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 MENA/요르단 Jordan

영화 <마션> 촬영지, 와디럼의 붉은 사막 (Wadi Rum, Jordan)

빛나_Bitna 2015. 10. 19. 11:14



The Martian (2015)


The Martian (2015)


 

 최근 개봉한 영화 <마션, The Martian (2015)>을 보는데 이상하게 배경으로 나오는 화성이 익숙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영화의 촬영지가 바로 요르단 와디럼(Wadi Rum)이란다. 순간 타는 듯 강렬했던 요르단의 붉은 사막이 떠올랐다. 사막의 밤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 그리고 사막에서 먹었던 따뜻한 차 한 잔까지도. 그래서 밀려있는 포스팅을 다 제쳐두고;; 와디럼으로 먼저 떠나보련다. 



와디럼 마을


사막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마을이다.


우리의 투어 차량

 

어디로 가야 해? 와디럼 사막은 요르단 남부, 그 유명한 유적지 페트라와 홍해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페트라가 있는 와디무사에서 2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와디럼 사막 입구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본래 이 지역에 사는 베두인은 유목민인데, 관광산업이 발달하면서 몇몇이 사막 근처에 작은 마을을 이뤄 살게 되었단다. 성수기에는 마을 입구에 온 동네 여행사가 모여 호객행위에 열을 올린다던데, 비수기인 불타는 여름의 마을은 조용하기만 했다. 영업중인 여행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문을 연 곳이 보인다. 오늘 와디럼으로 떠날 수 있겠구나. 


출발!


이렇게 보니 화성 같기도?


붉은만큼 뜨거웠던 모래 ㅠ


붉은 사막, 와디럼


어떤 투어가 있는데? 와디럼 투어의 기본은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사막을 헤매는? 것이다. 투어 기간은 하루부터 일주일까지 여행자의 일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당일 혹은 1박 2일 코스가 가장 인기가 좋단다. 우리는 와디럼으로 오는 버스에서 만난 호주커플 킴&제임스와 1박 2일 사막투어를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와 함께 와디럼으로 떠날 베두인 아저씨는 '가이드 + 운전사 + 요리사 + 사진사'까지 겸하는 그야말로 만능!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붉은 사막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인도 자이살메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에 이어 세계여행중에 만난 세 번째 사막이인데, 타는 듯이 붉은 와디럼 사막은 난생처음 사막에 오는 사람처럼 우리를 흥분시켰다. 


나름 알찬 점심도시락


거대한 협곡


다들 여기서 태양을 피하는 중


유목민들이 남겨놓은 것이라고


뒤로 보이는 킴과 제임스 ㅋㅋ


남편이 웃고 있는건가?

  


붉은 바위가 있는 사막, 와디럼. 사막 한 가운데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와디럼 사막을 둘러보았다. 보통 사막이라 하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와디럼은 조금 다른 모습을 한 사막이었다. 3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만들어진 이 지역에는 곳곳에 바위산과 절벽이 솟아있고, 그 사이 사이로 협곡과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투어의 중심은 독특한 모양을 한 바위를 찾아다니거나 인디아나존스라도 된 듯이 동굴을 탐험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이드 아저씨 말로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이 곳에서 종종 영화 촬영을 진행한다고 했다. 50년쯤 된 영화를 울궈먹던 가이드 아저씨, 요즘은 <마션>을 외치고 다니시겠구만! 


사막 트레킹?


독특한 모양의 절벽


뭔가로 내리친 듯 바위산이 갈라져 있다.


계속 걷다보면


캠프가 보인다.


갑자기 가이드 아저씨가 차를 세운다. 여기서 내려서 쭈욱 걷다보면 우리가 오늘 하루를 보낼 캠프가 나온다나 뭐라나. 이미 붉은 사막 풍경에 취한 우리는 겁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사막 한가운데에 내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바위산 사이에 있는 계곡을 흐르는 몰은 없었지만, 바위 표면에는 물이 흐르는 듯 독특한 무늬들이 가득했다. 자동차 안에서 달리면서 보는 것과 찬찬히 걸으면서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물론 더 덥고 힘들기도..;;


밤을 보낼 캠프


여기가 나름 주방? 아저씨는 요리 중


기대보다 훌륭한? 텐트 안


휴게실 겸 식당이다.


