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목적지 세몬콩은 어디?
세몬콩으로 가는 길,
사실 레소토에는 이름난 여행지나 놀거리가 많지 않다. 아름다운 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게다가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나 투어 프로그램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아서 수도인 마세루에 있는 여행사나 남아공에 있는 여행사 투어를 이용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편이다. 아무런 준비없이 무턱대고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바람에 처음 몇 일은 고생을 좀 했지만, 도로사정이 허락하는 한 아무데나 갈 수 있는 우리였기에 오늘은 레소토 중심에 있는 작은 마을인 세몬콩 Semonkong으로 떠나 보기로 했다.
레소토 국경넘기 2차 도전! 그런데 여기는 어디? (Somewhere, Lesotho) http://bitna.net/1675
레소토, 자동차보다 말이 흔한 나라 (Roma, Lesotho) http://bitna.net/1676
도시를 빠져 나가자마자 바로 산길;
공사가 한창이다.
덕분에 일부는 포장도로
그러나 금새 다시 산길;
우리의 출발지 로마 Roma (레소토 제2의 도시라는데;; )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푸른 산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시작된다. 로마에서 세몬콩까지는 약 90km 거리인데 구불구불한 산길인데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자동차로도 평균 4시간은 소요된단다. 그런데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공사 차량과 마주했다. 로마에서 세몬콩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포장하는 공사라는데 신기하게도 중국회사가 진행하고 있더라.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중국 회사들이 많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보다. 지금쯤이면 마세루에서 세몬콩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을지도.
길 위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
구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도로 공사 현장을 벗어나자마자 다시 비포장 산길이 나타났다. 구불구불한 산길인데다 조금만 속도를 내도 먼지가 폴폴 날리는지라 급격히 속도를 줄여야 했지만 덕분에 자연스레 양쪽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새파란 하늘에는 동글동글한 구름이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온통 푸른 산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레소토의 매력이로구나.
산기슭에는 마을도 있고
이 마을도 전망은 참 좋겠군
산길을 따라 달리는 말
레소토의 흔한 풍경
도로 위를 달리다보면 작은 산골 마을들도 만날 수 있다. 초가집을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전통 가옥은 여름에는 강렬한 태양을 피하고 겨울에는 온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열 가구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산골 마을에는 전기나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듯 했다. 대신 주민들의 가장 큰 재산인 말을 키우는 우리들이 집집마다 자리하고 있더라. 당나귀나 말을 타고 이런 산골 마을을 방문하는 투어가 있다던데 우리는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진 않았으니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여기는 학교?
귀여운 소녀들
활기찬 에너지를 듬뿍!
귀여운 꼬마아가씨
그나마 규모가 좀 되는 도시를 지나는 순간, 누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에 창 밖을 내다보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었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되었는지 도시락을 한 손에 든 소녀들이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미소가 나오게 되더라.
청년이 직접 만들었다는 악기
유목민들이 많다.
꽤 어린 친구들도 말 타기에 익숙하더라.
도시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달리면서는 산골 마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과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담요를 둘러 멘 산 사람들은 주로 말이나 당나귀를 타고 생활하는데, 그 차림새나 마을의 풍경은 지금이나 오래 전 바소토족이 처음 이 땅에 나라를 세웠을 그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산 속에 왠 교통체증?
로마에서 세몬콩까지 거리는 약 90km. 우리나라였다면 1시간이면 충분히 이동할 거리지만 도로 사정 때문에 3~4시간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구간을 달려보니 중간중간 도로 포장 공사가 끝난 구간도 있고, 산길도 생각보다 잘 다져져 있어서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더라. 그럼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의외의 복병이 숨겨져 있었으니.....
양떼의 습격
얘들아 좀 지나가면 안될까?
당나귀들의 습격
니들은 뭐냐
청년들이 길을 터주고 있다.
차분하게 뒤따라 가자.
그것은 시도때도 없이 출몰하는 동물들이었다. 대부분의 산골 마을에서 양이나 염소를 키우고 물자 이동에 당나귀나 말을 활용하다보니 도로 위에서 이들과 마주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잘 훈련된 아이들이라 바로바로 길을 비켜주긴 하지만 그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양떼들을 만났는지 로마에서 세몬콩까지 우리는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세몬콩, 레소토 중심에 있는 작은 마을
마을로 가는 길
그림같은 마을이다.
시내는 요런 모습 (Pep은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
마을 중심부
자동차보다 말이 더 많다.
