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Life Style/리뷰 Review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빛나_Bitna 2015. 12. 11. 22:38



 오랜만에 남기는 책 이야기. 사실 2년간의 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책이었다. 물론 여행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곤 했지만 아무래도 한글로 된 책은 구하기 힘들고, 영문으로 읽자니 나의 영어 실력으로는 책 속 깊숙히 숨겨진 작은 것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물론 요즘에는 전자책이란 것도 있지만, '책은 그래도 넘기는 것이 맛이지!'라고 생각하는 촌스러운 내게는 영 맞지 않았다. 덕분에 여행이 끝나고 그 갈증을 해소하듯 책을 잔뜩 구입해서 잡히는 대로 읽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요 책이다. 세계여행 기간에 출간되는 바람에 영문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아아, 서론이 너무 길구나. 


한국은 어때?


30년이 넘도록 살아온 내 나라지만 내가 우리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한국을 떠나있던 2년의 세계여행 기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수 많은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이란 낯선 나라에 대해 참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에게 가장 유명한 한국인은 김일성이며 (몇 년전부터 가수 싸이가 김일성과 1위를 다투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뉴스 국제란에서 미사일을 쏘는 장면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한국이었으니까.


한국에 대해 그야말로 '노 아이디어'인 친구들에게 내 나라를 소개하자니 생각보다 내가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인터넷 구석구석을 뒤져봐도 비녀를 올린 어여쁜 언니가 수라상 앞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물론 그것도 우리나라의 한 모습이지만 뭔가 인위적이라 어색하기만 했다. 사실 이방인이 원하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날 것의 모습일텐데... 그런 자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까운 옆 나라들은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전세계를 상대로 부지런히 자신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데, 우리나라에 대한 자료는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지루한 것들이 전부였다. 


'보다 현대적인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없을까.' 고심하던 차에 접한 이 책은 신선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한국 근현대사에 나는 다시 한번 저자를 확인했고,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내용을 말하는 영국인 청년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사람에 이르는 그야말로 한국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경복궁'과 '김치' 같은 고전적인 것을 고집하거나 '케이팝' 같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인 부분들을 근거로 지금의 한국을 표현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어떻게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객관적일 수 있을까'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어쩌면 그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자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얼마나 큰 공을 들였을지 도무지 상상이 안가는구나. 


또 하나 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였다. 그의 메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인데, 이 메세지는 우리 부부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그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이 작은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을 이루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성실하고 지혜로운데 (알고보면 잘 놀기도 하고...), 우리 문화는 얼마나 독특하고 매력적인데 그래서 결론은 한국이 참 대단한 나라라는 것 - 한국 사회 안에서 살아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상하게 한국을 떠나 있으니 선명해졌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고 해냈는지 그리고 앞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긴 여행 이후, 겉보기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우리 부부의 가치관과 생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큰 변화는 삶을 대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내가 항상 부족한 나를 원망하고 나보다 나은 이를 쫓느냐 바빴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달리는 중이다. 아직 예전만큼 안정된 생활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대신 삶의 기쁨과 만족을 얻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