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 4

귀국! 636일 세계여행, 그 끝에 서 있는 우리 두 사람

52개국, 636일간의 세계여행. 우리는 지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깨고 싶지 않은 꿈 같은 시간의 끝에 서 있다. 처음 여행을 결심한 날, 항공권을 구매하던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던 날부터 길 위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펼쳐진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다. 안정적인 직장, 예쁘게 꾸며놓은 우리집, 꼬깃꼬깃 모아둔 은행잔고... 이 길을 떠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졌던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 했고, 여행길 위에서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여행을 위해 내려놓은 것들의 빈 자리는 세상을 떠돌며 차곡차곡 채워졌다. 사랑하는 이와 손을 마주잡은 시간, 오랜만에 부모님께 보내는 손편지,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보내주는 친구들의 응원, 정신없이 바쁘..

나는,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

20개월이 넘는 여행길에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의 모든 것이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특히 우리보다 인생을 경험한 '인생선배'들과의 대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곤 했다. 여행, 일, 삶 그리고 인생... 수많은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자녀와 부모'였다. 이제 막 '부부'라는 가족의 첫 단추를 끼운 우리에게 '부모'는 결혼보다 훨씬 큰 물음표였고, 이미 경험한 이들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그들의 이야기는 수첩에 적어둘 필요조차 없었다. 내 머리속에 너무 강하게 자리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아이들도, 나도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언어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 재밌더라구요. ..

앞만보고 달려가기에 세상은 너무 아름답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1년째 되던 2013년 9월, 짧은 스페인 세비야 생활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어는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언어였고, 중남미 여행에 필요한 언어이기도 했으니까. 난생처음 경험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이 아닌) 외국생활에 나는 묘한 설레임과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의 스페인 생활은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어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일 년간 쌓여온 여행의 피로가 나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었으니까.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을 원망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과 돈을 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나를, 우리 부부를 자꾸만 집안으로 몰아넣었다. 햇빛이 좋았던 어느 날, 거..

혼자 여행하는 아가씨들의 위험한? 로망

사람을 좋아하는 나란 여자도 나 홀로 여행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지만, 이후에 홀로 여행자가 될 날이 또 있겠지.) 종알종알 수다떠는 것이 삶의 일부였지만 가끔은 온전히 혼자가 되어보고 싶었었고, 그때마다 여행은 참 좋은 해결책이었다. 함께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혼자만의 여행. 그 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여행하며 나 홀로 여행족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싱긋 미소짓게 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부분의 나 홀로 여행족들에겐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가 있었고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았으니까. 그런데 간혹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당황시키는 여행자들이 있었으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어여쁜 아가씨들이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