늘어진 친구들 ㅋ


나도 잠이나 잘란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즐기는 캠핑. 사막 트레킹(사실 산책에 가까웠다;; )의 끝은 사막의 하룻밤을 보낼 캠핑장이었다. 가이드 아저씨의 안내를 받아 텐트 안을 확인하고 짐을 정리했다. 바람을 막을 천막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주방 비스무레한 것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텐트 안에는 침대까지 갖춰진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 위에 침낭을 깔고 잤던 인도 자이살메르와 비교하면 여긴 호텔급! 


낙타를 타거나 암벽등반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는 말에 살짝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물론 물은 안나왔지만) 캠프를 보고는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껏 늘어져 게으름을 피우며 오후를 보냈다. 와디럼 사막 곳곳에는 수십개의 베두인 캠프가 있다고 한다. 여행자들을 위한 곳도 있지만 실제로 유목민인 베두인(Bedouin)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도 있단다. 물론 럭셔리 여행족들을 위한 고급 숙소도 있다.


슬슬 해가 낮아진다.


황금빛으로 변하는 중


해가 진다.


사막의 일몰. 한껏 게으름을 부리던 우리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에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캠프 근처에 있는 가장 높은 바위산에 올라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붉은 사막이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물론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루가 정말 잘 마무리되는 그런 느낌이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항상 바쁘게 살았던 우리는 지는 해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 그때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도 길고 고단했던 것이 아닐런지.  


저녁식사


맛있었다. ㅠ


어느새 음악가로 변신!


다들 신났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별 빛이 쏟아지는 사막의 밤. 캠프로 돌아오니 저녁식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하고 가이드 아저씨의 기타(처럼 생긴 전통악기)연주를 배경삼아서 우리는 밤이 깊어갈 때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가이드 아저씨 말의 의하면 베두인들은 원래 가무에 능하단다. 모닥불을 앞에 놓고 음악소리를 배경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베두인 스타일이라고, 지금 우리처럼. 학창시절 밴드에서 기타 좀 쳤다는 제임스의 연주와 영어인지 아랍어인지 알 수 없는 가이드 아저씨의 노래를 들으면서 밤이 깊어졌다. 가이드 아저씨가 준비해 준 따뜻한 차는 선선한 사막의 밤과 잘 어울렸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작은 물통 하나를 들고 낑낑대며 양치질을 했다. 전등이 없어 깜깜한 밤에 조금씩 물을 흘려가며 양치질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벌써 몇 번째 경험하는 사막이지만 좀처럼 몸에 익지 않는 불편함이다. 한두번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또 이 고생을 하러 사막에 왔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할때 쯤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면서 하나 둘 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잊고 있었구나, 사막의 밤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다음날 아침


다시 타오를 준비를 하는 와디럼


아침식사


일출


함께한 킴&제임스 부부 그리고 친절한 베두인 가이드 아저씨


다음날 아침, 가이드 아저씨가 준비해 주는 식사와 함께 와디럼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물이 안나온다, 전기가 없다, 맥주가 생각난다며 (요르단에서 술을 구하는 건 그냥 불가능한 일) 투덜대던 것을 싸악 깨끗하게 저 기억 너머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위산에 올라 한참이나 와디럼의 일출을 지켜보았다. 해가 높아지자 와디럼의 붉은 모래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고, 바위산 표면에 있는 무늬가 잠에서 깨어난 듯 꿈틀거린다. 와디럼의 이 강렬한 기운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와디럼 사막투어 (Wadi Rum, Jordan)

- 요르단 남부에 있는 사막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마션>의 촬영지였다. 우리나라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회에도 등장했다고. 

- 와디럼은 개별적으로 여행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에 참여해야 한다. 

- 보통 투어는 사륜구동 지프를 이용하는데, 차량 하나에 운전사 겸 가이드 1명을 포함한 최대 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 페트라나 아카바에서 당일투어로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사막 입구에 있는 마을에서도 여행사를 찾을 수 있다.  

- 사막 한가운데서 숙박을 해야 하므로 여성 혼자이거나 여성 여행자들로만 이루어진 팀이라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 투어비용 : 배낭여행자용 1박 2일 투어, 1인당 35JOD (약 50USD, 2013년 7월) 차량과 운전사, 와디럼 입장료, 캠프장 이용 및 세 끼의 식사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었다. 4명이 함께 여행했기 때문에 140JOD이 든 셈. 당연히 일행이 많을수록 개인이 부담할 비용이 적어진다. 숙소 타입과 방문하는 스팟의 숫자에 따라 투어 비용이 달라진다. 

- 요르단 여행정보 (Jordan) : http://bitna.net/1264 - 암만, 사해, 와디럼, 아카바, 페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