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입구
화장터를 지나간다.
보드나트를 돌아보고 들른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 힌두사원은 네팔 힌두교 최대의 성지이다. 네팔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라는데 가는 길도 좋지 않고, 사원의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었다. 네팔 국왕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신의 축복을 받기 위해 찾을 정도로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화장터'로 더 유명한 이유는 가장 중심에 있는 사원이 힌두교도 외에 입장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리를 건너면 사원들이 펼쳐진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두들
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화장터를 지나면 파슈파티나트의 사원군이 펼쳐진다. 파슈파티나트에서는 몇 년은 감지 않았을 머리에 진한 메이크업(?)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이 '사두(Sadhu)'라고 불리우는 힌두교 수행자들이다. 재밌는 것은 이런 사람들중에 진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보다는 외국인 여행자를 상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여행자의 카메라만 보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자하고, 이마에 점 하나 찍어주고 돈을 요구하는 이들을 보면 속세와 연을 끊고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인 듯 하다.
파슈파티나트의 핵심사원
문 안쪽으로 황금송아지상이 살짝 보인다.
파슈파티나트는 여러 개의 사원으로 이루어진 사원군이다. 사람들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흰색 사원이 파슈파티나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시바신을 위한 곳으로 사원 내부에 있는 커다란 황금송아지상이 이 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도와준다고. 힌두교도가 아니면 입장할 수 없는 곳이기에 조금 열린 문 앞에서 한참동안 방황했다. 혹시나 문 틈으로 나오는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다리를 건넌다.
사원을 돌아보고 다시 다리를 건넌다. 다리건너 보이는 작은 집처럼 생긴 건물들은 이 곳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데, 수행하고 있어야 할 사두들은 모두 영업(?)에 바쁘고, 사진찍기 바쁜 여행객들만 가득했다.
흐르는 강과 사원이 한눈에
사원 바로 앞에 넓은 가트
사원 안은 사람들로 북적
바쁘게 움직이는 순례자들과 카메라만 보이면 반갑게 다가오는 생계형 사두들을 피해 강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파슈파티나트 사원군 앞을 흐르는 마그마티 강은 인도 갠지스강의 상류로 네팔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다. 사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강을 따라 늘어선 가트(Ghat)에서 화장을 한 뒤, 마그마티 강으로 흘러가는 것이 네팔 힌두교도들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란다.
그런데 시바 사원 앞쪽에 있는 가트는 사원 입구에서 본 가트들보다 크기도 크고 화려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원에서 가까울수록 더 축복을 받기 때문이라는데, 사원 바로 앞에 가트는 왕족만, 그 다음 가트는 귀족만 화장할 수 있단다. 많은 여행 에세이에서 이런 곳을 '죽음 앞에서 인간은 다 똑같다.'고 표현하던데, 글쎄... 내겐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세상이 정해놓은 등급을 짊어져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도대체 어디가 똑같단 말인가!
사원을 나서는 길, 많은 외국인들이 강변에 앉아 있고, 건너편 가트에는 세 사람이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가트를 청소하고 장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담담하다 못해 건조하기까지 했지만, 고인을 내려놓을때만큼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예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카메라 줌을 내려놓았다. 나도 고인에 대한 예를 지켜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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