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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오션 플레이어, 우린 좀 실망했소. (Mactan, Cebu, Philippines)

빛나_Bitna 2015. 10. 12. 07:44



 

 보홀과 말라 파스쿠아에 집중된 여행 일정에 굳이 막탄에서의 펀 다이빙을 집어 넣은 것은 휴가차 한국에서 세부로 날아오는 친구 녀석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있다보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고, 우리가 머무는 곳까지 오라고 하기에 그녀의 휴가가 짧았다. 종종 세부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온다는 친구는 우리에게 '오션 플레이어 다이브 (Ocean Player Dive)'라는 한인업체를 소개시켜 주었다. 매번 세부에 올 때마다 이 샵을 이용한다나 뭐라나. 



세부 오션 플레이어 본관


맞은 편에 또 하나의 숙소 건물이 있다.



오션 플레이어는 세부 공항이 있는 막탄섬 남쪽 끝 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번화가에서 떨어져 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살짝 고립된 위치였지만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플랜테이션 베이 (Plantation Bay)' 리조트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여기를 기준으로 잡고 택시를 타면 되니까. 플랜테이션 베이를 지나 직진하니 오션플레이어의 파란 건물이 확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샵에서 손님들에게 공항셔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우리처럼 버스터미널이나 페리터미널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지만;;  


오션 플레이어는 다이빙샵과 숙소가 함께 있는 본관과 숙소만 있는 별관, 이렇게 두 개의 건물로 나눠져 있다. 세부에서 다이빙 하는 한국 사람은 다 여기로 간다는 말이 사실인지 정말 많은 한국분들이 머물고 계셨다. 세부가 이렇게 인기있는 여행지인지 우리만 몰랐나봐! 우린 그렇게 친구 녀석을 만났다. 


 



교육용 수영장이 있다.



식사는 훌륭하다.



다이빙샵, 사무실, 주방 그리고 모든 손님들이 모일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까지 대부분의 시설이 몰려있는 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육용 수영장이었다. 저녁시간까지 몇몇 분들이 수영장에서 열심히 교육을 받고 계셨다. 처음 다이빙에 입문하던 그때 우리는 파도치는 바다에서 힘들게 연습했었는데, 수영장이 있는 샵이 좋긴 좋구나! 


보통 오션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다이버들은 숙소와 식사까지 모두 이 곳에서 해결한다. 아무래도 다이빙을 하다보면 샵에서 가까운 곳에 머무는 것이 좋은데, 오션 플레이어 주변에 (플랜테이션 베이를 제외하고) 적당한 숙소나 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역시 같은 이유로 이 곳에서의 숙박을 선택했다. 숙박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세 끼의 식사는 꽤 훌륭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스탭들은 모두 필리핀 사람이던데 어쩜 이렇게 한국의 맛을 내는지 놀라울 따름. 한국에서 온 분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겠지만, 타국에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남는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맛있게도 먹었드랬다.



우리가 머문 방


방 안에 있는 욕실



 우리 부부가 머문 방은 본관 3층에 있는 패밀리룸이었다.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별관에 머물었다.) 4인용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넓고 수납공간도 넉넉한데다 깔끔한 편이었고, 한국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곳이다보니 빠방한 와이파이와 에어컨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욕실은 좀 에러. 좁은 것도 그렇지만 온수기가 없어 찬물 샤워만 가능했으니까. 물론 따뜻한 세부의 날씨 덕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이빙 때문에 샤워를 쓸 일이 많다보니 조금 아쉽더라. 



3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해변이다.


해변을 따라 파라솔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니다.



한국인 강사, 빵빵한 무선인터넷, 삼시 세 끼 한식, 한국행 비행기 스케쥴에 맞춘 공항셔틀까지,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보니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손님의 대부분은 스쿠버 다이빙 라이센스를 취득하러 오거나,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펀 다이빙을 즐기러 오는 한국분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부부는 조금 불편했다. 오션 플레이어의 체크인/체크아웃은 보통 한국행 비행기 일정에 맞춰 저녁시간에 이루어 지는데, 한국에서 오지 않은 우리가 체크인/아웃하는 낮 시간에 우리를 도와주는 스탭이 아무도 없었다. 숙소라 하면 당연히 체크인/아웃을 할 때, 숙소에 대한 안내라던가 규칙이라던가 비용안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직접 스탭들을 찾아야 했고, 와이파이 비밀번호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도 직접 물어봐야 했다. 1층에 온수가 나오는 공용 샤워가 있다는 사실은 떠나기 직전에 친구에게서 들었다. 다이빙도 숙박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도착한 첫 날은 숙박만 하고 그 다음날 3번의 펀 다이빙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 어떤 스탭도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거나 다이빙 일정에 대해 귀뜸해주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까지도 다이빙 라이센스와 로그, 마지막 다이빙 날짜를 확인하는 스탭은 없었고, 장비를 착용하고 점검하는 과정도 없었다. 


