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현장, 수와 Sowa!
보츠와나의 대표 여행지 초베 국립공원과 오카방고 델타 그리고 국경 건너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까지 모두 돌아본 우리에게 남은 미션은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일 뿐이었다. 아프리카 자동차 여행이라니, 처음 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때는 불안한 마음뿐이었지만 몇 주 동안 부지런히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달리면서 우리는 아프리카와 렌트카 그리고 캠핑 생활에 제법 익숙해지고 있었다.
오카방고 델타, 아프리카의 평온한 휴식처 http://bitna.net/1660
초베 국립공원, 낭만의 아프리카 사파리 http://bitna.net/1617
빅토리아 폭포, 세상에서 가장 긴 폭포 http://bitna.net/1647
오늘도 달린다.
심심한데 들렸다 갈까?
오카방고 델타가 있는 도시 마운에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향해 가는 길은 중간중간 끊어가야 하는 꽤 먼 거리였다. 자동차 여행자답게 항상 이동중에도 뭔가 볼거리를 찾아 다녔던 우리는 남아공 국경까지 이어지는 길목에 재미난게 없을지 지도를 열심히 뒤적였고, '수와 팬 Sowa Pan'이라 불리는 넓고 건조한 지역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자, 그럼 한번 가볼까?
길에 끝에는 뭐가 있을까?
자동차가 오간 흔적이 있긴 해
오오, 뭔가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핸들을 꺾었다. 도시 아니 마을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지역을 지나 앞서간 자동차들의 흔적을 따라가니 뭔가 하얀 것이 눈 앞에 펼쳐졌다. 여기가 우리가 찾던 수와 팬인가보다. +ㅁ+
하얀 사막같다.
잠깐 멈췄다 갈까?
오오, 신기한데?
씐난 남편님 점프샷!
기념 사진도 찍어주고.
넓고 평평한 땅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인적도 없고, 특별한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탁 트인 그런 지형이었다. 유난히 하얀빛을 띄고 있는 땅이 새파란 하늘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었기 때문일까 신난 남편이 아무렇게나 핸들을 돌려댔다.
그렇게 한참이나 팬 위를 달리던 우리는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세웠다. 단단하게 굳어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발을 딛어보니 살짝 찐득한 느낌이었다. 이 때까지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차가 왜 이러지?
헉, 우리 빠...진건가? ㄷㄷㄷ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며 짧은 휴식을 즐긴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차가 꼼짝도 안한다? 헛바퀴가 도는 것 같다? 뭔가 소리가 불길하다? 오. 마이. 갓. 그랬다, 차가 빠졌다. 어쩐지, 좀 전에 땅에 발을 딛었을 때 뭔가 찐득한 느낌이더라니, 여기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생긴 진흙밭이었던거다. 차를 세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차 안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어야 했는데,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꼼짝없이 갇혀 버렸구나!
결국 차를 버리고? 구조요청을 하러 가는 중
왠 공장? 왠 누우떼?
허허벌판에 갇힌 채 우리는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차를 잠시 세워두고 도움의 손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을 초입에 공장도 있었던 것 같고, 롯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걸어서 가려니 30~40분이 지나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얼룩말과 누우떼 뿐이었다. '초식 동물이 있다면 육식 동물도 있을 수 있지.'라고 생각하니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남편,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 ㄷㄷㄷ;;;
구조의 손길
바퀴에 돌을 대고
또 돌을 대고
1시간쯤을 걸어 작은 롯지에 닿았다. 자초지종을 듣던 청년 두 사람이 씨익 웃으며 우리를 따라 나섰다. 그렇게 차량 구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남편을 포함한 세 남자는 커다란 돌을 자동차의 네 바퀴에 밀어넣고는 나에게 핸들을 맡겼다.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남자들은 온 힘을 다해 차를 밀고 나는 폭풍 후진을 했다. 부웅~ 진흙밭을 빠져나온 차가 빠른 속도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했다.
감격에 젖은 세 남자 그리고 폭풍 후진의 흔적
우리는 무사히 탈출했다. 나는 안전한 지역에 차를 세웠고, 차가 멈추는 것을 확인한 세 남자는 환호성을 질렀다. 롯지로 돌아온 우리는 시원한 맥주로 우리의 탈출?을 축하했다. 진흙으로 엉망이 된 자신들의 옷은 신경쓰지 않으면서 진흙투성이가 된 우리 자동차를 닦아주는 청년들의 친절함에 우리는 몇 번이고 고마움을 전할 뿐이었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라면 이런 곳에서 절대로 멈춰선 안된다고 몇 번씩 강조하며 웃는 청년들의 하얀 이가 유난히 반짝였다.
무사히 보츠와나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시 도로를 달리고
국경을 통과해
남아공에 입성했다.
보츠와나의 마지막 날을 화려하게? 장식한 우리는 다음날 보츠와나 국경을 지나 남아공에 입성했다. 청년들이 아니었으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몇 주 동안 아프리카의 도로를 달리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아프리카 자동차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요하네스버그 표지판을 마주하니 이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무사히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렌트카를 반납할 그 날까지, 그리고 우리의 세계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 보츠와나 여행정보 (일정, 비용, 여행팁 포함) http://bitna.net/1218
- 아프리카에서 자동차 렌트하기 http://bitna.net/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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