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슈파티나트에서 20~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빠딴(파탄,Patan). 지금은 카트만두 남쪽에 작은 동네가 되어있지만 과거 이 곳은 카트만두, 박타푸르와 더불어 카트만두 계곡 3대 왕국 중 하나였다고 한다. 좁은 골목은 상점과 자동차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까지 더해져 혼잡스러운 것이 카트만두와 별반 다른 것 없구나.
골든템플 입구
입구에 있는 만달라
빠딴에서 처음으로 들른 곳은 골든템플(Golden Temple). 이 곳에 있는 사원들중에 가장 중요한 곳으로 12세기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 사람들의 종교적 중심이 되고 있단다. 친절히 길을 안내해주는 아저씨를 졸졸 쫓아갔는데 길이 어렵다기 보다는 사원 입구가 너무 작아서 지나치기 쉬워 보였다. 사원 입구의 천장에는 화려한 만달라가 새겨져 있고, 안으로 들어서니 본당 건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사원 본당
황금사원이란 이름은 해가 비추면 본당의 지붕이 황금빛으로 반짝이기 때문이라는데 실제로는 금빛보다는 황동빛에 가까운 색이었다. 사원 내부도 입구만큼이나 작은 편이라서 전체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내기가 영 쉽지 않아 포기해 버렸다. 대신 천천히 사원 내부를 돌아보는 것으로 별도로 낸 입장료의 값어치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두르바르 광장 입장료 외에 골든템플은 별도 입장료를 받는다. 인당50루피)
본당 건물의 외벽과 사원 안에 놓여져 있는 동상들은 모두 황동색 금속재질로 되어 있다. 사원 내부에 모셔져 있는 불상 역시 마찬가지. 지금까지 본 사원 대부분이 돌이나 나무를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금속이 주는 소재감 자체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외벽에, 처마에, 기둥 위에 놓여진 크고 작은 오브제들이 금속공예 작품들을 보는 듯 섬세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왼쪽에 어린 스님
사원을 돌아보다 현지인들에게 둘러싸인 어린 동자승을 보았는데 그가 이 사원을 지키는 주지스님이란다. 그가 어른이 되면 또 다른 동자승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되어 있다고.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이 사원을 긴 시간동안 지켜주는 것인가? 내맘대로 해석해 본다.
빠딴의 중심
골든템플을 돌아보고 빠딴의 중심, 두르바르(Durbar) 광장으로 이동했다. 입장료는 500루피. 약 7,500원 정도 되는 금액인데 네팔에 물가를 감안하면 꽤 큰 금액이다. 심지어 외국인에게만 부과된다는...!!! 광장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빠딴의 복잡한 골목들이 모두 이 곳으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는데, 다른 골목으로 돌아가볼까 싶었지만 난 문화시민(으..으응?)이니까 정직하게(?) 입장료를 내주었다. 이때까지도 나는 몰랐다. 네팔의 외국인용 입장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라는 것을...!!!
마을 공동우물
광장 한쪽에 있는 커다란 우물에는 물을 길러 오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 우물은 광장이 처음 형성된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이 동네 사람들의 생활용수원이 되고 있다는데 대단하단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바뀌는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내겐 몇 십년, 몇 백년간 이어져 온 무언가는 신기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두르바르 광장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왕궁부터 크리쉬나 사원, 딸레주 사원, 상카르 사원 등등 발음하기도 어려운 낯선 이름의 사원들이 가득하다. 사원들은 대부분 17세기에 지어졌다고. 역사적,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옛 왕조의 건물들이 이 곳에 모두 모여있으니 네팔 역사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 곳에서 사원 하나하나의 이름과 각각의 의미를 꼼꼼하게 새겨보고자 한다면 너무 과한 여행자의 욕심이 아닐까. 한 왕국의 시작과 끝의 역사를 단 몇 시간만에 습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 테니까.
높은 곳에서 본 두르바르 광장
광장 건너편에 있는 작은 사원에 올라가보니 광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처음 모습보다는 조금 (아니 사실 좀 많이? ㅋㅋ) 낡은 모습이겠지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옛 왕국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정도가 아닐까.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
두르바르 광장 건너편의 긴 길을 따라서 형성된 시장은 현지 사람들의 생활공간이다보니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옛날에도 이 자리에 시장이 있지 않았을까? 그 옛날 시장에는 어떤 물건을 팔았을까 상상하며 시장을 돌아본다.
마을을 걸어보자
시장을 중심에서 이어지는 골목 안쪽은 모두 현지인들의 거주지역이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골목 곳곳에 한눈에 봐도 몇 백년은 되었을 법한 사원과 탑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벌써 주변에 담부터 세우고 보수공사에 뭐에 바빴을텐데 이 동네는 너무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방치하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거야? 곳곳에 놓여있는 탑에는 이름도 안내판도 없다. 다만 오늘도 열심히 기도하고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빠딴에서는 지도가 필요하지 않다. 발길가는대로 어디로 가도 빠딴의 과거를 그리고 그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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