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유럽 여행지는 스페인이다. 연초 <윤식당2>이 아프리카 근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를 소개하더니, 얼마 전부터 방영하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 남부도시 그라나다가 배경이더라. 덕분에 몇 번의 스페인 여행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여행뽐뿌가 밀려오는 중. 다시 스페인으로 떠날 날을 기약하며 못다한 스페인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보련다. 그 시작은 그라나다, 드라마 제목 덕분에 더 유명해질 '알함브라 궁전' 되시겠다.
알함브라 궁전, 그라나다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라나다 시내,
알함브라 궁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는 이슬람의 지배 아래 크게 번영한 도시다. 8세기 초 스페인 남부를 침략한 이슬람 왕조는 1492년 카톨릭 세력에 정복되기 직전까지 그라나다를 거점으로 삼았다. 덕분에 그라나다 곳곳에는 이슬람의 숨결이 남아있는데,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알함브라 궁전. 그라나다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구릉 위에 세워진 알함브라는 여러 건물들로 이루어진 성채로 9세기 군사 요새로 지어졌다. 이후 왕실의 거처가 되었는데, 오늘날의 알함브라는 14세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알함브라 궁전, 관람 꿀팁
알함브라 궁전 지도
알함브라는 크게 알카사바, 헤네랄리페, 나스르 왕궁 그리고 카를로스 5세 궁 이렇게 4개로 구분된다. 넓은 지대에 건물들이 분산되어 있어 둘러보는데 최소 3시간은 필요하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광객과 (여름이라면) 무더운 날씨가 더해지면 반나절도 빠듯할 수 있다는 사실. 정문 입구를 시작으로 헤네랄리페 -> (파르탈 정원) -> 카를로스 5세 궁 -> 나스르 궁 -> 알카사바 순으로 이동하면 모두 내리막길이라 조금이나마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알함브라 입구
알함브라 관람의 첫 단계는 티켓예약. 알함브라 입장권은 3개월 전(1일)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는데, 매진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서둘러야 한다. 티켓을 예매할 때 나스르 궁 입장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데, 지정된 시간부터 1시간 이내에만 입장이 가능하므로 시간에 맞춰 나스르 궁 입구(알함브라 입구 아님 주의!)에 도착하도록 하자.
알함브라 궁전 티켓 예약 https://tickets.alhambra-patronato.es
Alhambra General Ticket을 선택하면 방문날짜와 나스르 궁 입장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물의 정원, 헤네랄리페
정원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분수
물소리를 듣는 것도 힐링이 된다.
14세기에 지어진 여름 별궁 헤네랄리페 Generalife는 푸르른 나무와 숲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이다. 정원 곳곳에 자리한 연못과 분수가 뿜어내는 물줄기가 수로를 타고 정원 구석구석으로 퍼져가도록 설계되었는데, 만년설이 녹은 물을 수원으로 사용하여 일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단다.
정원을 흐르는 물은 저 높은 산의 만년설이라고
회랑을 따라 걷다보면 창 밖으로 알함브라가 보인다.
헤네랄리페의 하이라이트는 파티오 데 라 아세퀴아 Patio de la Acequia. 자로 잰 듯 완벽한 대칭을 이룬 정원 중심에 있는 길고 좁은 수로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들 덕분에 더 아름답다.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물줄기와 정원 곳곳에 숨을 불어넣어주는 물소리에 기분까지 상쾌해 지는 곳. 여기에 알함브라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회랑은 보너스다.
이슬람의 꽃, 나스르 궁
아라야네스 중정
사자의 정원
기둥 하나하나가 다 작품
어떤 각도에서도 화려한 배경을 놓치지 않는다.
하루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문제의? 나스르 궁 Palacios Nazaríes은 14세기 이슬람의 마지막 왕조가 사용했던, 왕의 집무실과 생활공간이다. 헤네랄리페가 초록초록한 자연으로 승부한다면 나스르 궁은 이슬람의 솜씨가 돋보이는 장소. 우아한 라인의 아치와 대리석 기둥, 벽면과 바닥, 천장까지도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벽면
의자도 괜히 더 멋져 보이는 건 기분탓일까?
알현실부터 타지마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아라야네스 중정, 나스르 궁의 핵심인 사자의 정원과 여인의 탑까지 찬찬히 나스르 궁을 거닐어 본다. 15세기 혹시나 궁이 파괴될까 눈물을 흘리며 투항했다는 이슬람 왕조나 그라나다를 정복한 후 알함브라가 너무 아름다워 파괴하지 못했다는 카톨릭 왕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진귀한 왕실의 살림살이? 하나 남아있지 않았지만 공간 그 자체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
알함브라의 시작과 끝, 알카사바와 카를로스 5세 궁
옛 요새의 흔적
벨라의 탑에서 보는 그라나다
알카사바는 초창기 알함브라가 군의 요새로 사용되었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24개의 망루와 군인들의 숙소, 목욕탕 등이 있었다는 넓은 지대를 보면 꽤나 규모가 컸을법한데, 현재는 터만 덩그라니 남아있는 상태라 금새 돌아볼 수 있다. 가장 바깥 쪽에 있는 탑 위에서 그라나다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멀리 보이는 까를로스 5세 궁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외부는 사각형, 내부는 원형인 것이 특징
카를로스 5세 궁은 알함브라에서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장소다. 16세기 그라나다를 차지한 카를 5세가 이슬람에 대항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알함브라에서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과 마주한 그는 '카톨릭이 더 위대하다!'는 심정으로 이 건물을 세웠으리라. 그는 만족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궁은 다른 곳에 지어졌다면 더욱 높이 평가됐을 것 같다. 꼭 다른 문화/사람을 밟고 일어서야 했던걸까.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참,
파라도르, 알함브라의 특별한 하루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의 파티오 (출처: 공식 홈페이지)
알함브라 궁전에서의 특별한 기억을 만들고 싶다면 파라도르에서의 하룻밤을 추천한다. 파라도르 Parador는 스페인의 국영호텔로 오래된 성과 요새, 수도원 등을 개조해 만든다. 스페인 대부분의 도시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파라도르가 존재하는데 그라나다 파라도르는 알함브라 궁전 내부에 있다는 사실.
스페인 국영호텔 파라도르 정보 및 예약 https://www.parador.es/en
헤네랄리페를 바라보며 식사 가능! (출처: 공식 홈페이지)
아침에 눈을 뜨면 창 밖으로 헤네랄리페가 보이고, 관광객 입장 시간 전에 아침 산책하듯 알함브라를 거닐 수 있는 그 특별함 덕분에 그라나다 파라도르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비싸고 경쟁도 치열한 편.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호텔 정원과 노천 카페는 이용할 수 있으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기억해 두자.
알함브라 궁전의 모든 것. (Alhambra, Granada, Spain)
1. 그라나다 아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한때 안달루시아를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다.
2. 관람을 원한다면 티켓 예약은 필수. 나스르 궁의 하루 입장객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3. 구릉 위에 위치해 오르막이 많고 지대가 넓어 제대로 돌아보려면 반나절은 필요하다. 일정을 여유롭게 하자.
4. 그라나다의 여름은 해가 뜨겁다. 선글라스와 모자, 물 등을 꼭 지참하자.
5. 알함브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궁전 안에 위치한 파라도르에 숙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 알함브라 궁전 티켓 예약 https://tickets.alhambra-patronato.es/en/
- 파라도르 호텔 예약 https://www.parador.es/en
-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정보 (일정/루트/비용 등) http://bitna.net/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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