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영국 England

[Bolton] EPL 현장에서 막무가내 인터뷰를 하다.

빛나_Bitna 2010. 10. 20. 15:07

경기가 끝나고..



 2010년 9월 26일. 볼턴과 맨유의 경기를 보면서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이 또 하나 있다면 관객들로 가득 찬 경기장이었다. 볼턴은 작고 조용한 도시인데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일까? K-리그의 텅 빈 경기장을 생각하면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승패에 관계없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팀을 응원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축구’는 정말 중요한 생활의 일부인 것 같았다.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영국 사람들의 축구사랑은 얼마나 될까? 이 많은 축구팬들에게 비춰진 동양에서 온 청년들(이청용, 박지성선수)의 모습은 무엇일까? 영국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청용 선수와의 인터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콩알만한 희망은 이미 물 건너 갔고... 에라,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막무가내 인터뷰를 시도했다.  

막무가내 인터뷰 중..


  영어 실력도 좋지 않은데다 덩치 큰 영국 남자들뿐이라 쉽게 말 붙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온 아버지를 공략! 저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볼턴의 팬이라고(???) 소개한 뒤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흥쾌히 허락해 주었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알고 있나요? 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봤거든요. 그때 한국 참 잘했었죠.
"한국에서 온 Yong(이청용) 선수를 알고 있나요? 물론이죠!!!
"그의 플레이를 좋아하세요? 당연하죠.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선수예요. 난 그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오호~ 이청용 선수는 볼턴에 이름만 올려놓은 것이 아니었다. 한국 뉴스에서 나오는 '그렇다 하더라'보다 훨씬 설득력있는 리얼함!!!

"축구장에는 얼마나 자주 오나요? 모든 볼턴 홈경기에 옵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요? 그럼요, 리복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항상 옵니다. 시즌권을 매년 구입하거든요.
"영국에 많은 축구팀 중에서 왜 볼턴을 좋아하세요? 볼턴은 나의 고향이고 난 그들의 경기를 보며 자랐어요. 내겐 가족같은 존재죠.

 

이것이 시즌권!


 유럽 사람들은 동양인하면 중국, 일본만 생각하는데 그는 한국을 알고 있었다. 축구 덕분에... 그가 볼턴의 모든 홈 경기를 보러 온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경기장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더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가족과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축구를 보러 오는 것이라니 이 나라 사람들의 축구 사랑도 부럽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아빠의 모습도 부럽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는 귀가 불편해서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덕분에 나의 콩글리쉬에 큰 아들의 수화통역까지 거쳐야 해서 꽤 귀찮았을텐데 어린 아이처럼 즐겁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다시 한번 Thanks.. :)

버스타고 원정오신 분들 떠나는 중..

 작고 조용한 도시지만 리복 스타디움은 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청용’이란 발음이 어려워서 ‘용~~~’을 외쳐버리는 사람들.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양인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 도시 사람들이 그로 인해 한국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정말 자랑스러웠다. 경기는 벌써 끝났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팀 응원에 열심이었다. 우리나라 경기장은 언제쯤 뜨겁게 타오를 수 있을까? 축구가 삶에 일부가 되어버린 사람들과 그 속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심하게 부러웠다.  


+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글이 몇몇 분들을 언짢게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아니 유럽에서 축구는 거대한 산업입니다. 축구 수준도 수준이지만 관련된 산업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축구가 발전하기까지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영국 축구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축구가 하나의 큰 산업으로 발전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훌륭한 선수들과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적인 관중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K-리그는 TV 중계 보기도 힘들고, 사람들의 관심도 국가대표나 월드컵에만 반짝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어휘가 주는 직접적인 뜻 보다는 나름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