고도가 좀 낮아진다 싶더니 산 속에 숨어있는 마을 세몬콩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철판으로 벽을 세워 만든 작은 집들과 낡아빠진 미니버스가 세워져 있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과 주유소는 이 마을에 있는 몇 안되는 문명의 아이템인 듯 했다. 아슬아슬한 연료탱크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주유소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던지. 물론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텅 빈 주유소에서 한참이나 주인 아저씨를 기다려야 했지만; 기름을 채우고 마을에 유일한 여행자 숙소 캠핑장에 체크인을 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는 무사히 마무리!
세몬콩 캠핑, 세몬콩 롯지 Semonkong Lodge (Semonkong, Lesotho) http://bitna.net/1572
높이 192m 낙차를 자랑하는 말레추냐네 폭포 Maletsunyane Falls
아침부터 어디가니?
길을 알려준 동네 아저씨들
저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덕분에 쉽게 폭포를 찾았다.
세몬콩에서의 두번째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세몬콩의 유일한 볼거리인 말레추냐네 폭포를 찾아가기로 한 날. 캠핑장 주인 아저씨 말에 의하면 캠핑장에서 폭포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말을 타면 금방 갈 수 있단다. 말은 마을 사람들 아무나 붙잡고 부탁하면 쉽게 빌릴 수 있고. 그렇다, 여기는 자동차보다 말이 흔한 나라 레소토가 아니던가! 말을 타고 폼나게 넓게 탁 트인 들판을 달려보는 상상도 잠시, 우리는 말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폭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왜? 촌스러운 도시 커플이 말을 탈 줄 알 리가 없잖아?! ㅠㅠ
여기가 말레추냐네 폭포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계곡을 따라 흘러간다고.
폭포가 보일 듯 말 듯한 지점에서 만난 친절한 동네 청년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폭포에 닿았다. 주변 산지에서 흘러온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지점은 칼로 잘라 놓은 것처럼 땅이 갈라져 있었는데, 그 단면이 거대한 벽과 같은 모습이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굵고 길게 떨어지는 단 하나의 물줄기. 보통 폭포라면 여러 개의 물줄기가 쏟아지는 마련인데, 이 폭포는 여러가지로 신기한 형태로구나. 떨어지는 물의 높이는 무려 192m, 아프리카 일대에서 가장 큰 낙차를 보이며 떨어지는 폭포라 기네스북에도 올라가 있단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여기까지 오느냐고 좀 힘들었어.
나를 찾아보세요~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가장 잘 보이는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 지형의 특성상 멀리서는 폭포 대신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만드는 물안개와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데, 이런 폭포 때문에 이 마을의 이름이 세몬콩이 되었단다. '세몬콩'은 현지어로 '연기가 나는 장소'를 뜻한다고.
말라추냐네 폭포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레포츠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있는 암벽을 따라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앱 세일링. 거의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암벽을 따라 200m를 하강할 수 있어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데... 상상만해도 심장이 쫄깃해 진다. 소심한 우리는 멀찌감치서 폭포를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세몬콩, 레소토의 맨 얼굴
말타고 갈래?
태워줄까?
싫으면 말고 ㅋ
한참동안 폭포를 감상하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길. 꿋꿋하게 걸어가는 동양인 커플이 눈에 띄었는지 지나가는 마을사람들이 우리에게 말타기를 권했다. '저희도 타고 싶지만.... 못탄다구요. ㅠㅠ' 말을 타지 못한다는 것이 그렇게 충격적이었을까, 마을 사람들의 황당한 표정이란!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 말타기는 자전거와 비슷한 것이 틀림없어. 다음에 레소토를 다시 여행하게 된다면 꼭 승마를 배워오리라 다짐해본다.
소박한 집들
학교에서 만난 귀여운 꼬마들
그림같은 마을 풍경
언덕을 찬찬히 걸어 내려가다보니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담요를 두른 어른들은 수줍은 듯 조심스레 외국인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 곳 세몬콩은 대도시인 마세루나 로마에 비해 레소토만의 순수한 그 느낌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깊고 고요한 산 속,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 그 자체에 더 가까운 이 마을에는 빠르게 변해가는 바깥 세상과는 다른 시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세몬콩 Semonkong, Lesotho
- 수도인 마세루에서 약 110km, 로마에서 약 90km 떨어진 레소토 중심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 약 129m의 낙차를 자랑하는 말레추냐네 폭포 Maletsunyane Falls가 유일한 볼거리이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고.
- 로마에서 세몬콩으로 가는 구간은 본래 비포장 산악도로였으나 2013년 포장공사가 진행되었다. (현재는 아마도 포장도로일듯)
- 레소토 여행정보 (일정, 비용, 여행팁 포함) http://bitna.net/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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