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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서울 촌X, 부산에 가다!

빛나_Bitna 2007. 1. 17. 00:46

부산 해동용궁사에서 본 일출 (photo by Sue)

01. 서울 촌 아이들, 부산에 가다.
배로 떠나는 일본여행.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것도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가 굳이 배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성수기라서 몸값꽤나 올라주신 항공료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부산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하_ 그렇다! 나는 서울 촌X인 것이다. >_<;; 이왕 가는 건데 부산구경도 하자고 생각했으나 전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는_! 부산 구경을 무사히 마칠 수는 있는거야?


02. KTX 비싸구나_ 덜덜덜;

부산으로 가는 KTX

4시에 퇴근을 했건만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4시 퇴근하는 훌륭한 회사! ㅋ) 테헤란로는 벌써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부랴부랴 지하철을 잡아탔으나 지하철은 살짝 건드려도 터질듯이 사람으로 가득했다. (대한민국 인구는 죄다 여기 모인게냐!!! -_-+) 덕분에 우아하게 커피 한잔 사들고 서울역을 둘러보다가 탑승하겠다는 나의 생각은 산산히 부서졌다. 대신 5시 4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5시 41분에 발권해서 탑승장을 찾아 미친듯이 달려가는 불쌍한 아이가 남아 있었다나 모라나..; (꼭... 예매합시다. 서울역 사람 정말 많다;; )

좁지만 편안했던 시간. (절대 설정샷)

드디어 KTX가 움직이고 슬금슬금 일어나 완전 촌티를 내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오~ KTX가 이렇게 생겼구나! +ㅇ+' 모두가 조용히 잠을 자는 와중에 살금살금 사진찍고, 커피도 사서 된장녀 놀이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혼자서도 참 잘 논다. -_-;;;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낯설고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부산행 열차. 무언가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이 작은 공간. 3시간에 무려 5만원이나 하는 꽤 비싼 곳이지만 모처럼 느낄 수 있는 자유에 대한 비용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차는 달린다. 부산으로, 설레임을 가득 안고서...


03. 두리번 두리번, 우리 시골에서 왔어요!


열차에서 내려서 출구를 향해 나가는 동안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언제부터 우리나라 기차역이 이렇게 좋았단 말인가!!!!! 인천공항 뺨치는 뽀대나는_ 번쩍번쩍한 시설들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결국 내가 가장 늦게 출구를 빠져 나왔다나 모라나..

아침에 먼저 내려가있던 Sue양과 눈물의 상봉(?)을 하고 외친 말은 '우리 이제 어떻게 하지?!' 이리저리 부산역을 방황하던 우리의 눈을 번뜩이게 만든 곳은 바로 관광안내소! '저희가 서울 촌에서 왔는데요~' 경상도 특유의 억양이 묻어나왔지만 예쁘장하게 생긴 언니는 부산 지도를 펼쳐놓고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와우~ 우리나라도 이 정도면 여행하기 나쁘지 않구나!!! (근데 살인적인 대중교통란은 어쩌고?!;;; )


04. 먹는게 남는 것! 우선 먹자!

지하철을 타고 부산 서면에 도착! 연말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복잡한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산이.... 정말 크구나!' (부산 사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큼직한 배낭을 메고 두리번거리는 우리의 모습은 아마 중국인 관광객과 비슷했으리라.. OTL

왠지 바다가 가까운 곳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회를 먹자니 일본이 걸리고 해서 선택한 메뉴는 해물탕!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새우, 게, 조개, 오징어 등등이 가득가득! 인심좋은 아주머니는 저렇게 많은 밥을 주고도 더 주겠다고 하신다. (아하하하_ 우리가 더 먹었을까? ㅋ)  

끓기를 기다리는 안습한 표정의 빛나씨!


보글보글_ 드디어 끓기 시작했다. 넓은 대접위에 가득 담아서 먹어주면.... 꺄아아아~ 이슬이 생각나요.....가 아니라 너무너무 맛있었다. 얼큰한 국물에는 바다냄새가 가득 담겨 있었다. 만나면 종알종알 수다떠느게 일인 우리였지만 그 순간만은 조용히 먹기에만 집중했다. 마지막 남은 새우 한마리를 위해 서로를 견재하면서...


05. 멋진 여행을 기원하며 Cheers!

부산에서의 1박은 서울까지 유명하다고 소문난 베스타 온천 사우나로 결정! 달맞이 길로 가기 위해 해운대에 도착했다. (부산 지하철은 굉장히 깨끗하다. 그리고 비싸다. -_-;; ) 배는 부르고 무언가를 구경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 커피 한잔에 수다 한마당이면 최고일 것 같은데 별다방, 콩다방은 싫고_ 그래서 해운대에서 택시를 타고 아저씨께 달맞이 길에 유명한 카페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친절한 아저씨는 천천히 가시면서 하나하나 특색을 설명해 주셨다.

미사리 라이브 카페촌처럼 달맞이 길을 따라 비슷비슷한 카페,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알렉산더. 꽤 큰 규모에 럭셔리해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와인들!!! 여기까지 왔는데 우아하게 분위기 한 번 잡아야 하지 않은가? 그래서.....  

달콤하고 가벼운 느낌의 와인! (이름 모르겠다. @_@; )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조금 조용한 곳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윗 층으로 안내해 준다. 아래층과 달리 여러 개의 룸들로 되어 있어서 보다 조용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층마다 서버가 있는데 굉장히 친절하고 재밌었다. 그냥 달콤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장미빛의 와인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부담스럽지 않은 맛까지 나쁘지 않군!

과일과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꿋꿋하게 주문한 치즈!

후훗_ Cheers_!

깜깜한 창밖을 바라보며_ 달콤한 와인 향을 느끼며_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_ 그렇게 부산에서의 하루는 저물고 있었다. 내일은 어디가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하는 것들은 세우지 않았다. 부산항을 떠날 때까지 그냥 발길닿는대로 부산을 느껴보고 싶었다. 사실 이렇게 크고 볼 것이 많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다음에 중간역이 아닌 종착역으로 부산에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내일 저녁은 새로운 곳에서 맞이하겠지. 이제 시작이다. 즐겁고 행복한 우리의 여행을 위해, Cheers!



06. 달빛이 예쁜 길을 걸으며..

카페를 나서 사우나를 향해 걸었다. (길을 따라 걸으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길에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노란 가로등만 거리를 비출 뿐... 무심코 고개를 돌렸더니 정말 노란 달이 보인다. 카페에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달을 볼 수 있는 것은 카페, 레스토랑들의 영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은은한 달빛은 태양에 가려 낮에는 볼 수 없다. 네온사인에 가려 밤에도 볼 수 없게 되면 어쩌지?! 달맞이 길 주변은 공사장이 가득하다. 편한 것도 좋고 돈을 버는 것도 좋다. 다만 '달맞이 길'이란 이름을 잊지는 말자.

부산 날씨치고 유난히 추웠던 그 날. 우리는 깨달았다. 길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죄다 찜질방에 있는 것을... OTL... (세상에 발디딜 틈도 없다니...;; ) 우리나라 입소문의 위력은 정말... 정말... 대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