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AFRICA/남아공 South Africa

아프리카 캠핑카 여행 1탄, 차량과 캠핑장 탐구하기 (Southern Africa)

빛나_Bitna 2014. 10. 21. 05:55

처음 우리 부부가 남아프리카 렌트카 여행을 계획할 때, 자동차는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그래서 자동차로 이동하고, 늦은 오후에 숙소에 투숙하는 방식을 생각했었다. 그 계획이 갑자기 캠핑여행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얼떨결에 저렴한 가격의 캠핑카를 빌리게 되면서다. 출발할 때는 숙소와 캠핑을 4:3정도 병행하겠다 생각했는데, 42일의 여행기간 중 숙소를 이용한 날은 겨우 7일뿐이었다. 심지어 7일 중 3일은 캠핑 가격에 숙소를 제공받은거라, 숙소에 투숙한 기간은 단 4일인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캠핑이 슬슬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 있을 때 우리 부부는 캠핑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런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캠핑여행을 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기만 하다. 캠핑에 'C'자도 모르는 캠핑초보의 초보 탈출기를 살짝 들여다보자.

 

[아프리카 캠핑카 여행]

- 남아프리카에서 자동차 렌트하기 http://bitna.net/1205

- 남아프리카 캠핑카 여행 2탄, 의식주 해결하기 http://bitna.net/1207

 

1. 어떤 자동차로 캠핑했는데?

 

6주간 함께한 Wicked Camper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자마자 저렴한 렌트카찾기에 돌입했다. 우리는 가난한 배낭족이니까. 각종 옵션을 선택할 경우 렌트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감안해 한국을 떠나기 몇 일전까지 수동변속 운전까지 연습했으니 말 다했지 뭐... 몇몇 현지 업체를 수소문해보니 저렴한 자동차는 하루 200랜드(2만 5천원선) 전후반대였다. (당연히 크기도 작고, 연식도 오래된 아이)

 

화려한 그래픽의 위키드밴


고민하던 중, 머물고 있던 숙소 아저씨의 소개로 알게 된 위키드 캠퍼밴(Wicked Camper), 캠핑카였다. 우리가 알고있는 캠핑카가 아니라 맨 앞 두 자리를 제외한 공간을 개조한 봉고차인데, 저예산 여행자(Budget Traveller)를 겨냥한 저렴한 가격이 최대의 장점이다. 호주,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에겐 꽤 알려져 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란다.

 

아래쪽에 짐을 보관하고

 

테이블로 변신하고,

 

침대로도 변신한다.

 

 우리의 운명인건지 Wicked 남아공 사무실이 바로 숙소 옆집!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요란한 디자인이 좀 거슬리지만 (나름 보다보니 익숙해지긴 하더만. 게다가 어딜가나 인기만점이었다는!) 비교적 깨끗하게 잘 관리된 도요타 봉고들이었다. 렌트비용은 하루 300랜드(3만 7천원선, 2013년), 이륜구동, 자동기어변속에 보험 및 캠핑장비 대여 등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었다. 성능대비 렌탈비용도 괜찮은 편이고, 이 동네 숙소 가격을 고려하면 차 안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옵션이다. 일주일에 2~3일정도만 캠핑을 해도 꽤 많은 예산이 절약되니까. 이렇게 우리의 캠핑여행이 시작되었다.  

 

 

2. 캠핑여행에 필요한 물건은? 어떻게 준비하지?

 

차량 뒤에 있는 작은 주방. 모든 용품은 대여!

 

접이식 캠핑의자, 나름 유용하다.

 

 예정에 없던 캠핑여행이라 우리 부부는 필요한 물건들을 빌리거나 구입해야 했다. 덕분에 불편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사람이 언제나 원하는걸 모두 다 갖추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캠퍼밴과 함께 가장 먼저 빌린 물건은 가스통, 후라이팬, 냄비, 아이스박스, 컵, 그릇, 스푼과 포크와 같은 주방기구였다. 그리고 출발하기 직전에 작은 의자 두개를 빌렸는데, 참 요긴하게 쓰였다. 물론 차 안에 공간이 침대로, 테이블로 변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귀찮아서 잘 안하게 되었으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 유용하게 쓰였던 물건은 목배게, 침낭, 빨래줄, 다용도칼, 소형스피커, 세탁세제 정도. 식재료를 제외하고 구입한 물건은 수세미와 주방용세제였다.

 

SPAR중에 규모가 큰 매장엔 'Super'가 붙는다.

 

Pick n Pay와 SPAR만 있으면 만사해결!

 

노련한(?) 주부의 모습

 

왠만한 건 다 있다.

 

와인섹션은 정말 천국!

 

 아프리카도 사람사는 동네라 식재료를 비롯 뭐든지 구입할 수 있다. 스파(SPAR), 픽앤페이(Pick n Pay)등이 대표적인 대형마트인데, 어딜가나 찾을 수 있다는 거. 각종 생필품과 깔끔하게 포장된 식재료, 저렴한 주류(와인과 맥주)까지 구입할 수 있으니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마트를 찾느냐고 눈을 반짝일 수 밖에.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한국음식. 김치, 김, 고추장 등은 아프리카에서 구하기 힘들다. 이런 한국 양념들이 있었다면 캠핑이 더 풍요로워졌을텐데..  다음 기회에 장기 여행이 아닌 아프리카만을 여행하게 되면 꼭 준비해 와야지. 자동차로 이동하니까 짐에 대한 부담이 적어 괜찮을거야. 

