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AFRICA/레소토 Lesotho

레소토 국경 넘기 성공! 그런데 여기는 어디? (Somewhere, Lesotho)

빛나_Bitna 2016. 6. 1. 08:00


오늘의 루트, 레소토 국경넘기 재도전!


레소토 국경넘기 2차 도전!  

남아공 속에 있는 작은 나라 레소토로 입국하기 위해 사니패스 Sani Pass 국경을 넘으려 했던 우리는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아공 국경 사무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행히 히치하이킹과 도보로 사니패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긴 했지만, 본래 목적지인 레소토로는 어찌하면 갈 수 있단 말인가! 지도를 꺼내놓고 한참을 연구한 끝에 사니패스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또 다른 국경 콰차스 넥 Qacha's Nek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니패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국경 (Sani Pass, South Africa) http://bitna.net/1674 

남아공 여행정보 (일정, 비용, 여행팁 포함) http://bitna.net/1213


사니패스를 나섰다. (여기는 아직 남아공)

중심부를 벗어나니 바로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점점 지대가 높아지는 듯?

근데 이 길이 맞긴 하겠지?

여기는 어디일까.


레소토 Lesotho는 남아공 동부 산악지대에 있는 나라 이름이다. '소토족의 나라'라는 뜻의 이 작은 나라는 이름처럼 소토족이 세운 나라이다. 18~19세기 남아공은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각 지역에 살고 있는 부족간의 전쟁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었는데, 당시 소토족의 우두머리가 부족을 보호하기 위해 남아공 동부 드라켄스버그 산맥 속 산악 지대로 이주해 지금의 레소토를 세웠다. 19세기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던 레소토는 국토와 자원을 노리고 통일을 요구하는 남아공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1966년 영연방 자치 독립국이 되었다. 


지도 상에서 보니 콰차스 넥 국경 인근은 이렇다 할 도시도 없고 온통 푸른 초원과 산지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콰차스 넥 국경 방향으로 핸들을 틀자 깔끔한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 도로가 펼쳐지더라. 어딜가나 남아공의 도로들은 부담스럽게 깔끔한 포장길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근방은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 외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인 듯 했다. 아마 지금쯤은 포장공사가 완료 되었을지도. 



산 속에 숨겨진 왕국, 레소토로 가는 길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듯 하다.

레소토도 이런 풍경이겠지?

날이 흐려도 풍경은 근사함


콰차스 넥 국경으로 향하는 길, 도로라고는 지금 우리가 달리는 여기 하나뿐이라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표지판도 없고, 오가는 다른 차량도 하나 없다보니 '제대로 가는 것이 맞는걸까?'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거기다 아침부터 잔뜩 흐렸던 하늘이 비를 뿌려대기 시작하니 괜히 더 불안하기만 하구나.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레소토로 가는 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다른 차량, 국경을 넘는 버스라고!


오르막 길이 계속되고 점점 고도가 높아짐을 느끼는 순간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방금 수업이 막 끝난 것인지 교복을 입고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이 길로 계속가면 국경이 나온단다. 휴~ 불안함을 덜어내고 나니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론다벨 Rondavel'이라 불리는 전통가옥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가득한 평화로운 풍경, 국경에 가까워져 있기 때문인지 도로 위에서 보는 풍경은 남아공보다는 '산 속의 왕국, 레소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콰차스 넥 Qacha's Nek, 레소토에 첫 발을 딛다.  


남아공쪽 국경 사무소

레소토 국경 사무소

레소토쪽에서는 차량 통과비를 지불해야 한다.


한참이나 산길을 달린 끝에 우리는 콰차스 넥 국경에 무사히 도착했다. 남아공쪽 국경 사무소는 작지만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레소토의 국경 사무소는 다 쓰러져가는 임시건물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이 국경을 이용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레소토 혹은 남아공 국적이었다. 때문에 우리에게 낯선 초록빛 여권을 받아든 사무소 직원이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목록에서 '대한민국 South Korea'를 찾아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어찌됐든 무사히 레소토 입국!   


콰차스 넥 국경 앞 마을. (레소토)

나름 사람도, 차도 많다.

아프리카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봉고차 버스


굳은 날씨에 비포장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오다보니 우리가 무사히 국경을 넘어 레소토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다. 때문에 국경을 넘자마자 마주한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며 하루를 쉬어갈 수 있는 적당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콰차스 넥은 사람도 자동차도 꽤 많은 제법 큰 도시였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식당이나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차를 세우자니 치안 문제도 그렇고, 산간지형에 비까지 와서 밤에는 꽤 추울 것 같고..... 아무래도 해가 지기 전까지 좀 더 달려서 적당한 숙소를 찾아봐야겠구나.  



