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영국 England

[Bolton] EPL에서 이청용, 박지성 선수를 만나다. (볼턴 원더러스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빛나_Bitna 2010. 10. 15. 08:57

EPL보러 왔어요!


 10시간의 긴 비행끝에 런던 도착. 그리고 또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볼턴에 도착하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그렇게 여기가 영국인지 한국인지 구분도 못하고 바로 쓰러졌지만 아침 8시 모닝콜에 재빨리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피곤함이 온몸으로 느껴졌지만 잠시 잊기로 했다. 왜? 오늘은 이번 영국 여행의 하이라이트 볼턴과 맨유의 경기를 보러 가는 날이니까!!!

리복 스타디움 (@볼턴)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이 가득


 볼턴은 맨체스터보다 살짝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경기장으로 오는 길, 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우리나라 농촌을 떠올리게 했는데, 들판위에 축구장만 덩그러니 있는 것 같다. 볼턴의 홈구장인 리복 스타디움. 맨유나 첼시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라지만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임은 틀림없다.

경찰아저씨도 보이고...

메가스토어에 가면 볼턴 관련 용품이 가득!


 경기 시작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경기장을 열심히 돌아보기로 했다. 일찍부터 찾아온 축구팬들은 여기저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두리번거리는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나름 용기를 내서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Korea'라고 했더니 'Yong!!!'을 외치며 간다. 이 동네 사람들은 '청용'을 발음하기 영... 힘든가보다.

이청용선수 사진이 붙어있는 출입구 +ㅁ+


이 경기장이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하니 놀라웠다. 정말 긴... 영국의 축구 역사도 놀랍고, 이 작은 도시에서 100년 넘게 축구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또 100년이 넘은 건물을 아직도 잘 활용하고 있는 영국 사람들도 놀랍다.

이것이 오늘 경기 티켓!

경기장으로 들어가 볼까?

  어느새 경기 시간이 가까워졌다. 잘 넣어둔 티켓을 양손에 꼭 쥐고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두근두근... 떨린다, 떨려~!!!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푸른 잔디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짜잔~!!!

아직 경기 시작 전..

한참 행사 진행중..

꺄악! 이청용선수닷! +ㅁ+


 축구 전용구장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깝게 경기장이 보인다. 신선한 기운을 가득 내뿜는 푸른 잔디가 눈에 띈다. (상암동 잔디는 시도때도없이 푹푹 파이더만... -_-;;; ) 선수소개와 경기전 행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나의 눈이 빠르게 한쪽에 고정되었다. 노란 운동화를 신은 이청용선수에게로!!! +ㅁ+ 예상대로 오늘 선발출전이다. 꺄악, 청용아, 누나가 왔다아아아~ +ㅁ+ (미쳤다, 진짜.. -_-;; )

볼턴 응원석

원정 응원 온 맨유 팬들 (이들은 경기 내내 일어서 있었다.)

순식간에 관중석이 맨유 응원석 일부를 남기고 채워졌다. 우리나라 프로축구에선 보기 힘든 관중으로 꽉 찬 경기장이 여기선 흔한일이란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

 스포츠 뉴스에서 보던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었다. 등 번호를 보고 이름 맞춰보며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보려 애썼지만 너무 흥분해서인지 좀처럼 흔들림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깔끔히 포기하고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언제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겠는가!

+ 이 포스팅에서 볼턴과 맨유 경기에 대한 해석은 생략하겠다. 나보다 잘 아시는 분들이있으니.... 현장 사진으로 대신하련다.


 전반전은 일대일로 종료되었다. (나니의 골은 정말 환상적이었다는!) 하프타임을 이용해 매점도 구경해보고 하프타임비어도 한잔 들이켜주었다. 이 동네는 관중석 내에 맥주반입을 철저히 금지되어있다. (다른 먹거리와 음료는 관계없음) 술먹고 행패부리는 몰상식한 관중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덕분에 맥주를 원샷하느냐 힘이 들었지만 규칙은 규칙이니깐... 그리고 곧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오오! 지성팍의 등장! +ㅁ+

지성팍 투입!


한참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맨유의 선수교체가 있댄다. 음.... 음??? 저 익숙한 뒷통수는 오오~ 지성팍이군하, 올레~!!! 선발출전자 명단에 없길래 오늘 맨유에서 뛰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겠다 싶었는데 교체투입이라니, 감독님, 쌩유~!!!
 

박지성/이청용 두 선수의 EPL 첫 만남.

둘이 참 잘 붙어다닌다. 중간중간 은근 대화도 많이 하고.. ㅋㅋ

후반전 박지성선수가 투입된 후 살짝 고민했지만 그래도 우린 열심히 볼턴을 응원했다. 왜? 우리 자리가 볼턴구역이었기에... (난 영국에서 죽기 싫다고!!! ㅋㅋㅋ)

 박지성 선수는 정말 부지런히 경기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키 작은 선수가 총총총 뛰어다닌다 싶으면 여지없이 박지성이었다. 이런 성실한 모습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으리라. 이청용 선수는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경기 끄트머리쯤 교체되어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용~'을 외치며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물론 나도 함께..)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경기는 사이좋게 2 대 2 무승부로 끝났다. 아무래도 강팀인 맨유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공은 둥근 법이니까...
9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스피디한 경기였고, TV에선 볼 수 없었던 카메라에 비추지 않는 부분들까지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무엇보다 이청용, 박지성 선수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의미있는 날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두 선수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써 자랑스럽고... 나도 그들처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더 노력해야겠단 생각도 들고... 지성팍 새로 한 머리는 아무리 봐도 웃기단 생각도 하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