가지 아이템을 구입하고, 윈도우쇼핑 겸 에어컨을 찾아 들어간 파빌리온.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커다란 건물안에 고가 명품 브랜드 샵이 가득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세련된 모습이었다. 쪼리를 질질끌고 나온 배낭족이지만 당당히 들어간다, 왜? 난 외국인이잖아! ㅋㅋ

 명품 브랜드부터 중저가 현지 브랜드까지 고루 입점해 있고, 식당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나 가격대가 다양한 편이라 말레이시아를 찾는 쇼핑족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였다. 다만, 몇몇 매장의 가격대를 살펴보니 한국의 면세점을 따라갈 수 있는 곳은 없는 듯 싶지만 현지 브랜드나 세일중인 항목은 노려볼만했다.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탑샵, 도로시펌킨스 같은 영국 브랜드들과 평소 애용하는 몇몇 브랜드샵의 세일 문구가 나의 발길을 붙잡았지만 절대 들어가지 않으리라! 난 있는 짐도 줄여야 하는 배낭여행족이라고!

 

쇼핑센터를 지나면

 페트로나스로 가는 길!

 긴 길을 따라 걷는다.

 파빌리온에서 KLCC(Kuala Lumpur City Centre) 공원까지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높게 솟은 페트로나스 타워를 좌표삼아 걸어가니 공원으로 이어지는 긴 복도(?)가 나타났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덥고 습한 쿠알라룸푸르의 날씨를 피해갈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이다.

 

 근사한 페트로나스 타워

 잘 정돈된 공원은 여름 밤이라 모기가 좀 있는 것이 흠이었지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푸르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이 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사무실과 주거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던데... 빌딩앞에 조성된 공원이나 커다란 분수, 쇼핑센터 등의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는데 평당 얼마인지, 도대체 저기 사무실을 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나도 한때는 '트윈타워'에 근무한 여자인데, 왜 이렇게 마냥 부럽기만 하단 말인가!!!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

 저녁 식사를 위해 분위기 있는 곳을 찾다보니 잘란 알로르 건너편으로 오게 되었다. 바로 길건너인데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잘란 알로르가 북적북적 야시장같은 느낌이라면 이 곳은 분위기있는 레스토랑과 바가 줄지어 있는 가로수길 같은 느낌이랄까? 펍을 찾아 온 유럽아이들과 근사한 데이트를 위해 온 연인들이 대부분인듯하다. 분위기에 취해 매장앞에 놓인 메뉴판을 훝어보니 어이쿠! 이거 원 물가도 가로수길 수준이로구나!

 

 

 

 와인바 Giovino

 장기여행을 하는 배낭족에게는 심한 사치임이 분명하지만 오늘 우리는 여기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기로 했다. 왜? 오늘 9월 3일은 우리 부부의 첫번째 결혼기념일이니까! 와인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다보니 다른 곳보다 조용하고 서빙하는 친구들도 정중했다. 무엇보다 길고 긴 와인 리스트에서 적당한 가격대의 훌륭한 와인을 골라준 이탈리아인 사장님의 친절함에 별 하나를 더 주련다.

 

결혼기념일 자축!

 작년 이 시간에는 막 식을 마치고 인사하러 다니느냐 바빴을텐데 오늘은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단 둘이 와인잔을 부딪히고 있다.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에 인사를 드리고, 이리저리 준비하러 다니던 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구나. 그리고 그 시간동안 우리 부부는 참 많은 대화를 나누고, 큰 사고(?)도 저질렀구나. 화장기없는 얼굴에 선물은 커녕 꽃 한송이도 준비하지 못했지만 그냥 이걸로 충분하다. 앞으로도 매년 이 날이 되면 우리가 함께한 1년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