 

 

3. 캠핑장은 어떻게 찾지?

 

도시 초입에 숙소 간판들이 가득!

 

남아프리카에서 캠핑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적인 캠핑장은 물론이고, 많은 여행자 숙소는 물론 리조트와 호텔중에도 캠핑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캠퍼밴으로 여행할 경우 카라밴파크(Caravan Park)라 불리우는 캠핑카 전용 캠핑장까지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더 넓었다.

 

도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숙소간판

 

찾아가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도로위를 달리다가 각 도시 입구마다 그 지역에 있는 숙소간판들이 깨알같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숙소 간판이나 광고물에 제공하는 시설들을 아이콘으로 표시하는데, 텐트모양 혹은 캠핑카모양이 있는 곳은 캠핑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잘 찾아가면 되겠지? (물론 '~Camp', '~Caravan Park'라고 이름 붙여진 곳도 많은 편이고)

 

 

4. 캠핑장의 종류와 가격은?

 

우리가 머물었던 캠핑장의 형태는 1. 배낭여행자 숙소에서 제공하는 캠핑, 2.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캠핑, 3. 단독 캠핑장이나 카라밴파크 이렇게 3가지로 분류된다.

 

배낭여행자 숙소에 잘 세팅된 주방 (@나미비아)

 

조리용품, 그릇 외에 간단한 양념도 제공한다. (@남아공)

 

여행정보가 가득 (@남아공)

 

안전한 주차공간이자 취침공간 (@남아공)


첫 번째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백패커스 등에서 제공하는 캠핑은 숙소의 시설을 이용하면서 차안에서 잠을 자는 방식이다. 장점은 주방을 사용할 수 있고, 스탭이나 다른 여행객들에게 여행 정보를 얻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숙소들이 주로 도시에만 위치하고 있고, 텐트는 가능하지만 자동차로 캠핑하기에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은 곳들이 있다.

 

드넓은 리조트 캠핑장 (@나미비아)

 

넓은 조리공간도 제공 (@나미비아)

 

여기서는 뭐든 만들 수 있다. (@나미비아)

스파도 사용가능! (@나미비아)

 

수영장도 공짜! (@남아공)

 

 두 번째는 리조트 캠핑.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장점은 넓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 리조트가 갖고 있는 모든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리조트의 필수품, 수영장! 심지어 리조트 내, 캠핑인구가 많지 않아 뭐든 내 세상인양 마음편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리조트다보니 국립공원같은 특정 지역에만 위치하고 있다는 것.

 

여기가 Caravan Park (@남아공)

 

캠핑장마다 지정된 구역이 있다. (@나미비아)

 

공동욕실은 넓고 깨끗하다. (@남아공)

 

조리대를 갖춘 곳도 있다. (@남아공)

 

그림같은 전망은 보너스 (@남아공)

 

세 번째는 단독 캠핑장이나 카라밴파크를 이용하는 것이다. 장점은 곳곳에 많아서 찾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캠핑족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도로를 달리다보면 하루에도 몇 개씩 캠핑장과 카라밴파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인당 100랜드(1만 2천원)를 넘지 않는 가격에 시설들은 대체로 훌륭했다. 덕분에 장거리 이동 중 낯선 도시에서 쉬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대 성능비를 따져가며 여기저기 숙소를 기웃거려야 하는 수고가 사라졌다. 표지판이 보이면 그냥 가면 되는거니까.

 

3가지 타입의 캠핑 모두 가격대는 인당 평균 100랜드(1만 2천원)이하, 아무리 비싸도 최대 150랜드 (1만 9천원)를 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3. 캠핑장 및 카라밴파크 < 2. 리조트 캠핑 < 1. 배낭여행자 숙소 캠핑 순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1번은 도미토리 가격보다 조금 싼 수준)

 

참고로 아프리카의 숙소 가격대는 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배낭여행자 숙소를 기준으로 우리가 여행했던 남아공, 레소토,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5개국의 숙소 가격대는 아래와 같았다.

- 캠핑 : 인당 ~150랜드 (2만원 이하). 평균 100랜드 이하 (1만 2천원)
- 도미토리 : 인당 100 ~ 200랜드 (1만 2천원 ~ 2만 5천원)
- 더블룸 : 1박에 최소 300랜드(3만 7천원) 이상. 평균 500 ~ 800랜드 (6만원 ~ 10만원)
* 모두 배낭여행자 숙소 기준가격. 리조트나 호텔은 더블룸 기준 최소 10만원 이상이다.  

 

남아공 외 4개 국가에서 배낭여행자 숙소는 남아공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도시가 아닌 국립공원 같은 지역에는 도미토리가 갖춰진 배낭여행자 숙소가 없고, 인당 8~1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리조트, 롯지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역에서도 캠핑장이나 카라밴파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캠핑의 장점이 더욱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로구나.   

 

우리 부부의 남아공 캠핑카 여행루트 (총 4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