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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롱산스에서 2012년 새해 행운을 만났다. (Taipei,Taiwan)

빛나_Bitna 2012. 4. 4. 23:07
1st Day : 롱산스(龍山寺, 용산사) - 시먼딩(西門町, 서문정) - 타이페이101빌딩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면서 은근 머리가 복잡했나보다. 연말을 앞두고 아무 생각없이 좌석이 남아있는 항공권을 질러버렸다. 평소에는 출국일을 앞두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하고, 떠날 날을 기다리며 설레이고 했는데 이번에는 왠지 시큰둥. 그냥 가나보다 멍하고 있다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처럼 공항으로 향하는 나란 아이.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여기, 대만 타이페이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서울에서부터 입고 온 두꺼운 스웨터를 벗어버렸다.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대만의 공기, 익숙한듯 낯선 특유의 향 그리고 오랫만에 듣는 중국어... 새로운 환경들이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머리 아픈 것들을 살짝살짝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여행에 집중할 수 있겠지? 

롱산스 입구

 

 대만에서 가장 처음 찾아간 곳은 롱산스. 롱산스는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그래서 유명한 사원이다. 번화한 도시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평소에도 현지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인데다, 때마침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선거 유세활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서 북적북적 발디딜 틈이 없다.

여기가 입구

사람들로 북적북적

한쪽에는 작은 폭포도 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분리된 국가다보니 이 동네 사원도 중국이나 홍콩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지붕의 곡선과 돌기둥에서부터 지붕까지 이어서 새겨진 꿈틀거리는 용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쇼핑몰 촬영중!

 

 사원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 와중에 사원앞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가만보니 쇼핑몰 촬영을 하는 듯 하다. 두꺼운 화장의 모델님은 어디선가 계속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으니까. 음.. 저런 스타일이 요즘 대만에서 유행인가? 우리나라 쇼핑몰들이 이 동네 상륙하면 초대박일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나 뿐인가?  

기도하는 사람들도 가득!

 

 사원안에 자욱한 향 연기를 헤치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방을 메고 온 학생, 방금 퇴근한듯 넥타이를 한 직장인, 산책나오신듯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를 업은 엄마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래도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음식들이 가득

 이쪽엔 꽃이 가득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한걸음 물러서서 사원을 돌아보았다. 가만보니 사원안에는 꽤 많은 신들이 모셔져 있었는데, 각자 역할이 다른지 인기있는 신은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만큼 사람이 많았다. 불교와 도교 그리고 민간신앙까지 합쳐졌다고 하더니 이런 모습은 왠지 일본의 사원과 닮아있다.

 나도 얼떨결에 여기까지 왔으니 행복한 2012년을 위해 몇 가지 빌고 싶은 것을 빌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누가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거지? 난 어디로 가서 기도해야 하는거지? 결국 그냥 마음가는쪽에 서서 기도하고 다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는 수 밖에 없었다는...

여기는 점치는 곳!

나의 운세 73번!

 

 사원을 나서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점 보는 곳! 약장처럼 작은 서랍속에 있는 종이를 뽑아서 나온 숫자로 점괘를 보는 것이다. 방법을 몰라 어리버리하고 있는 내게 친절하게 사용법과 영어 해설집을 쥐어주는 대만 아가씨! 쌩유베리, 감사!!!

 내 번호 73번은 뭐라고 나와 있을까? 두근두근 해설집을 펼쳐들었다. 'At the time of great changes, your greatness will become apparent.' - 흐음... 이건 좋다고 해석해야 할까, 나쁘다고 해석해야 할까? 자고로 이런 믿거나 말거나 점은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것이 최고인지라 내맘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완전 중요한 것이 온다잖아!!!  

사원 출구.

 점괘 번호별로 부적을 판다.

 

 롱산스 출구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부적들을 판매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점괘 번호별로 모양도 가격도 다른 부적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 가격이 비싼 부적이 있는 번호의 점괘는 분명 완전 나쁜 내용이었겠지? 믿음인지 상술인지 살짝 헷갈리기만 이 부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면 나름 괜찮은 소비 아니겠어? 물론 난 구입하지 않았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새해 내 운세는 최고라는 내 맘대로 해석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ㅋㅋ

 영화세트로 사용됐던 곳이라고.

 뭔가 중국 느낌이 가득한 벽

 기념샷 한 컷!

 

 롱산스를 나서는 길. 여행의 힘 때문인지, 롱산스에서 뽑은 나의 점괘 때문인지, 나의 초 긍정주의 때문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머리속이 마음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최근 몇 달간 너무나도 시니컬하게 변해버린 나를 습기를 가득 머금은 타이페이 바람에 실어 날려버리련다. 그래, 지금처럼 웃자. 다시 항상 즐겁고 유쾌한 그래서 에너지가 넘치는 빛나는 나로 돌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