추측컨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세부 공항에서 셔틀로 이 곳에 도착할 것이고, 스탭들은 체크인을 도우면서 이런저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대세인 시간대와 달리 왔고, 다른 손님들처럼 코스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고, 겨우 2박 3일 머물며 가는 뜨내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좋다고 소문난 한인업체가 이렇게 빈틈을 보여준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문제의 다이빙 스팟. 앞선 사람들이 내려가고 있다. / 노란색 핀이 나, 그 뒤에 따라오는 아이가 친구, 사진촬영은 남편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한식은 꽤 맛있었고 인사를 나눈 몇몇 스탭들은 친절한데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모두를 대박 실망시킨 사건은 마지막 3번째 펀 다이빙에서 발생했다. 


그 날 우리가 다이빙한 포인트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동굴 입구로 가는 길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었다. 23~25m 정도의 수심에서 35m 지점까지 내려가도록 되어 있었다. 다이빙을 함께 한 사람들은 우리 부부와 친구를 포함해 6명의 그룹이었고, 동행한 인스트럭터(인솔자)는 다이브 마스터를 포함해 3명이었다. '나 - 친구 - 남편'의 순서로 우리는 그룹의 가장 뒤쪽에 있었고, 나는 앞서가는 그룹을 따라 동굴 입구까지 하강했다. 나보다 먼저 입구에 도착한 이들은 동굴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기념 사진을 찍기 바빴다. 얼른 함께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본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 뒤를 따라오던 친구와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눈 앞에 보이는 일행을 세어봤지만 두 사람만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뒤를 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움직임은 없었다. 사진을 찍느냐 남편이 늦는 경우가 몇 번 있었던지라 나는 동굴 입구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두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다이빙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란 마음에 앞에 있는 인스트럭터와 다이브 마스터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어이없게 그는 내게 카메라 셔터를 터트리며 기념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직접 두 사람을 찾으러 올라가려 하는 차에 팔짱을 끼고 내려오는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친구는 보조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간단히 표현하면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중간에 교체하고 왔다고.) 남편은 내게 끊임없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친구가 꽤 놀랐다는 것을 제외하면 큰 사고없이 그 날의 다이빙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동굴에서 올라오면서도, 배를 타고 샵으로 돌아가면서도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이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인스트럭터나 다이브 마스터나 이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를 대실망하게 만든 포인트는 그 다음이었다. 놀라기도 했고, 앞으로가 걱정되기도 했는지 친구는 그 날의 사건을 조심스레 오션 플레이어 사장님에게 이야기했다. (그녀와 사장님의 일대일 대화였으며, 우리는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 난 굳이 일을 시끄럽게 벌리고 싶지 않았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그 후 가뜩이나 찬밥이었던 우리 부부는 더 찬밥 신세가 되었다. 무슨 함구령이라도 내려졌는지 몇몇 스탭들은 우리랑 눈이 마주쳐도 모른척 피하기만 했고, 로그북을 쓰는 것도 체크아웃을 하는 것도 비용을 내는 것도 다 우리가 알아서 해야 했다. 그 난리통에도 열심히 찍던 사진은 우리에겐 전해주지도 않았다. 뭔가 비용을 깍아달라고 진상부리는 손님이 된 그런 기분? 비용이 문제였다면 우리는 애초부터 다른 로컬샵보다 비용이 높은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호텔에 머물며 친구랑 저녁이나 먹고 말지. (블로그 구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할 때 한인업체를 굳이 찾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의 추천도 있었고, 그만큼 한인업체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컸었다. 안타깝게 마무리 되었지만. 사과라 할만한 대단한 대응이라기 보다는 놀란 마음을 좀 달래주길 바랬을 뿐인데, 너무 과한 것을 바란 것일까. 우린 그렇다치고 당사자인 내 친구는 오션 플레이어를 몇 년째 찾는 단골인데! 


나는 (전문 다이버가 아니고) 그냥 취미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그 날의 다이빙 그룹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어드밴스드 이상의 다이버들이 함께한다 하더라도 인스트럭터와 다이브 마스터는 수시로 그룹에 이탈자가 없는지를 살폈어야 했다. 보통 그룹이 5명 이상인 경우 인스트럭터나 다이브 마스터가 그룹의 앞과 끝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그룹을 인솔한 무려 3명의 인스트럭터와 다이브 마스터는 모두 그룹의 선두에 서서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우리가 아직 풋내기 다이버라 더 민감하게 받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우리는 레스큐 라이센스에 다이빙 로그는 56회, 오션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하면서 만난 21번째 다이빙 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세계 각국의 20개의 다이빙 샵과 비교하면 오션 플레이어에서 발생한 사건과 그에 대한 대응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른 건 몰라도 다이빙은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하는 레포츠임은 분명하지 않은가. 


세부 오션 플레이어 Ocean Player Dive (Mactan, Cebu, Philippines)

- 펀 다이빙 3회, 숙소 1박, 3끼 식사 : 인당 120USD / 장비렌탈 20USD 별도, 1박만 추가할 경우 1인당 1박에 20USD

- 막탄 공항에서 20~30분 정도 걸린다. 식당/쇼핑/마사지 등을 하려면 숙소에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 

- 한국인 강사, 한식 제공, 빠른 무선 인터넷 완비. 필리핀 스탭들이 꽤 친절하다. 그래도 미안하지만 우린 실망했소.  

- 세부 오션 플레이어 홈페이지 http://oceanplayerd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