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Life Style/일상 Daily

옛 신라인의 흔적을 찾아... - 경주 #1

빛나_Bitna 2006. 5. 29. 09:19

1st day : 석굴암 -> 불국사

Episode 1. 미리미리 준비하면 안되겠니?!


4월의 어느 날, 오후 사랑스런 Sue 양과의 전화 통화중 우리의 경주행은 결정되었다. 그리고 몇 일이 지나도록 자세한 계획은 절대 세워지지 않았다. (귀찮잖아~)
드디어 5월 5일 아침. 아침 버스는 매진되었고 다음 차는 무려 6시간 후라고 한다. 헐헐_ 이건 너무 하잖아!!! 우리는 무턱대고 대전으로 가는 차를 탔다. 대전에서 경주행을 타면 될 거라는 나름대로 훌륭한 계획?!
그러나_ 대전에서 경주가는 차가 몇 대 없어서 우리는 대전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점심도 먹고 잠시 쉬었다가 가기에 나쁘지 않았다. (역에서 6시간 썩는 것 보다는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둔 우리_ ㅎㅎ;;) 그렇게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이 어두어지고 있었다.


Episode 2. 너무 친절한 예쁜 안내원 언니

지붕에 올라간 기와가 보인다. 톨게이트부터 옛날 분위기를 마구 풍겨주고 있는 곳이 바로 경주.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로 돌아갈 표를 먼저 구입한 뒤 (혹시 집에 못갈까봐 준비하는 소심한 여인들;) 정류장 앞에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숙소예약도 없고 버스표도 없고 여행코스도 없는 정말 대책없는 우리들을 위해 친절한 언니가 계획을 멋지게 잡아 주신...다?!

point 1. 석가탄신일에는 석굴암과 불국사 입장료가 무료! (4천원씩 무려 8천원이나 한다고!)
point 2. 안압지는 야경이 멋지므로 꼭 밤에 들를 것!
point 3. 맛집은 $#(%#)@((!)% (특정 식당을 지도에 적어주실 수 없다 하시면서 말로 다 알려주시는 센스! ㅋ)


Episode 3. 우리는 점점 쇠퇴하고 있는가?

버스에서 살포시 읽었던 경주에 관한 책들의 내용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 눈 앞에 놓여진 이 거대한 옛 신라인의 작품을 감상해 본다.

국사 책 표지를 확대해 놓은 듯한 정말 그림같은 내부의 모습에 놀랄 뿐이었다. 손가락 마디, 부드러운 옷자락까지도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돌이란 말이지_ 그렇단 말이지!;;)

불상은 모두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다. 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향한 우리의 시선에서는 완벽한 평면으로 보인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석굴암은 습기와 붕괴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고 빛의 반사각을 이용해 항상 불상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였단다. - 신라인들은 계산기도 없이 이렇게 정확한 수치를 계산해서 예술작품을 만들었단 말인가!!!

지금의 석굴암은 유리벽으로 가로막혀 줄을 서서 스치듯 지나가야 했다. 그 시간이 너무 짧고 천장은 가려져서 볼 수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부에 설치된 조명과 에어컨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저런 인위적인 것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 지금 우리는 어쩌면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일지도_  


Episode 4. 믿음으로 숨쉬는 불국사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국사는 많은 등 빛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한 손에 등을 들고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비록 특별히 믿는 종교는 없는 나지만 사람들을 따라 탑을 돌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다 잡고 소원도 빌어보았다. (종교의식의 의미들을 잘 몰라서 좀 아쉬웠다. 어찌하랴_ 무교인것을;)

준비된 행사가 끝나고 조금 조용한 틈을 타서 이 넓고 화려한 절을 요리조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지한 나를 위해 고생한 가이드 Sue양에게 감사_) 그냥 크고 화려한 절이 아니었다. 쌓아올린 돌 하나에, 놓여진 위치 하나에 모두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다. 무심코 밟는 계단에도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숨겨진 의미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 나는 당장 눈앞에 놓여진 것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지 않은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넓은 시야를 가져보자. 그동안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볼 수 있으리라.

그 날, 우리는 출입이 통제된 청운교, 백운교를 올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구름위에 오르면 하늘에 닿을 수 있 듯, 계단을 올라 닿는 불국사 안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엄청나게 넓은 절에 등불이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소망을 비추고 있는 등불 - 불국사를 지금까지 지켜온 것은 환하게 불을 밝히는 저 믿음이 아닐까.