뭐?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레소토 이동루트 (계획) : 처음 우리가 생각했었던 루트


레소토 남동부에 있는 콰차스 넥에서 중앙에 있는 세몬콩과 로마를 지나 북서쪽에 있는 수도 마세루를 통해 아웃하는 루트 - 사니패스를 넘어 레소토로 입국하는 것에 실패한 후, 콰차스 넥을 선택한 우리가 생각한 레소토 이동 루트는 레소토의 중앙을 관통하는 루트였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레소토의 도로 사정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참 많이 다르다는 사실! 


국토 전체가 평균 1,000m 이상 높이에 있는 산 속의 나라답게 레소토에는 사륜구동 차량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산악도로가 많았다. 특히 남동부 그리고 중앙부를 통과하는 길은 지도 위에 제대로 표시 되지 않는 산악 도로가 대부분이라 우리가 생각했던 루트는 이륜구동 차량으로는 갈 수 없는 그런 길이었다. 또르르. ㅠㅠ  


레소토 이동루트 (실제) : 도로 사정상 빙~ 돌아가는 루트로 이동해야 했다.

그래도 도로는 훌륭함

끝없이 이어진 도로


이륜구동 차량으로 이동중인 우리에겐 선택권은 없었다. 콰차스 넥에서 마세루나 로마 같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유일한 포장도로는 레소토 남부를 원형으로 돌아가는 도로가 유일했으니까. 지도 위에 표시될만한 규모의 도시가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여기서는 하루를 보낼 적당한 시설이 찾을 수 없으니 일단 가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산간마을, 


간간이 작은 마을들을 지난다.

귀여운 꼬마들

정말 천사처럼 웃어주는구나.

이런 동네에 식당이 있을까?

당연히 숙소도 없겠지?


결국 정확한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채, 우리는 눈 앞에 도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렸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동네다보니 간간이 보이는 낙석을 제외하면 도로 사정은 생각보다 훌륭한 편이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오늘밤을 어디서 보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였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는 너무나도 태평했다. 아마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었으리라. 산기슭을 따라 늘어선 동글동글한 전통가옥, 도로 위를 달리는 말, 천사처럼 예쁜 미소를 지어주는 아이들... 이 소박한 풍경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길 위에서 보낸 하룻밤, 


구름이 살짝 걷힌다.

슬슬 해가 지는 분위기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로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우리의 기대와 달리 좀처럼 큰 도시는 보이지 않았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다른 때보다 해가 빨리 질텐데... 가로등은 커녕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라 정말 칠흙처럼 깜깜한 밤이 될텐데...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걱정이라는 것이 스물스물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차 안에 비상식량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인적없는 이 동네에서는 길 위에서 노숙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이었다. 


우리를 구해 준 정체 불명의 보호시설;;;


예상대로 산간마을의 밤은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작되었다. 온통 시커먼 도로 위에 불빛이라고는 우리가 비추는 라이트 뿐이었다. 혹시 뭐라도 튀어나올까 속도를 줄여야만 했고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우리의 눈에 허름한 술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밤 가게 앞에 차를 세우게 해달라고 부탁할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선 우리에게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숙소를 소개해 주었다. 정식 숙소가 아닌 정체 불명의 건물인데다, 전기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아무렴 어때,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 (이 날의 에피소드는 <잠시 멈춤, 세계여행> 속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레소토 Lesotho, 국경넘기

- 모든 국경이 남아공에 접하고 있지만 남아공과 또 다른 세상이다. 도로/통신/편의시설 등등 모든 면에서 남아공과 같은 퀄리티를 기대하면 큰일난다.  

- 전 국토가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악 국가다. 특히 드라켄스버그 산맥과 맞닿은 남동부는 고도가 높다. 그나마 고도가 낮은 수도 마세루가 있는 북서부에 주요 도시와 인구가 몰려있다. 

-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라면 수도인 마세루 국경을 이용해 입국/출국하는 편이 이동에 용이한데, 이는 마세루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를 잇는 도로 외에는 포장도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악 도로는 사륜구동 차량으로만 통과할 수 있다. 


- 레소토 여행정보 (일정, 비용, 여행팁 포함) http://bitna.net/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