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와 딸
'페와 딸(Phewa Tal)'은 포카라 도시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넓은 호수이다. 매일같이 수면위에 비춰진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지냈는데 오늘은 특별히 배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노를 저어보자.
보트를 대여해주는 사람은 호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모터보트는 없고 죄다 노를 저어 움직이는 길쭉한 나무배다. 페와 딸에서 보트를 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직접 노를 젓거나, 노를 젓는 사람을 함께 고용하거나. 노젓기의 달인인양 이야기하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우리는 직접 노를 저어서 호수를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건강한 젊음니까.
리얼한 표정연기(?)
힘차게 노를 저어 물 위를 움직여본다. 오늘의 목표는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을 돌아서 오는 것. 나무배의 삐걱거리는 소리, 배가 물살을 가로지르는 소리, 멀어져가는 육지(?)의 사람들 소리... 조용한 호수에서는 들려오는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저 섬까지가 목표
안 힘든척 하고 찍어보자!
조용히 해가 지고 물 위에서 맞이하는 밤은 왠지 분위기있다. 열심히 노를 젓던 손을 잠시 멈추고 배 위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배의 구조상 모두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할 수는 없지만 뭐 괜찮다.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이야기하는 우리의 목소리도 함께 작아진다. 왠지 이 분위기를 깨버리기 싫어서.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대화 주제는 대부분 각자의 여행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신기하게도 각각의 여행루트에 중복되는 장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태국! 우리 태국에서 다시 만나야 하는건가?
목표지점 도착!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느새 해가 지고 몰려온 어둠이 순식간에 호수를 둘러쌌다. 시간도 늦고, 슬슬 배도 고파오고, 보트 대여시간 1시간도 다 되어가니 이제 돌아가볼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처음 보트를 빌린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불빛이라고는 없는 호수 한 가운데에서 출발지점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 휴대폰 하나와 작은 손전등 하나로 구조신호를 보내면서 처음 떠나온 방향으로 노를 저었다. 이 넓은 호수 한가운데서 노숙을 해야 하는건가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지만 모두 함께 웃어버렸다. 별 일이야 있겠어?! 혼자 혹은 둘이 있었다면 불안감이 더 커졌을텐데 함께한다는 것의 힘은 가끔 놀랄만큼 세다.
그렇게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어둠속에서 누군가 우리를 부른다. 바로 배를 빌려준 아저씨. 이 아저씨 입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본인 재산을 들고 사라졌으니 속이 좀 탔을듯. ㅋㅋㅋ 한 시간 반의 긴 항해(?)끝에 우리는 다시 땅에 발을 딛었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단단함, 오오~ 감사합니다!!!
저녁은 스테이크로!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몰려온다. 모두 비슷한 상태였던지라 저녁메뉴는 만장일치로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바로 스테이크! 카트만두에서 우리를 감동시켰던 에베레스트 스테이크의 포카라 지점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 맛있는 스테이크 그리고 시원한 맥주가 함께하는 저녁식탁에 부족한 것이 있을까. 그렇게 포카라의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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